은행 홍콩 ELS 손실 최대 6조 예상되자...CEO 등 경영진 책임론 '급부상'

홍콩 ELS 손실 5대 은행에서만 6조 손실 예상 현재까지 2296억원 손실 확정돼 당국, 불완전판매 사실 여부 검사 중 내부통제 실패했다는 이유로 CEO 책임론 부상

2024-01-24     강기훈 기자
금융감독원.[사진=금융감독원

 

은행권을 엄습한 홍콩ELS 여파가 겉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올해 상반기 5대 은행에서만 최대 6조원이 넘는 손실이 예상되는 가운데, 현재 약 2300억의 손실이 확정됐다.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이 은행 현장 영업담당 직원이 아닌 CEO 등 경영진에 내부통제 실패 명목으로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아직 당국의 검사 결과가 나오지 않아 은행에 어떤 조치가 취해질지는 예측할 수 없다"면서도 "배상안이 마련되는 3월쯤 윤곽이 드러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에만 10조2000억원 규모의 홍콩ELS 만기가 도래한다. 1분기에는 3조9000억원, 2분기에는 6조3000억원의 만기가 다가올 예정이다. 

문제는 홍콩H지수가 끝도없이 추락하고 있어 투자자들의 손실이 불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24일 기준 홍콩H지수는 5210을 기록했는데 2021년 2월 12000선 돌파 이후 절반 이상 하락했다.

ELS 투자자들이 원금을 온전히 보전 받으려면 올해 상반기 홍콩H지수가 판매 당시 지수의 65~70% 수준은 돼야 한다. 만약 상반기 안에 홍콩H지수가 최소 7500에 도달하지 않을 경우 5대 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은행)에서만 상반기 6조원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주요

 

이미 손실이 확정돼 관련 민원이 빗발치고 있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19일 기준 만기가 도래한 총 4353억원 중 2296억원의 원금 손실이 발생했다. 

대규모 손실이 기정사실화되자 투자자들은 은행이 ELS 상품을 불완전판매했다며 배상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지난 19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ELS 피해자 모임이 집회를 열고 은행과 금융당국을 향한 성토를 이어가기도 했다. 

당국이 은행 등 금융권을 대상으로 전방위적인 ELS 검사를 나선 가운데, 은행들은 불완전판매 사례가 적발될까 노심초사한 모습이다. 자본시장법과 금융소비자보호법이 엄격히 적용된다면 현장 직원들은 법적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한편, 금감원이 불완전판매보다는 판매 프로세스 미흡 등 내부통제 부실을 근거로 경영진을 제재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과거 라임‧옵티머스 사태 당시 피해 사실에 대한 책임을 CEO 등 고위 경영진이 직접 져야 한다는 여론이 거세진 바 있다. 이에 당국은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에게 중징계에 해당하는 문책경고를 내렸다. 조용병 전 신한금융 회장은 경징계인 주의처분을 받았다.

그러나 내부통제를 실패했다는 이유로 법적인 제재를 가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자본시장법과 금융소비자보호법을 CEO에게 적용할 수 없어 금융사 지배구조법을 근거로 제재를 하려고 해도 현행법에는 경영진의 내부통제 기준을 준수해야 한다는 의무 조항이 없다. 

경영진의 내부통제 관리 책임을 명시한 금융사 지배구조법 개정안은 올해 말부터 시행될 예정이라 이번 홍콩 ELS 사태에 소급 적용할 수 없는 문제 또한 존재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현장에서 불완전판매가 행해졌다는 사실이 당국 검사에서 적발될 경우, 일부 투자자들은 원금의 일정 부분 배상금 형태로 보전 받을 순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은행 차원에서의 의사결정을 법적으로 논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어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