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지수 폭락에 ELS 원금 '2300억' 증발…상반기에만 손실액 6조 가능성

5대 은행 판매상품 기준, 지난 19일까지 손실액 2296억원 원금 손실률 최고 56.1%까지 뛰어 H지수 ELS 총 판매 잔액 19.3조 중 15.9조 은행에서 판매 올해 상반기에 만기 집중, 손실 규모 6조원 넘을 수도

2024-01-22     정창현 기자

5대 시중은행이 판매한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의 원금 손실액이 이달 들어 23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향후 손실률이 60%까지 오를 경우 상반기에만 6조원의 손실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5대 시중은행이 판매한 홍콩 H지수 ELS의 원금 손실액은 지난 19일까지 2296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8일 처음으로 손실액이 확정된 이후 11일 만에 손실액이 2000억원을 넘어섰다. 해당 기간에 만기를 맞은 원금은 약 4353억원인데, 그중 2057억원만 상환돼 전체 손실률은 평균 52.8%에 달한다. 일부 상품에서는 손실률이 56.1%까지 집계됐다.

문제는 H지수 ELS 총 판매 잔액의 80% 가량이 올해 만기를 맞는데, 다가오는 상반기에 만기가 집중돼 있다는 것이다. 1분기에는 3조9000억원, 2분기에는 6조3000억원 규모의 물량이 만기를 맞을 예정이다. 상반기에 만기를 맞는 물량이 10조2000억원 가량인데, 원금 손실률이 60%대로 오르면 손실액은 6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주요

원금 손실액이 커지면 커질수록 H지수 ELS 투자자와 이를 판매한 금융사들의 손실 규모도 커진다. H지수 ELS와 관련한 소비자 민원은 이미 1400여건을 넘어섰고, 지난 19일 피해자 모임은 금융감독원 앞에서 전액 피해 보상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현재 금감원은 H지수 ELS를 판매한 12개 주요 판매사를 대상으로 불완전판매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현장검사를 진행 중이다. 하지만 이미 금감원에서 판매 과정상의 문제점이 드러났다고 밝히면서 분쟁은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앞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H지수 ELS 판매사에 대한 조사를 마치고 “일부 판매사에서 한도 관리 실패, 핵심 성과지표(KPI) 조정을 통한 판매 드라이브, 계약서 미보관 등의 문제점이 드러났다”고 말한 바 있다.

홍콩 H지수 ELS는 일반적으로 가입 후 3년 만기를 맞았을 때 홍콩 H지수가 가입 시점의 70%를 넘으면 원금과 이자를 모두 받을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하락률만큼의 손실을 보게 되는 초고위험 파생상품이다. H지수는 지난 2021년 2월 기준 1만2229포인트 수준이었는데, 이달 9일 기준 종가 5449.76선까지 떨어졌다. 절반 이하 수준으로 폭락한 것이다. H지수가 2021년 상반기의 65~70% 수준까지 회복하지 못한다면 원금 손실은 피할 수 없다.

한편, 이 금감원장은 지난 9일 “(H지수 ELS 사태와 관련해) 불확실성을 오래 가져가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최대한 빨리 검사를 진행하고 금융권의 의견을 모은 뒤 2~3월이 지나기 전에 최종적인 결론을 내리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이 금감원장이 '빠른 결론'을 강조함에 따라 금감원의 현장검사 결과는 늦어도 3월 이내에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