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은행, 기업대출·가계대출 동반 급증...경제위기 뇌관 될까 '우려'
기업대출 잔액, 올해만 60조 넘게 증가 10개월 연속 증가세 보이고 있어 중소기업, 대기업 가리지 않고 은행문 두드리는 추세 가계대출 잔액 역시 3조 이상 불어나 이는 6개월 연속 증가한 수치
5대 은행의 대출 잔액이 빠르게 불어나고 있다. 기업대출 잔액은 올해만 60조 넘게 늘며 1년 가까이 증가세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가계대출 역시 당국이 고삐를 죄고 있음에도 줄 기미가 보이지 않아 대출 부채가 경제위기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현재 연체율은 은행권에서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있고 당국도 주기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기에 큰 문제는 없다"면서도 "대출 규모가 빠른 시간 내에 불어나는 것은 이례적인 경우이기 때문에 주간 단위로 지속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말했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10월 말 기준 기업대출 잔액은 764조 3159억원으로 9월 756조 3310억원보다 7조 9849억원 증가했다. 이는 10개월 연속 증가한 수치다.
지난해 말 기업대출 잔액이 703조 7268억원으로 집계됐던 것과 비교하면 올해 들어서만 60조 5891억원이 증가한 것이다. 10월 증가 폭은 8월과 9월에 비해선 줄었지만 올해들어 세 번째로 큰 규모를 기록했다.
기업 규모를 가릴 것 없이 대출잔액이 꾸준히 상승하는 추세다. 5대 은행의 10월 말 대기업 대출 잔액은 137조 3492억원으로 9월보다 4조 3586억원 증가했다.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626조 9667억원으로 같은 기간보다 3조 6265억원 늘었다. 개인사업자 대출은 319조 5560억원으로 전월 대비 4685억원이 늘었다.
기업대출이 느는 이유는 당국이 가계대출을 억제하는 대책을 지속적으로 내놓고 있어 은행이 기업으로 눈을 돌리기 때문이다. 또 회사채 금리가 빠르게 오르고 있어 기업들은 자금조달을 위해 은행 문을 두드리는 상황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2일 "일부 기업이 시장 불확실성과 금리부담 등으로 자금조달을 회사채가 아닌 은행대출이나 기업어음(CP)으로 변경하는 등 조달여건이 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당국이 가계대출의 고삐를 죄고 있음에도 가계대출 규모는 빠르게 급증하고 있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의 10월 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686조 119억원으로 9월 말 682조 3294억원 대비 3조 6825억원 늘었다. 올해 5월부터 6개월간 가계대출이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으며, 증가폭은 6개월 중 가장 높았다.
가계대출 급증을 견인한 건 주택담보대출이다. 5대 은행의 주담대 잔액은 10월 말 기준 521조 2264억원으로 9월 말 517조 8588억원 대비 3조 3676억원 증가했다. 주담대 역시 가계대출과 마찬가지로 6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은행들이 50년 만기 주담대 상품 판매를 사실상 중단하거나 제한하고 있고, 대출 금리 역시 일제히 인상했지만 가계대출 수요는 여전히 꺾이지 않는 모습이다.
경기침체로 각종 지표가 악화하는 상황에서 불어나는 대출이 경제위기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2년 기업경영분석 결과'에 따르면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는 '한계기업' 비중은 작년 42.3%로 나타났다. 이는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09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기업과 가계 대출 연체율 역시 늘고 있다. 6일 금감원에 따르면 8월 말 국내은행의 기업대출 연체율은 0.47%로 7월 대비 0.06%포인트(p) 증가했다. 대기업 대출 연체율은 0.13%로 전월 말보다 0.01%p 늘었으며 중소기업대출 연체율은 0.55%로 같은 기간 대비 0.06%p 늘었다. 가계대출 연체율 역시 0.38%를 기록해 전월말 0.36% 보다 0.02%p 증가했다.
대출 규모가 빠르게 느는 것에 대해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아무래도 회사채 만기보다 은행 대출 만기가 더 짧은 만큼 기업들은 은행으로 몰려드는 경향이 있다"며 "은행은 기업이 문을 두드리는 걸 막을 순 없기에 대출심사를 강화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10월 가계대출이 는 것은 이사 수요가 연말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라며 "또 최근 정책상품과 은행상품의 금리가 올라가고 있어 대출 증가세가 다소 주춤할 순 있지만 강한 부동산 억제책이 나오지 않는 이상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