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LG, 실리콘밸리化 되는 국내 기업 '직급·호칭 개편'...효과 있을까?
-실리콘 밸리의 수평적 기업문화 도입해 경쟁력 제고...국내와 실리콘밸리 사정 달라
국내 대기업들이 직급 체계와 호칭 개편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기존의 사원-대리-과장-차장-부장 등 5~7단계의 직급체계를 3~4단계로 간소화하고, 직급 대신 '님'으로 부르는 등이다.
이에 자율성과 창의성을 바탕으로 전세계 ICT 개발자들이 몰려드는 실리콘 밸리의 수평적 기업문화를 도입해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 대표 기업인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직급 및 호칭 개편의 배경으로 "창의적이고 효율적인 조직문화를 조성해 소통을 강화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라는 취지로 설명한다.
그간 수직적 조직문화, 경직된 의사결정 구조로 인한 상명하복식 기업문화가 고질적인 국내 기업의 문제점으로 지적돼 왔다. 이런 부분을 개선해 기업의 생산성을 높이고 세계 무대에서의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계산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3월부터 연공서열 중심의 7단계 직급을 CL1부터 CL4까지 4단계로 간소화하고 임원을 제외한 직원간 호칭은 '님'으로 바꿨다.
LG전자도 7월부터 5단계의 직급 체계를 사원-선임(대리~과장)-책임(차장~부장) 3단계로 축소했다.
이밖에도 임원 호칭을 파트너로 통일하는 삼일회계법인과 EY한영회계법인, 5개 직급을 매니저-선임매니저-수석매니저 3단계로 간소화한 미래에셋대우, 기존 5단계에서 4단계로 직급을 간소화한 삼성증권 등 금융, 증권가에도 직급 개편의 바람이 불고 있다.
◇ 실리콘 밸리의 기업문화는?
실리콘 밸리는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높기로 유명하다. 이직과 구조조정으로 인한 인력감축이 일상에 가까울 정도로 벌어진다. 각자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업무가 진행되는 만큼 성과에 따른 보상과 대우도 확실하다.
직원 뿐만 아니라 CEO, CFO, COO 등 임원급들의 이직과 창업도 활발하다. 구글 출신 직원이 페이스북이나 애플로 이직하거나 애플 출신 직원이 구글로 이직 혹은 창업에 나섰다는 소식도 심심찮게 들린다. 자신이 다니는 회사를 평생 직장이라고 생각하는 이는 거의 없다.
지난 4월 애플은 구글의 항공우주 전문가 존 펜윅과 마이클 트렐라를 영입했다. 2008년 페이스북 COO로 스카우트 된 셰릴 샌드버그, 2012년 야후 CEO가 된 머리사 메이어 등도 구글 출신이 타 ICT 기업으로 이직한 사례다. 알리바바도 애플 출신 매튜 배시어를 부사장으로 영입해 보안 업무를 맡겼다.
구조조정이 다반사로 일어나지만 실리콘 밸리의 직원들은 타회사로의 이직이 자유로워 실리콘 밸리 전체를 놓고 봤을때 직업을 잃을 염려는 덜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또 실리콘 밸리 출신이라면 어떤 기업에 지원하더라도 입사에 유리하다는 점도 일정부분 작용한다.
실리콘 밸리의 기업들은 우수한 직원 복지와 사내 복지 서비스가 제공될 것으로 여겨진다.
환경과 처우가 좋기로 유명한 구글, 엔비디아, 어도비, 페이스북 등은 사옥 내부 사진이 공개되며 많은 부러움을 사기도 했다.
반면, 아마존, 넷플릭스, 마이크로소프트는 다니기 힘들기로 유명하다. 아마존은 ICT 기업에서도 많은 업무량으로 유명하고, 뉴욕 타임즈가 아마존의 기업문화를 비판하는 기사를 게재하기도 했다. 넷플릭스는 대우는 파격적이지만 실적이 압박이 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 국내 기업의 직급과 호칭 변화, 기업 문화 개선에 효과 있을까?
단순한 직급과 호칭의 변화만으로는 기업문화를 크게 바꾸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무직의 전문성 부족도 지적되는 부분이지만, 경직된 노동시장과 이직 환경, 이직시 불이익 등 기본적으로 실리콘 밸리와는 다른 사회문화적 요인 때문이다.
길게는 30년 이상을 다니며 승진과 호봉에 따라 연봉이 결정되는 구조에서, 직급의 단순화는 직원들에게 연봉 인상 기회가 적어진다는 인식을 줄 수 있다.
또 이름을 부르는 것이 익숙한 서양과 달리 '김 부장님', '박 과장님'처럼 성과 직급을 함께 부르는 것이 익숙한 국내 문화에서 호칭의 변경은 어색함만 배가시킨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부장급 이하 직원간 모든 호칭을 '님'으로 통일한 삼성전자의 직원들은 어색함을 토로하고 있다.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님'이라고 부르지만 사적인 자리에서는 예전처럼 직급을 부르기도 한다. 또 부서원의 이름을 일일이 외우지 못해 난감한 상황이 생기기도 한다.
직급 개편과 호칭 변경이 '소통과 수평적 직급 구조'를 강조하는 홍보 방안이 될 수는 있으나 실제로 생산성을 높이는 데는 효과가 없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한화그룹의 경우에는 2012년 말 도입해 사용하던 매니저 제도를 약 2년 4개월만인 2015년 폐지했다. 사원부터 차장까지를 매니저라고 불렀으나, 거래처 등에서 구체적 직급을 재문의 하는 등 불편을 겪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