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보다 대기업에 대출 쏠리는 은행권..."기초체력 강한 대기업에 매력 느껴"
대기업 대출 잔액 20% 가까지 증가 중소기업은 2.4% 증가에 그쳐 중소기업이 대기업보다 연체율 크게 높아 대기업 또한 회사채보다 낮은 금리 취급하는 은행 선호
국내 시중은행의 기업대출이 중소기업보다 대기업에 빠르게 쏠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속된 고금리로 경제 침체가 지속되면서 기초체력이 약한 중소기업 대신 대기업을 선호하는 경향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대기업 역시 이자비용을 줄이기 위해 최근 회사채를 상환하고 은행에서 대출을 받는 것을 선호하고 있어 대기업 쏠림 현상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은행권 관계자는 "미국발 금리 인상에 따라 당분간 국내 금리 역시 지속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현금흐름 면에서 불리한 중소기업보단 체력이 강한 대기업이 은행 입장에서도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모두 대출 잔액이 늘고 있으나 증가세는 대기업이 더 가파르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7월 말 기준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대기업대출 잔액은 총 126조2095억원으로 작년 말보다 19.7%(20조7486억원) 증가했다.
반면 중소기업 대출은 같은 조사기간 609조 1013억원에서 612조 6823억원으로 3조 5810억원이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는 2.4%포인트(p) 늘어난 수치다.
고금리가 지속되자 재무건전성이 약한 중소기업의 연체율이 늘어나 대출 심사가 강화된 것이 원인으로 보인다. 올해 상반기 말 5대 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은 평균 0.36%로 1년 전보다 0.15%p나 증가했다. 대기업 대출의 평균 연체율은 0.07%로 오히려 0.01%p 감소했다.
은행별로 보면 국민은행의 대기업과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은 각각 0.06%, 0.26%를 기록했다. 신한은행은 0.21%, 0.32%를 기록했으며 우리은행은 0.02%, 0.34%로 나타났다. 하나은행은 0.07%, 0.36%를, 농협은행은 0.00%, 0.51%를 기록했다. 5대 은행 모두 대기업 대출은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있는 반면 중소기업 대출은 상대적으로 부실한 것이다.
실제로 중소기업은 경기 상황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하는 기업경기실사지수(BSI)에 따르면 이번달 중소기업의 업황 BSI는 67로 71을 기록한 대기업보다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BSI는 기업이 인식하는 경기 상황을 지수화한 것으로 수치가 낮을수록 경기를 비관적으로 보는 것을 뜻한다.
대출 건전성 문제로 은행이 대기업에 더 눈독을 들이는 것처럼 대기업도 최근 더욱 은행 문을 두드리고 있다. 이자비용을 줄이기 위해 회사채를 상환하고 은행 대출을 받기 위함이다. 27일 코스콤체크(CHECK)에 따르면 이달 26일까지 무보증 사채(금융채 및 은행채 제외) 순상환규모는 3486억원으로 집계됐다.
회사채 금리가 급격히 상승해 은행 대출 금리와의 격차가 벌어지자 대기업 중심으로 회사채를 팔고 은행 대출을 받으려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실제로 이달 17일 기준 단기 코픽스 금리는 연 3.59%로 회사채 3년물(신용등급 AA- 기준) 금리(연 4.513%)보다 0.923%p 낮았다. 지난 3월 말에는 0.5%p가 차이났던 것을 감안하면 은행 금리가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은행을 통한 대기업들의 대출 누적 조달 규모는 늘고 있는 추세다. 대기업 기준 은행대출 누적 순조달 규모는 올해 3월 1000억원에 불과했다. 그러나 4월 3조1000억원, 5월 3조4000억원, 6월 2조4000억원, 7월 3조8000억원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고금리 시기에 은행은 대출을 잘 갚는 대기업에 대출이 당연히 쏠리게 되고 대기업 역시 회사채와 은행 금리 격차가 큰 현 상황에선 더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은행을 선호한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