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신림 칼부림 사건에 ‘게임 탓’한 검찰… 아직도 벗지 못한 색안경

11일 '신림역 칼부림' 사건 검찰 수사결과 발표 게임과 해당 사건 결부 시도... 다소 무리한 주장 게임 대한 인식 단면 보여줘... 개선 필요할 때

2023-08-14     이지웅 기자
검찰

지난 11일 검찰이 ‘신림역 칼부림 사건’에 대한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검찰 측은 해당 사건 브리핑 도중 “게임 중독이 곧바로 범행의 직접적인 동기라고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히며 발을 뺐지만, 검찰 측이 밝힌 수사 과정과 브리핑 내용을 살펴보면 검찰 측이 게임에 대해 어떠한 태도를 취하고 있는 지 엿볼 수 있다.

검찰은 피의자 송치 후 압수수색 과정에서 ‘게임 접속 내역’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심리 분석 결과로는 피의자가 ”무직 상태의 장기화에 따라 자기불행감이 증가하고 자극적인 게임에 몰두하는 자기고립의 상태”였다고 밝혔다. 또한 “피의자가 지난해 12월부터 외부 출입을 자제하고 게임만 해오던 상황에서 범행 직전에서야 집 밖으로 나갔기 때문에 게임중독이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더불어 검찰 측은 피고인이 범행 당시 ▲가벼운 뜀걸음 ▲피해자의 뒤나 옆에서 공격 ▲치명상을 가할 수 있는 부위를 집중 타격 ▲범행 시도 후 신속한 재정비 ▲새로운 범행 타겟을 물색 했다는 점 등을 들어 “마치 1인칭 슈팅 게임을 하듯 잔혹하게 범죄를 실행”했다고 밝혔다. 

하나 씩 뜯어보자. 검찰은 해당 범죄를 ‘이상동기 범죄’로 분류했다. 범죄의 동기가 뚜렷하게 구명되지 않는 이상동기 범죄는 수사 과정에서 간접적인 근거를 통해 범죄의 동기를 규명하는 방식을 취한다. 여기서 ‘게임 접속 내역’에 대한 압수 수색을 진행했다는 사실은 곧 검찰 측에서 ‘게임 중독’이 해당 범행의 주요 동기 중 하나일 것이라는 전제로 수사를 진행했다는 방증이다.

심리 분석 결과에서도 굳이 게임을 ‘끼워팔’ 필요가 없었다. ‘무직 상태의 장기화’가 피의자의 자기 고립 상태를 심화했다는 논리는 일견 타당해 보인다. 직업 활동은 경제 활동인 동시에 사회 활동이다. 그렇기 때문에, 통상적으로 직업이 없다면 타인과 접촉하는 시간이 줄어들어 무직인 사람을 자기 고립 상태에 몰아넣는 원인이 될 수 있다. 

그렇지만 발표 내용을 보면 검찰이 ‘자극적인 게임에 몰두’한 것을 자기 고립의 원인으로 규명한 것 처럼 보인다. ‘게임 몰입’은 자기 고립 상태의 원인이 아닌 결과로 보는 것이 더 타당하다. 

범행 방식을 ‘1인칭 슈팅게임’과 연결 짓는 것도 무리가 있어 보인다. 피의자가 범행 당일 보인 행동은 자기의 악의적인 계획을 효율적으로 실행하기 위한 것일 뿐이다. 지나가는 아무 사람한테 칼을 휘두를 결심을 한 사람이 느리게 걷거나, 범행 시도 후 재정비를 포기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처럼 검찰 측은 해당 범죄와 게임을 연결 시킬 필요가 없는 부분에서도 ‘게임 중독’, ‘1인칭 슈팅 게임’등을 걸고 넘어지며 게임이 ‘사회 악의 한 축’이라는 뉘앙스를 풍기고 있다.

검찰은 범죄에 대한 진상 규명을 할 필요가 있다. 특히 동기가 불분명한 범죄라면, 최대한 타당해 보이는 동기를 제시함으로써 ‘무지에서 오는 공포’를 덜어내고 방지책을 마련하기 위한 단서를 제공해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볼 때, 검찰이 게임을 통해 해당 사건의 원인을 분석하는 것이 이해는 간다. 우리나라에서도 게임은 ‘문화의 일부’로 받아들여지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까지 ‘해로운 콘텐츠’라는 오명을 완전히 벗겨내지 못했다. 게임은 책이나 영화, 음악처럼 전 세대를 아우르기 힘들고, 진입장벽이 다소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사건의 원인을 ‘개인 성향에 의한 일탈’ 혹은 ‘고립되기 쉬운 사회구조’등을 주로 놓고 분석하기 보다는 ‘게임으로 인해 유발된 폭력성’으로 규명하는 것이 한 층 더 용이하다. 게임에 대한 다소 부정적인 이미지가 남아 있기에 ‘규제와 공격’ 대상의 윤곽이 확실하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아직 게임과 개인의 폭력성 사이의 인과 관계를 놓고 확실한 답을 제시한 연구 결과는 존재하지 않는다. 명확한 근거가 불분명한 현 시점에서 검찰이 밝힌 수사 내용이 아쉽기만 하다. 이번 발표가 게임에 대한 뒤쳐진 인식을 가지고 있는 현 사회의 단면을 드러낸 것 같아 안타깝다.

2023년 한국콘텐츠진흥원의 발표 자료에 의하면, 작년 우리나라 게임 산업의 전체 매출액은 약 21조1848억원으로 집계됐다. 수출액은 약 11조4761억원에 달했다. 2022년 전체 콘텐츠 수출액 중 67.4% 달하는 수치다. 이같이 유망한 산업이 날개를 달기 위해서는 인식개선이 필요하다. 부디 ‘나랏일’을 하시는 분들이 보다 더 넓은 시각에서 해당 산업을 바라봐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