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CH meets DESIGN] 바르셀로나가 지붕을 하얗게 칠하는 이유

- 기후변화 대응 위해 전통→혁신 단행

2023-07-10     박진아 유럽 주재기자

스페인의 과학자들이 기후 변화에 따른 여름철 폭염과 가뭄이 극심해지자 가옥과 건물 지붕을 흰색으로 칠하자는 제안을 내놨다.

폭염과

스페인 카탈루냐 지방의 행정수도이자 경제 심장인 바르셀로나 시는 사랑의 도시라는 별명에 걸맞은 적갈색 테라코타 기와지붕과 낭만적 테라스가 도심 풍경을 수놓고 있는 곳.

과학자들의 제안이 추진될 경우 바르셀로나의 그 유명했던 따뜻한 적갈색 지붕들은 흰색 스카이라인으로 영원히 바뀌게 될 전망이다.

♢ 여름철 폭염 대비 저비용·로우테크 솔루션

이 같은 기후 위기 대책안을 제안한 바르셀로나 자율 대학(Autonomous University of Barcelona, 줄여서 UAB)의 과학자들은 고건물 지붕 기와와 빌딩 톱을 흰색으로 칠하는 것만으로 한여름철 폭염 속에서 평균 0.8°, 하루 중 폭염 피크 시간대 최대 4.7°까지 낮추는 효과가 있다고 주장한다.

또, 과학자들은 바르셀로나 도시에 지어진 기존 건축물에 널리 사용된 자재 — 테라코타 —는 낮 동안 흡수한 태양광과 열을 오랜 시간 보존하는 성질 때문에 난로나 방열기 원리로 작용하며 건물은 물론 도시 전체가 열을 축적하는 효과를 낳는다.

미국

그 대신 지붕을 흰 색칠해 ‘차가운 지붕’으로 전환하면 태양광을 일부를 지붕 표면에서 반사시켜 열이 건물로 흡수되는 것을 방지하는 ‘알베도(albedo)’ 효과를 높일 수 있다. 

현재 유럽은 전 세계 평균치에 비해서 연간 도심 지역 여름철 기온 상승률이 가장 가파르게 진행되는 온난화 위험 대륙이다. 

일부 유럽 도시의 경우처럼 녹색 지대를 늘리고 나무를 심는 방법 보다 지붕을 흰 페이트칠하는 ‘저가’ 전략이 바르셀로나처럼 고밀도 도시에 합리적이고 효과적인 대책일 수 있다고 UAB 대 과학자들은 주장한다.

바르셀로나 도시 당국이 이 같은 저비용, 로우테크 도심 폭염 방지 대책을 실시할지, 또 오랜 세월 전통적 건축 미관과 도심 스카이라인에 익숙해있는 바르셀로나 주민들이 흰 기와지붕이나 옥상에 대해 마음을 열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여름철 실내가 금방 달궈져 가장 더운 건물 꼭대기 층이나 펜트하우스에 거주자들은 에어컨 사용에 따른 전기 사용료 절감을 위해서 흰색으로 페인트칠 하는데 협조할 의사가 많은 것으로 보인다.

바르셀로나

♢ 스페인, 유럽 내 지구 온난화·물 부족 최고 위험국

스페인은 유럽 국가들 중에서 가장 눈에 띄게 급격한 여름철 기온 상승과 가뭄을 겪고 있는 나라다. 매년 여름철마다 섭씨 40°를 육박하며 고온 신기록을 경신하는 유럽의 한 여름철 도심은 주변보다 기온이 8°나 높아지는 ‘도시 열섬 효과(heat island effect)’을 겪는다.

실제로 최근인 7월 5일에 그린피스(Green Peace) 산하 英 엑서터 대 과학 부서가 발표한 보고서에 의하면, 지구 온난화로 전 세계가 평균 1°씩 상승할 때마다 스페인은 그보다 높은 평균 1.5°씩 상승할 뿐만 아니라 이미 건조한 내륙 지방은 그보다 더 기온이 상승하고 있다.

그런 추세 대로라면 다가오는 20년 사이 스페인의 연간 평균 기온은 2° 상승할 전망이다. 스페인 서해안에 접해있는 지중해 수중 온도도 계속 상승하고 있어서 오는 2100년 즈음이면 지중해 물 표면 온도는 현재 보다 평균 섭씨 1.8~3.5°가량 따뜻해질 것이라고 그린피스 보고서는 추정했다.

평균 기온 상승은 대지 표면 강과 하천의 수위를 낮춰서 만성적인 물 부족을 야기할 뿐만 아니라 지하수가 충분히 재충전할 수 있는 주기를 앞당겨 장기적 지하수 공급 부족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 대중의 보건과 위생은 물론 농업에까지 타격을 안길 수 있어 우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