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PF 대손상각 주문에…증권가, 2분기 대손비용 늘어날까

당국, 연체 부동산PF 상각 주문 충당금 전입 등 비용부담 늘어

2023-05-24     김윤화 기자
[출처=픽사베이]

2분기 국내 증권사들의 대손 비용이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금융당국이 전 증권사에 연체 부동산PF(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 건에 대한 대손상각 처리를 주문했기 때문이다. 대손이 확정된 채권은 충당금 상계 후 별도 영업비용 처리된다.

지난해 급격한 금리인상 등에 부실자산 규모가 늘어난 증권사를 중심으로 관련 부담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업계 전반적으로 충당금을 넉넉히 쌓아둔 만큼 갑작스런 비용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지난 3일 금융감독원은 전 증권사를 대상으로 '부동산PF 대출 대손상각 관련 유의 사항' 공문을 보냈다. 부동산PF 대출에서 추정손실로 분류한 건에 대해 ‘최대한 이른 시일 내’ 대손상각 처리해달라는 내용이다.

금감원은 지난 4월 말 증권사 35곳 최고경영자(CEO)를 소집해 같은 방침을 전달했다. 상반기 결산 시점을 고려해 가능한 이달 내로 관련 절차를 마무리해달라는 요구를 덧붙였다.

금융회사가 보유한 채권은 부실단계에 따라 정상-요주의-고정-회수의문-추정손실로 나뉜다. 금감원 업무세칙에 따르면 추정손실로 분류된 채권은 금감원장 승인을 받아 상각 처리하도록 명시돼 있다.

증권사 부동산PF 연체율 증가에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부실채권 대손상각 시 연체율 하락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연체율은 10.4%로 전분기 대비 2.2%p, 전년 동기 대비 6.69%p 증가했다. 

문제는 추정손실 채권을 상각처리 함에 따라 충당금 전입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미리 설정한 충당금을 초과하는 부분은 별도 영업손실로 처리된다. 추정손실 채권을 다수 보유한 증권사일수록 부담은 더 크다.

이복현

지난해 말 기준 추정손실 채권 규모가 가장 큰 곳은 신한투자증권으로 2010억원을 기록했다. 이를 뒤따라 ▲미래에셋증권 709억원 ▲KB증권 672억원 ▲한국투자증권 621억원 등으로 집계됐다.

앞서 지난 1분기 이들 회사는 주식 거래대금 회복, 채권평가손익 개선 등에 어닝 서프라이즈를 거둔 바 있다. 

다만 이들 증권사가 추정손실 채권을 일괄 상각 처리하는 등의 작업은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예측된다. 추정손실과 대손상각 분류 기준이 상이하기 때문이다.

신한투자증권 관계자는 “당국 요청에 따라 대손상각과 관련하여 더 많은 신경을 쓰겠지만 기계적으로 모든 부실채권을 상각하는 절차를 밟진 않을 것”이라며 “개별 건마다 정성, 정량적으로 대손상각 기준에 부합하는지 판단이 필요하기 때문으로 다만 이전보다 더 주의 깊게 살펴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각사별로 넉넉한 충당금은 관련 부담을 낮추는 요인 중 하나다. 지난해 말 신한투자증권의 대손충당금은 4309억원으로 추정손실 채권 규모를 두 배 웃돈다. 한국투자증권 1561억원, KB증권 1403억원, 미래에셋증권 974억원 등으로 타사 충당금도 추정손실 대비 충분한 편이다.

최근 금리 안정화에 주택시장이 회복세로 돌아선 점도 긍정적 변수다. 5월 주택사업경기전망지수는 전달 대비 5.3p 증가한 86.8포인트로 집계됐다. 지수가 85 미만은 하강국면, 85 이상~115 미만은 보합국면을 나타낸다. 

다만 대형·중소형 증권사 간의 격차는 존재한다. 중소형사는 대형사와 비교해 비수도권 및 중후순위, 브릿지론 사업장 비중이 높은 등 자금회수에 어려움이 더 크기 때문이다.

중소형사 중 지난 한 해 동안 추정손실 채권이 가장 큰 폭 늘어난 곳은 BNK투자증권(+2712%), 다올투자증권(+754%), SK증권(+170%) 등이다.

한 중소형 증권사 관계자는 “대손상각 처리함으로써 자산건전성이 개선되는 효과는 분명히 있다. 당국에서 공문을 내린 만큼 이전보다 상각에 속도를 내긴 할 것”이라며 “다만 이전부터 충당금을 넉넉히 쌓았기 때문에 갑작스런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