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 내세워 등장한 디지털 손보사...현실은 ‘적자행진’
디지털 손보사 줄줄이 적자 미니보험 한계 뚜렷…”정체성 구축 필요”
2019년 캐롯손해보험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4개의 디지털 손보사가 혁신을 앞세우며 출범했으나 현실은 적자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에는 전통 손보사와의 경계마저 흐릿해지며 디지털 손보사 만의 정체성 확립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해 전통 손보사는 역대급 실적을 거뒀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손보사 빅5(삼성화재·DB손해보험·현대해상·메리츠화재·KB손해보험) 당기순이익 합은 약 4조원으로 역대 최대다.
자동차 및 실손보험 손해율이 개선된 측면이 크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거리두기, 유가 상승 등으로 차 운행이 감소했다. 또 금융당국이 보험금 지급기준을 강화하면서 과잉 청구가 줄어든 것도 영향을 미쳤다.
전통 손보사가 역대급 성과에 환호하고 있는 반면 하나손보, 신한EZ손보 등 디지털 손보사는 좀처럼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
같은 기간 디지털 손보사는 모두 적자를 기록했다. 신한EZ손보는 105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전년(76억원) 대비 적자 규모가 커졌다. 하나손해보험은 702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전년(207억원) 대비 129% 하락했다.
지난 10월 출범한 카카오페이손보 역시 적자다. 영업손실 규모는 455억원이다. 전년(233억원) 보다 적자 폭이 확대됐다.
타 사와 비교해 입지가 넓은 캐롯손보도 적자를 피하지 못했다. 대표 상품 ‘퍼마일차보험’은 출시 3년 만에 누적 가입 건수 100만건을 돌파했다. 다만 손해율 관리 미흡으로 출시 이후 1000억원이 넘는 누적 적자를 기록했다.
디지털 손보사가 적자를 기록하는 원인으로는 수익성이 낮은 미니보험이 꼽힌다. MZ세대를 신규 고객으로 유치하기 위해 비대면으로 가입할 수 있고 저렴한 보험료와 기한이 짧은 특징을 갖는다.
다만 수익성을 내기 어려운 구조다. 전통 보험사는 장기보험 이익을 기반으로 자산운용 수익을 구한다. 하지만 미니보험은 보험기간이 짧은 탓에 자산운용에 어려움이 크다. 또 보험료가 낮은 탓에 손해율 관리도 까다로운 편이다.
미니보험이 갖는 차별성도 약화됐다. 대형 손보사도 시장에 뛰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작년 삼성화재는 ‘온오프미니운전자보험’, 현대해상은 ‘아이올모바일스키보험’ 등의 미니보험을 출시했다.
이 같은 배경에 디지털 손보사들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사업모델 확대가 필요하다는 진단이 나온다. 보장성보험 등 장기보험 시장에 진입하는 전략 외 디지털 손보사 만의 정체성 구축을 위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우리금융연구소 채원영 책임연구원은 “디지털 보험사는 디지털 기술 적용이 용이한 손보업에서 활발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혁신적인 상품 개발과 가격경쟁력 확보, 상품 판매의 신뢰성 제고와 잠재 고객층 확보를 위한 채널믹스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보험연구원 손재희 연구위원은 “단기적으로 국내의 디지털 보험사의 목표가 젊은 고객 유치라고 할 때 초기 모델은 디지털 채널을 통한 상품 제공 집중 모델이다”며 “시장확대를 통한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플랫폼 기반 다양한 서비스와 연결, 혹은 정교한 위험 측정 및 데이터 분석과 같은 독자적 기술 기반 솔루션 제공 등 사업모델의 확대가 요구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