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증권사, 4분기 줄줄이 어닝쇼크…NH투자증권 ‘선방’ 눈길

NH투자증권, 4분기 컨센서스 20% 웃돌아 운용부문 수익 회복…”선제적 리스크 관리”

2023-02-02     김윤화 기자
[출처=NH투자증권]<br>

대형 증권사들의 4분기 실적이 최대 90% 넘게 꺾인 가운데 NH투자증권이 시장 전망치를 웃돈 성과를 내며 주목받는다. 주로 운용부문 수익 회복에 따른 효과로 지난 한 해 실적 부진을 딛고 재도약에 나설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자기자본 기준 4대 증권사 미래에셋, 삼성, NH투자증권이 4분기 잠정 실적을 발표했다. 전년 대비 가장 큰 낙폭을 기록한 곳은 삼성증권이다. 전년 대비 85.5%, 91.7% 떨어진 영업이익 275억원, 당기순이익 119억원을 거뒀다.

국내 1위 미래에셋증권도 주춤하기는 마찬가지였다. 4분기 영업이익,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61.6%, 71.4% 내린 902억원, 543억원을 기록했다.

고강도 긴축 정책에 투자심리가 위축된 영향이 크다. 4분기 일평균 증시거래대금은 약 13조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2.7% 하락했다. 투자자들이 주식시장을 떠나면서 주 수익원인 브로커리지(주식 위탁매매), IPO(기업공개) 주관 수수료 등이 쪼그라들었다. 

3분기 말 레고랜드 사태가 터진 여파도 존재한다. 비록 세 회사는 자기자본 대비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사업 비중이 낮은 편이나 단기 자금시장이 경색되면서 전반적인 IB 부문 약세를 피하지 못했다.

이 가운데 NH투자증권은 4분기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가 추정한 영업이익 전망치(1150억원)를 19% 뛰어넘었다. 영업이익, 순이익은 전분기 대비 각 103%, 480% 증가한 369억원, 691억원이다.

전년 동기와 비교해 각각 41%, 51% 하락했으나 수익 규모 측면에서 미래에셋과 삼성증권을 모두 앞선다. 연간 영업이익(잠정 5214억원)도 마찬가지로 시장 컨센서스(5090억원)를 소폭 뛰어넘는다.

운용부문에서 손실을 만회한 영향이 크다. 연말 들어 금리 변동성이 낮아진 가운데 우량 국공채 투자확대 등으로 선제적 리스크 관리에 나선 전략이 통한 것으로 풀이된다.

유안타증권 정태준 연구원은 “트레이딩 및 상품손익 부문에서 연결 0.2억원, 별도 100억원 이익이 발생하며 추정치를 상회했다”며 “채권 포지션 축소로 3분기까지 손실을 만회할 정도의 성과를 낸 것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예상보다 양호한 실적을 시현한 점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회사는 지난 3분기 자기매매 부문에서 누적 2933억원 적자(별도 기준)를 기록한 적 있다. 전년도 실적 대비 550% 쪼그라든 금액으로 손실규모 측면에서 전체 사업부문 중 가장 컸다.

NH투자증권 측은 “운용 부문은 포트폴리오 리밸런싱 및 헤지 전략, 선제적인 리스크 관리 등을 통해 전분기 손실을 만회하며 운용 이익을 기록했다”며 “향후에도 시장 상황에 맞는 포트폴리오 리밸런싱 및 보수적인 리스크 관리 등을 통해 손익 안정성을 제고하고자 노력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비록 시황이 악화되며 브로커리지, IB 부문 수익이 전년 보다 각각 11%, 23% 감소했지만 여전히 높은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대신증권 박혜진 연구원은 “IB 영역은 (연간 수익) 3189억원으로 7.3% 감소에 그쳤다”며 “최근 ECM(주식발행), DCM(채권발행) 시장으로 유동성이 유입되는 양상이기에 올해도 동사의 IB 수익은 기대해 볼 만하다”고 말했다.

최근 조직개편을 통해 리테일, IB 부문을 강화한 점은 시장 기대감을 키우는 요인 중 하나다. 지난 연말 기존 WM(자산관리)·Namuh(나무)·PB(프리미어블루) 3개 영업채널 간 협업체계 구축을 위해 리테일 총괄부문을 신설하고, M&A(인수합병) 시장 확대에 대응해 IB 부문 내 관련 투자부서를 확대했다.

다만 증권사 간의 매수의견은 엇갈린다. 2일 기준 유안타증권, 대신증권이 매수의견(목표가 1만1000원, 1만3000원)을 제시한 가운데 한국투자증권, KB증권은 중립(HOLD) 의견을 냈다. 실적을 발표한 1일 NH투자증권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1.5%(140원) 상승했다.

한국투자증권 백두산 연구원은 “운용손익이 개선된 점은 긍정적”이라며 “다만 향후 매크로나 금융시장에 대한 기대치 변화 등에 따라 시장 변동성이 커질 수 있는 상황에서 향후 운용손익 관리 능력에 대한 추가적인 입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향후 꾸준히 수익을 창출하는 연금, 금융상품, OCIO 등 자산관리형 사업영역 강화를 통해 수익구조의 안정성을 높일 예정”이라며 “디지털 자산관리 및 모험자본 투자 영역 등에서 진행되는 규제변화에 선제적인 대응을 통한 수익원 다각화를 적극 모색해 어려운 금융환경 속에서도 지속적인 성장을 이루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