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줄 막힌 건설사 잡아라'…KB증권, 부실 PF 투자 나선다
메리츠證, 롯데건설 9천억 대출…연이율 10%대 KB증권, 3천억 규모 부동산 펀드 조성…”선별적 투자”
KB증권이 부실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투자에 뛰어든다. 자금줄이 막힌 건설사들이 이자율 등에서 우호적인 조건을 내걸며 수익성과 안정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 때문이다.
메리츠금융은 지난 8일 메리츠증권 주간으로 롯데그룹과 롯데건설 보증부 ABCP(자산유동화기업어음) 매입 협약을 맺었다. 투자규모는 총 1.5조원으로 메리츠금융이 선순위 9000억원 규모의 대출을 실행한다.
메리츠증권이 투자를 주선한 이유는 명료하다. 수익률이 높고 안정성이 보장됐기 때문이다. 최근 자금수혈이 급한 건설사들은 고금리 등 우호적인 조건을 내세우며 투자자 유치에 나서고 있다.
투자업계에 따르면 메리츠금융의 선순위대출 이자는 연 10%대 초반으로 알려졌다. 롯데물산, 호텔롯데가 원금 전액 상환 시까지 이자자금보충 의무를 지면서 위험부담 또한 적은 편이다.
지난 17일에는 글로벌 사모펀드(PEF) 콜버그크레비츠로버츠(KKR)가 비슷한 상황에 놓인 태영건설에 금리 연 13% 조건에 4000억원을 투자하기도 했다.
이러한 배경에 자기자본(5.9조원) 기준 5위 KB증권도 자금경색을 겪고 있는 건설사들에 대한 투자를 준비하고 있다.
올 상반기 중으로 최대 30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해 본PF 문턱을 넘지 못한 사업장에 대한 선별 투자를 진행할 예정이다. KB증권을 비롯한 보험사, 공제회 등이 재무적 투자자(FI)를 맡고, 대형 건설사가 전략적 투자자(SI)로 참여하는 구조다.
코로나19로 자금회수가 지연된 호텔, 테마파크 등으로 구성된 해외 부동산 펀드 만기연장을 위한 투자도 추진한다. 가칭 ‘스폐셜시추에이션펀드’다.
문제는 부실 사업장을 떠안을 자본 여력이 충분한가 여부다. 자금수혈을 통해 본PF로 넘어간다고 해도 부동산 경기저하 등에 분양 과정에서 자금회수가 막힐 가능성이 존재한다.
메리츠, KB 두 증권사의 자산건전성은 그리 넉넉한 편은 아니다. 지난 3분기 기준 KB증권의 자기자본 대비 우발부채 비중은 81.4%다. 메리츠증권은 93.4%로 같은 기간 자기자본 3조원 이상 증권사 평균 61.2%를 큰 폭 웃돈다.
다행인 점은 이들 증권사 부채 대부분이 선순위 등으로 질적 안정성이 높은 구조라는 점이다. 메리츠증권의 부동산PF 부채 중 선순위 및 단일순위 비중은 89%를 차지한다.
자본적정성과 유동성 두 축도 모두 우수한 편이다. 메리츠, KB증권의 순자본비율(NCR)은 각각 3분기 1514.8%, 1415.2%다. 당국 규제치 100%를 10배 웃돈다. 만기 3개월 이내 유동성자산에서 부채를 나눈 유동성비율은 3분기 134.2%, 119.0%로 모두 100%를 넘는다.
한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KB증권의) 부동산 익스포저 자체는 커질 수밖에 없으나 그에 맞는 안전장치도 마련해 놓을 것”이라며 “(총 투자규모에 해당하는 3천억원은) 회사 유동성 등에 크게 부담되는 규모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