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인난 후유증'에 해고 미루는 美기업…"실적 마이너스 요인"
경기침체에도 해고 주춤...구인난 후유증 4분기 S&P500 기업 실적 4% 하락 전망
경기침체 우려에도 미국 기업들의 비용감축 의지는 미적지근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년간 구인난에 시달린 만큼 섣불리 인력 감축에 나서지 못하는 모습이다. 이를 따라 기업 마진율이 하락하면서 향후 실적에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인사관리 컨설팅업체 챌린저, 그레인 앤드 크리스마스(CG&C)에 따르면 지난 12월 한 달 동안 해고된 미국 근로자 수는 4만3651명으로 전월 대비 43%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최근 아마존, 골드만삭스 등 테크, 금융기업을 중심으로 대량 해고소식이 줄짓고 있으나 여전히 신규 창출 일자리 수가 더 많다. 미국 구인건수는 지난 11월 1046만 건으로 비록 지난 2개월 연속 하락했지만 1000만 건 이상을 웃돌고 있다.
통상 기업은 경기침체 시기에 수익을 올리기 어려운 만큼 비용감축을 통해 마진(판매가-원가) 확보에 나선다. 코로나19 특수를 맛본 은행, 증권사 등의 업종을 중심으로 국내에서도 희망퇴직 소식이 들려오는 이유다.
과거 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기업 실적 추이를 보면 매출액과 판매관리비(판관비) 증가율은 동조하는 추세를 보였다.
다만 이전과 달리 이들 기업의 비용감축 의지는 약한 것으로 분석된다. 팩트셋에 따르면 지난 한 해 실적발표에서 비용감축(‘Cost cut’)을 언급한 S&P500 기업은 100여 곳으로 집계됐다. 2009년 금융위기 대비 4분의 1 수준이다.
CG&C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기업은 올 해 동안 총 36만여 명을 해고할 계획이라고 밝혔으나 이는 1993년 통계작성 이래 두 번째로 낮은 수치다.
코로나19 당시 정부가 돈줄을 풀면서 가계 소비가 확대됐고 기업들은 이에 발맞춰 생산을 늘렸다. 이 여파로 지난해 S&P500 기업들의 판관비(SG&A)는 전년 대비 71.57% 증가했다. 2019~2021년 3년 평균치(10.60%)를 7배 웃도는 규모다.
다만 고용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면서 기업들은 심각한 구인난에 허덕였다. 파격적인 입사 조건을 경쟁적으로 내걸었고 이른바 ‘대퇴직 시대(Great Resignation)’가 열리기도 했다.
자발적 퇴직자 수는 지난 11월 기준 전월 대비 12만6000건 증가한 417만 명으로 18개월 연속 400만 명을 넘었다. 아직까지 구인난이 유효하다는 의미다.
이러한 배경에 기업들은 인력 감축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문제는 비용감축에 주춤하는 사이 실적하락이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6일 팩트셋에 따르면 지난해 S&P500 기업은 4분기 전년 동기 대비 4.1% 내려간 실적을 거둘 것으로 예측된다. 2020년 3분기(5.4%) 이후 최대 낙폭이다.
경기침체가 다가오는 가운데 장기간 미루던 인력조정이 한순간에 터질 경우 단기적인 시장 충격이 불가피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해고가 증가하면서 가계소득이 줄고, 기업 마진까지 하락하는 악순환이다.
KB증권 안소은 연구원은 “다른 비용이 늘어나면 아껴왔던 인건비 축소 카드를 사용해야 할 필요성이 커진다. 과거 경기침체 시기처럼 광범위한 업종에서 해고가 발생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며 “길게 보면 비용을 빠르게 줄여 마진 바닥을 앞당길 수 있는 방법이지만 단기적으로는 ‘해고 증가-소득 감소-수요 약화-마진 하락’의 악순환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