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금융, 롯데건설 선순위대출 따른 부담은…“장기 모니터링 필요”

메리츠지주, 롯데건설에 9천억 규모 선순위대출 “단기적 부담 적어”…다만 부동산 익스포저 부담 여전

2023-01-12     김윤화 기자
(왼쪽부터)

이달 초 메리츠금융지주가 롯데건설 유동성 개선을 위해 시행한 9000억원 규모의 선순위대출을 두고 단기적으로 부담되는 규모가 아니나 부동산 경기저하에 따른 위험이 잔존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메리츠금융지주는 지난 6일 메리츠증권 주간으로 롯데그룹과 롯데건설 보증부 ABCP(자산유동화기업어음) 매입 협약을 맺었다. 투자규모는 총 1.5조원으로 메리츠지주가 선순위 9000억원, 롯데그룹이 후순위 6000억원 대출을 실행한다.

롯데건설은 최근 부동산 경기악화에 유동화증권 차환 과정에서 재무부담이 가중됐다. 이에 NICE신용평가, 한국신용평가 등은 지난 하반기 롯데건설의 장기신용등급 전망을 기존 ‘A+/안정적’에서 ‘A+/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하기도 했다.

지난해 11월 말 기준 롯데건설의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우발부채 규모는 6.9조원으로 자기 자본의 약 3배다. 다만 이번 매입협약을 통해 1.5조원 규모의 부채를 덜어내며 한숨을 돌릴 것으로 보인다.

자금을 댄 메리츠지주는 지난 한 해 안정적인 수익을 거두며 대출실행에 따른 부담이 적다는 평가를 받는다. 3분기 기준 메리츠화재, 증권, 캐피탈은 각각 누적 순이익 7247억, 4688억, 1878억원을 거뒀다.

같은 기간 세 회사의 별도 기준 자산합계는 86조531억원으로 롯데건설에 출자한 금액은 이 중 1%(9000억원)에 그친다.

최근 부동산 PF 관련 부담을 낮추면서 부실 우려도 줄어든 편이다. 메리츠증권은 2020년 9조원을 웃돌던 부동산 익스포저(잠재 위험에 노출된 대출·투자금액)를 지난 3분기 5.9조원까지 낮췄다. 보수적인 투자로 부동산PF 대출 90% 이상이 선순위물인 등 질적으로 우수한 자산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그렇다고 모든 부담이 사그라든 건 아니다. 3분기 메리츠증권의 자기자본 대비 부동산 익스포저 규모는 100%를 상회하는 110.1%다. 또 지난 한 해 동안 고위험 PF 사업장 비중을 늘리는 등 안정적인 자산 구조에도 변화가 감지된다.

3분기 기준 메리츠증권의 고정이하자산은 3766억원으로 국내 47개 증권사 중 신한투자증권 다음으로 크다. 이에 국내 신평사는 부동산 경기흐름에 따른 이번 대출 건에 대한 영향을 장기적으로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NICE신용평가 김기필 금융평가2실장은 “부동산경기가 저하되는 가운데 메리츠금융그룹의 부동산PF 익스포저가 늘어나게 된 점은 다소 부담요인”이라며 “(신용도에 미치는 단기적 영향은 적으나) 국내 경기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부동산 시장 둔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시점에서 부동산PF 익스포져가 늘어나서 향후 재무안정성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모니터링을 지속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메리츠증권 관계자는 “그룹사의 유동성에 비해 부담되는 규모가 아니다"라며 "(선순위 대출 규모인) 9천억원에 대해 호텔롯데와 롯데물산이 원리금 상환 시까지 이자자금 보충 의무를 부담하는 만큼 안정적인 투자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