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용 신임 농협은행장, 비이자부문 강화 위한 묘수 있나

"비이자 사업 체질 개선 필요" 투자상품·자산관리 부문 신설

2023-01-05     박금재 기자
이석용

이석용 신임 농협은행장에게 비이자부문 강화라는 숙제가 주어졌다. 농협은행은 다른 시중은행과 비교해 이자이익에 집중된 이익구조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이 행장이 사업 다각화를 해내며 리더십을 증명할 수 있을지를 놓고 업계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정통 경제 관료 출신인 이석준 농협금융 회장이 취임하면서 이 행장 입장에서는 정부와 스텝을 맞춰야 한다는 점이 부담스러울 것"이라면서도 "자금시장이 경색돼 있는 점을 고려하면 비이자부문 강화는 필수"라고 말했다.

5일 녹색경제신문 취재결과를 종합하면 이 행장은 취임과 동시에 비이자 부문 수익 확대를 경영방향으로 제시했다.

이 행장은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갖추기 위해서는 비이자 사업에 대한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면서 "은행 내부적으로 자체적인 투자금융 경쟁력을 강화하고, 기업금융과 시너지를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농협은행의 비이자이익은 지난해 큰 폭으로 꺾였다. 지난해 상반기까지 농협은행 비이자이익은 93.5% 급감한 80억원 수준을 기록했다. 다른 시중은행들 역시 비이자이익 축소를 겪었지만, 농협은행과 비교하면 나은 수준이다.

이에 농협은행은 올해 새로운 조직을 만들어 비이자이익 비중을 끌어올릴 계획을 세웠다. 퇴직연금과 방카슈랑스, 펀드 등 투자상품을 관리하는 투자상품·자산관리 부문을 신설한 것이다. 그동안 투자상품은 개인금융부문의 WM사업부 등에서 담당했는데 더 많은 리소스를 투입해 비이자이익 확대에 힘을 싣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한편 농협은행은 디지털 혁신 등 미래 먹거리 사업 발굴에도 속도를 붙일 것으로 보인다. 개인종합자산관리 서비스인 NH자산플러스를 기반으로 삼아 금융 플래너, 연말정산 컨설팅, 내차 관리, 맞춤 정부혜택 등 5가지 서비스를 론칭했다. 

더불어 'NH-아이디어 그라운드'를 개소하며 사무 환경 제약 없이 임직원과 방문객이 자유롭게 메타버스와 인공지능 등 신기술을 경험할 수 있는 복합 공간을 마련했다.

권준학 전 농협은행장이 해외 네트워크 구축의 초석을 마련한 일 역시 이 행장이 이어나가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농협은행은 지난 2021년 영국 런던 사무소를 개점한 데 이어 호주 시드니 지점 설립까지 이뤄냈는데, 이를 바탕으로 본격적인 글로벌 IB 사업 활성화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농협은행은 중장기적으로 오는 2025년까지 전 세계 12개국에서 14개 이상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다만 농협은행은 다른 시중은행과 비교해 글로벌 진출에 있어 후발주자라는 점을 고려하면 가시적 성과를 내기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특히 코로나와 러-우 전쟁 역시 농협은행의 해외 진출에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다고 바라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농협이 지금까지 갖고 있었던 이미지를 생각하면 신사업이나 해외 진출에서 성과를 낼 수 있을지는 의문부호가 붙는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이석용 농협은행장이 내부 사정에 정통하다는 강점을 내세워 주어진 과제를 풀어낼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