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맨이 말한다➂] “우리는 서자 사업부”...생활가전 직원들, 성과급 갈라치기 ‘악순환’ 곡소리
-생활가전사업부, 연말 성과급 37.5% 지급 -반토막 줄어든 DS와 비교해도 턱없이 낮아 -“성과급 갈라치기 너무 심해 직원들 사기 저하 심각” -퇴사·입사 잦다 보니 중간급 부재...신입들 효율 떨어져 ‘악순환’
“삼성 입사했다면서? 돈 많이 벌겠네, 오늘 밥은 네가 사라.”
작년 많은 이들의 축하 속에 삼성전자 입성에 성공한 이씨(33)는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나면 항상 밥을 사야 하는 처지가 돼버렸다.
그러나 이씨의 속이 편치만은 않다. 이씨가 재직 중인 부서는 생활가전사업부로, 삼성전자의 메인 사업 중 평소 성과급이 가장 낮은 편에 속하는 ‘서자 사업부’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이씨는 “삼성전자에 다니면 무조건 고연봉일 거라고 생각하는데, 그렇지도 않아요”라며, “삼성 연봉 자체가 성과급 비중이 매우 높은 구조라서 어느 사업부를 맡느냐에 따라 급여 수준이 극과 극이거든요”라고 말했다.
그는 “제가 있는 생활가전사업부는 우리들끼리 말할 때 ‘서자 사업부’라고 불러요. 반도체나 네트워크사업부와 같은 예쁜 자식들과 비교하면 그만한 대우를 받지 못하니까요. 그렇다고 우리 부서가 일을 덜 열심히 한다거나 ‘워라밸’이 많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에요. 선배들은 앞으로도 이런 차별 대우가 바뀌기는 힘들 거라고 얘기하네요”라고 토로했다.
27일 <녹색경제신문>의 취재를 종합하면 삼성전자의 부서별 차별 대우에 대해 생활가전사업부 직원들의 불만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도 이씨와 같은 처지를 호소하는 생활가전사업부 직원의 글이 게재돼 있었다.
해당 글을 작성한 A씨는 “삼성의 가전사업부는 대외 환경의 영향을 특히나 크게 받을뿐더러, 당초 손익이 많이 나기 어려운 구조라 OPI(초과이익분배금)가 앞으로도 낮을 수밖에 없다”라며, “타 사업부와 동등한, 합리적인 OPI가 없다면 직원들이 끊임없이 이탈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삼성전자는 최근 경기 침체로 사업부 전반에서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도 생활가전사업부에 가장 낮은 성과급을 지급하기로 했다.
삼성이 이달 21일 사내 공지를 통해 발표한 사업부별 연말 TAI(목표달성장려금) 지급률에 따르면 생활가전사업부는 올 하반기 월 기본급 37.5%의 가장 낮은 성과급을 받는다. 지난 상반기(62.5%)에 비해서도 크게 떨어졌다.
DS(반도체사업) 부문, 그리고 같은 DX(디바이스 경험) 부문 중에서도 MX(모바일경험)와 VD(TV) 사업부는 각각 50%의 TAI율을 통보받았다. 이들 사업부는 상반기 대비 지급률이 반토막으로 떨어졌지만, 그래도 생활가전사업부가 받는 성과급보다는 높다. 이외에 네트워크사업부는 75%를 받기로 했다.
부서별 차별 대우로 인해 업무 환경에 미치는 악순환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크다. 이른바 ‘성과급 갈라치기’에 지쳐서 나오는 직원들이 태반이라는 것.
자신을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3년차 직원이라고 밝힌 B씨는 “사업부별 성과급이나 각종 복지 혜택의 격차가 너무 커서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직원들이 많다”라며, “부서 내 분위기 자체가 윗사람들은 일보다는 정치질에 매진하고, 말단 직원들은 뒤에서 불평, 불만을 얘기하는 식이다”라고 전했다.
이어 “이런 분위기에 지쳐 회사를 나오는 직원들이 많다. 퇴사와 입사가 워낙 잦다 보니 나도 초반에 적응하기 매우 어려웠다. 상사도 자주 바뀌어서 조금 익숙해졌다 싶으면 다시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해야 하고, 그러다 보니 야근도 잦고, 성과는 안 나오고 악순환의 반복이다”라고 덧붙였다.
B씨는 똑같이 힘들게 일하지만 마땅한 대우를 받지 못하는 것에 대한 상대적 박탈감이 중간급 직원들의 부재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신입들이 성과를 내는 것 자체가 어려운 구조라는 지적이다.
그는 “중간관리자가 도중 이탈하는 것을 막으려는 조치가 필요해 보인다”라면서도, “사실 이를 위해서는 일하는 만큼 대우를 높여줘 전체 부서 분위기를 끌어올려야 하는데 현실이 어렵다”라고 울분을 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