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형 맥주'... 발포주 제품 포트폴리오 확대하는 주류업계
발포주 시장 고속 성장, 내년 4000억원 육박 전망 맥주 생산 제반 비용 상승, 대용품으로 인기 오비맥주·하이트진로 등 발포주 포트폴리오 확대·
인플레이션 상황이 장기화된 가운데 주류 시장도 변하고 있다. 올 들어 맥주 가격이 인상되자 소비자들 사이에서 ‘발포주’가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다. 이에 국내 주요 주류업체들도 발포주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고 마케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발포주 수요를 적극 공략하고 나섰다.
“과거에는 선택의 폭도 좁고 이질감이 들어서 발포주를 선뜻 구매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요즘 들어 4캔 만원 맥주를 보기 어려워졌을 뿐 아니라 맥주 가격도 많이 올라서 발포주에 눈이 가고 있다.”
직장인 A씨는 최근 맥주 대신 발포주를 애용한다. ‘갓성비’ 제품을 선호하게 되면서 맥주와 비슷하지만 저렴한 발포주를 자주 찾게 됐다는 것이다. A씨뿐 아니라 최근 20~30대 사이에서 발포주는 고물가 시대 맥주의 대용품으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 발포주 시장규모는 3600억원으로 2019년 대비 80%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맥주시장은 전체 5조원에서 4조5000억원으로 10% 줄었다. 맥주 시장 성장이 둔화된 반면 발포주는 매년 수요가 늘면서 내년 초 시장규모가 4000억원대에 육박할 것이란 전망이다. 실제 홈플러스가 판매하는 발포주 ‘산타마리아’ 매출도 올해 331% 증가했다.
발포주는 일반맥주 대비 맥아 함유량이 낮아 주세율이 30%만 적용된다. 일반맥주(72%) 대비 세율이 낮은 만큼 출고가도 30~40% 저렴한 수준이다. 발포주는 2017년 하이트진로가 국내에 처음 발포주 ‘필라이트’를 8캔당 1만원에 출시하면서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처럼 발포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국내 주요 주류업체들도 제품 라인을 확장하면서 시장 선점에 나서고 있다.
먼저 오비맥주는 라거 프리미엄 곡물 발포주 ‘오엠쥐(OB Multi Grain)’를 전국에 출시한다. 오엠쥐는 현미, 보리, 호밀 등을 사용한 프리미엄 발포주로 지난 7월 파일럿 출시 후 SNS 등에서 화제를 모았다. 오비맥주는 일부 매장에서 판매하던 기존 500㎖을 비롯해 355㎖ 제품을 추가로 선보일 예정이다.
앞서 오비맥주는 오비라거 상징 캐릭터인 ‘랄라베어’를 활용해 오엠쥐 맥주 홍보에도 박차를 가했다. 홍대입구역, 강남역 등 20~30대 유동인구가 많은 서울 도심에서 게릴라 퍼포먼스를 펼치는 등 소비자 접점을 확대해온 것이다.
주류업계에서는 "발포주 시장의 후발주자인 오비맥주가 '필굿' 외에 브랜드 다양화를 통해 성장하고 있는 발포주 선두 자리를 노리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한편 일찍이 발포주 시장에 뛰어든 하이트진로의 ‘필라이트’는 누적판매량이 16억3000만캔을 돌파하며 발포주 대표주자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발포주 특유 밍밍한 식감을 개선하고 상쾌한 맛이 인상적이란 평가를 받는 ‘필라이트 후레쉬’ 판매량이 많았다는 설명이다.
필라이트는 최근 국내 최초 체리 발포주 ‘필라이트 체리’를 한정 출시하는 등 제품 포트폴리오를 빠르게 늘려가고 있다. 발포주 시장 선도주자인 만큼 제품 다변화 전략을 통해 독보적인 브랜드를 각인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밖에 최근에는 건강기능식품 트렌드를 반영한 ‘기능성 발포주’ 추가 계획이 알려지기도 했다. 이에 관해 하이트진로 측은 아직 공식적인 출시 예정일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신제품 출시를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최근 곡물 원재료, 포장재, 인건비 등 맥주생산 제반비용이 상승하면서 맥주 출고가도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이 가운데 가격경쟁력을 앞세운 발포주가 맥주 대용품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지 업계 관심이 주목된다.
한 주류업계 관계자는 20일 <녹색경제신문>에 "장기불황과 함께 먼저 발포주 시장이 활성화된 일본에는 발포주 종류만 수십가지에 이른다"면서 "국내 시장도 식품 전반적인 가성비 수요가 커지고 있는 만큼 발포주 시장이 빠르게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