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의료보험, 존폐 위기 벗어나려면···"'비급여관리·보험료 조정' 병행돼야"

- 실손의료보험 지속가능성과 시장 효율성 제고를 위한 토론회 개최 - 비급여 표준수가 가이드 도입, 비급여 관리 주체 신설 필요 - 현행 보험료 규제 수준의 적정성 검토도 제안

2022-12-12     윤덕제 기자

 

만성적자 상품인 실손의료보험이 지속가능성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효율적 비급여 관리뿐만 아니라 가격 규제 완화도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실손보험은 지속적인 보험료 인상에도 불구하고 적정 손해율을 훨씬 초과하면서 판매 중단까지 단행한 보험사들이 늘어나고 있는 만큼 존폐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2일 손보사 한 관계자는 "지난해 도수치료로만 지급된 실손보험금이 1조원을 넘어서는 등 비급여 진료 항목 지급보험금이 큰 폭으로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는 있다"며 "높은 손해율을 감당하지 못해 판매 중단에 나선 보험사들도 늘어나고 있는 만큼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한 구조적 개선 등의 노력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정성희 보험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난 9일 '실손의료보험 정상화를 위한 과제' 토론회에서 "실손의료보험은 지난 2009년 표준화 이후 지속적인 제도 개선을 실시했으나 예상치 못한 의료 공급 변화, 상품구조 개편의 소급 적용 어려움 등으로 개선 효과가 크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며 "지속성 위기 요인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비급여관리 강화 및 상품구조 개편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정 위원은 보험가입자에게 지급된 보험금 중 비급여가 약 2/3를 차지하는데 최근 도수치료 등 일부 비급여 항목으로 지급되는 비중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도수치료 등 9개 비급여의 손해보험 보험금 증가율은 23% 수준으로 이같은 상황이 유지된다면 5년후에는 6조9000억원으로 3.3배 증가될 것으로 우려했다.

또한 통계 집적과 심사를 거치는 급여와 달리 비급여의 경우 가격·제공량 등의 통제 장치가 부재하고 의료소비자의 합리적 이용을 위한 제도 역시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이는 동일한 비급여 항목에도 의료기관 간에 과도한 가격 편차가 발생하고 질병·진단명과 무관한 검사 시행, 약제 과잉 처방 등 비급여 적정성 기준이 없어서다.

이밖에 보장구조가 변경되지 않는 실손보험 1·2세대 등의 보유계약이 50% 이상으로, 실손가입자의 계약전환 이외에는 현재 새로운 상품구조 개편을 기존 보유계약에 영향을 미치는 제도적 뒷받침도 없는 실정이다.

이에 정 위원은 실손의료보험 지속성 제고를 위해 ① 비급여 표준수가 가이드 도입, ② 비급여 관리 주체 신설, ③ 비급여 적정성 사후 확인제도, ④ 비급여 표준화·사용 의무화를 추진하고, 향후 상품구조 개편을 재가입주기 단축·상품 자율화 확대 방향으로 개선할 것을 제안했다.

이와 함께 정 위원은 "국민건강보험의 효율적 재원 활용과 실손의료보험의 정상화를 위해서는 비급여 공급의 효과적인 관리 방안을 핵심으로 건강보장 정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또 실손의료보험의 합리적인 보험료 조정을 위한 제도 개선을 제안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토론회에서 '국민건강보험의 비급여 진료비 관리 방안'으로 주제발표한 김진현 서울대 교수는 국민건강보험의 비급여 관리가 미흡해 공보험과 민간보험 모두 재정의 과다지출을 유발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현행 비급여 상세내역조사는 표본기관 등이 제한적이어서 자료의 대표성이 부족해 국민이 필수적으로 부담하고 있는 비급여 진료비의 자세한 실태 파악이 곤란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진료비 실태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서는 요양기관이 심평원에 건강보험 급여비를 청구할 때 환자에게 발생시킨 모든 급여, 비급여 진료비 자료를 제출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실손보험 손해율은 지난 2016년부터 지속적으로 100%를 넘었고 지난해에는 132.5%였으며 올해 역시 120%대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다수의 보험회사가 실손보험 판매를 중단했는데 지난해 3월까지 손해보험사 3곳과 생명보험사 9곳에 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