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억 초과' 고액예금 790조 달해..."기회 노린다"

자산시장 침체기 겪으며 시중자금 은행으로 몰려

2022-10-31     박금재 기자
[출처=신한은행]<br>

자산시장이 침체기를 겪으면서 시중자금이 은행으로 몰리고 있다. 부동산과 주식에서 재미를 보기 어려워진 탓에 은행 정기예금에 돈을 묻어놓고 기회를 엿보는 자산가들이 많아진 것으로 풀이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주식과 부동산에서 큰 돈이 예금으로 이동해 고액예금이 크게 늘어난 것"이라면서도 "대내외적 리스크가 해소된다면 다시 예금이 자산시장으로 옮겨갈 가능성도 높아 두고 볼 일"이라고 평가했다.

3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은행의 저축성예금 중 잔액이 10억원을 초과하는 계좌의 총예금 규모는 787조915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말 대비 18조1930억원 늘어난 것으로, 사상 최대 규모다. 1년 전과 비교하면 71조6800억원 급증했다.

한국은행은 매년 반기별로 예금규모별 계좌수 및 금액을 집계해 4월과 10월에 공표하고 있다.

10억원 초과 고액 예금 계좌수는 지난해 6월 말 8만4000계좌에서 지난해 말 8만9000계좌, 올해 6월 말 9만4000계좌로 증가했다.

10억원 초과 저축성예금 잔액은 2017년 말 499조1890억원에서 2018년 말 500조원을 넘어섰고, 2019년 말에는 다시 600조원을 돌파했다. 이어 2020년 말 676조1천610억원에 이어 2021년 말에는 700조원을 넘었다.

계좌수는 2017년 말 6만2000에서 2018년 말 6만7000, 2019년 말 7만3000, 2020년 말 7만9000, 2021년 말 8만9000 등으로 증가해왔다.

지난 6월 말 기준 10억원 초과 고액계좌를 종류별로 살펴보면 정기예금이 528조9780억원으로 전년 말과 비교해 3.8% 증가했다.

반면 기업 자유예금은 같은 기간 234조7850억원에서 237조3960억원으로 1.1% 증가하는데 그쳤고, 저축예금은 24조4480억원에서 21조430억원으로 13.9% 감소했다.

기업 자유예금은 법인과 개인기업의 일시 여유자금을 은행에 예치하는 상품이며, 저축예금은 입출금이 자유로운 결제성 예금이다.

올해 상반기 개인과 기업은 입출금이 자유로운 대신 이율이 낮은 저축예금이나 기업 자유예금 보다는 예치기간을 정해놓고 상대적으로 고금리를 제공하는 정기예금 등으로 몰려간 것으로 보인다.

저축성예금 중 5억원 초과∼10억원 이하의 잔액은 6월 말 기준 72조6440억원이었고, 1억원 초과∼5억원 이하는 200조341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말의 69조1450억원과 194조460억원과 비교하면 각각 5.1%와 3.2% 증가했다.

이에 따라 저축성예금 중 상대적으로 고액인 1억원 초과 예금잔액은 6월 말 기준 1000조원을 돌파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9.4% 증가한 수준이다.

대다수의 기업들은 투자 불확실성이 큰 상황인 만큼 은행에 돈을 넣어두고 관망하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대표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이 3분기 '어닝쇼크'(실적충격)를 기록하는 등 기업들은 최근 실적 부진이 이어지고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자 투자를 철회하거나 생산 규모를 줄이고 있다.

그 과정에서 현금을 안정적인 은행 정기예금에 묻어두면서 투자 시기나 기회를 살피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은행별로 차이는 있지만 통상 10억원 초과 고액 예금의 80∼90%를 기업이 차지하고 있다.

예금자보호법상 보호한도는 개인은 물론 법인도 5000만원에 불과하다. 다만 시중은행의 경우 영업정지나 파산 등으로 원리금을 지급하지 못할 위험은 거의 없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또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개인 뿐만 아니라 기업들도 위기 상황에서 안정적인 은행을 찾고 있는 움직임이 분주하다"면서 "시중은행과 비교해 리스크가 큰 지방은행의 경우 파격적인 금리를 내세운 정기예금을 통해 고객들을 끌어모으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