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 ESG 글로벌 대표 지표 'TCFD' 공시 잘 하고 있나…보고 수준 ‘미흡’
국내 100개 기업, TCFD 공시율 23% 조사 5개 항목 중 1개만 보고…"명확한 이해 부족" 한국TCFD얼라이언스 발족…"기후경쟁력 강화"
국내 기업들의 TCFD(기후관련 재무정보공개 태스크포스) 공시 수준이 전반적으로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평 기업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TCFD를 보고한 국내 100개 기업의 평균 공시율은 약 20%로 집계됐다.
전체 공시항목 5개 중 1개 만을 보고하고 있는 셈이다. 업계에서는 이때문에 공시하는 회사들도 자기회사에 유리한 항목만을 선별적으로 하고 있다는 의혹이 확산되고 있다.
글로벌 통합 ESG 공시표준을 제작하고 있는 ISSB(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가 TCFD를 벤치마킹한 만큼 국내 기업들의 공시 역량강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를 위해 지난 6월 ‘한국TCFD얼라이언스’가 출범했다. 총 55개 기관과 여야 의원이 참석한 민간 협의체로 멤버 간 노하우 공유 등을 통한 공시 역량제고를 목표로 한다.
국내기업, TCFD 공시수준 ‘미흡’…보고항목 5개 중 1개만 공개
국내 기업들의 TCFD 공시수준이 부진한 것으로 드러났다. 법무법인 지평 기업경영연구소가 이달 국내 100개 기업의 TCFD 공시현황을 분석한 결과 평균 공시율이 23%로 조사됐다. TCFD가 권고하는 공시항목 5개 중 단 1개 만을 보고하고 있는 셈이다.
TCFD는 대표적인 기후변화 공시표준으로 국제회계기준재단(IFRS)이 추진하는 통합 ESG 공시기준도 TCFD를 벤치마킹하고 있다. 글로벌 1위 자산운용사 블랙록은 피투자기업에 TCFD 도입을 요구하는 등 글로벌 책임투자 요건으로 또한 자리잡고 있다.
TCFD는 크게 지배구조, 전략, 위험관리, 지표 및 목표 4대 영역에 걸쳐 총 11개 권고 공개항목, 49개 구체적 공시사안으로 이뤄져있다. 지평 기업경영연구소는 이 49개 항목별 배점을 각 1점씩 두어 총취득점수 49점을 백분율로 환산해 공시율을 도출했다.
분석 결과 기후리스크 관련 공시수준이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낮은 공시율(5%)을 기록한 항목은 ‘위험식별-평가 프로세스’다. 기후위기에 관한 기업의 재무적 위험을 측정 및 관리하는 절차를 다루는 항목이다. 다음으로 이사회감독, 단·중·장기 기후관련 위험과 기회파악, 기후관련 위험과 기회 영향 등이 차례로 낮았다.
반면 가장 높은 공시율을 기록한 항목은 경영진 역할, 온실가스 배출량 항목으로 각각 공시율은 46%, 51%다. 국내기업 두 곳 중 한 곳은 해당 공시를 진행하고 있다는 의미다.
지평 기업경영연구소 측은 “한국 기업들의 TCFD 권고안에 대한 명확한 이해가 부족하다고 판단된다. TCFD가 목적으로 하고 있는 투자의사 결정에 유용한 기후 관련 정보 공개가 되기 위해서는 아직 경험과 기술적 능력이 많이 필요하다”며 “TCFD 적용을 위한 가이드라인과 구체적인 적용 경험에 대한 공유 등을 위한 정부는 물론, 비금융권과 금융권 간의 협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코앞으로 다가온 국제 통합 ESG 공시…TCFD 얼라이언스 출범
이러한 국내 기업들의 TCFD 공시수준을 한 단계 높이기 위해 민간 차원에서 ‘한국TCFD얼라이언스’가 활동하고 있다. 지난 6월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은 ‘한국TCFD얼라이언스’를 발족했다. 발족일 기준 참여기관은 KB금융지주, 신한금융지주, 삼성SDS, KT 등 금융·비금융업권 총 55곳이다.
여기에 국회 여야 의원이 공동 자문위원으로 합류해 법제도적 지원을 돕는다. 공동 여야 대표의원은 더불어민주당 이용우 의원, 국민의힘 강민국 의원이다.
이들 기관이 모인 데는 국제 ESG 통합공시가 코앞으로 다가온 영향이 크다. IFRS는 글로벌 ESG 공시기준을 통합하기 위해 지난해 11월 ISSB(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를 설립했다. 이후 지난 3월 TCFD 표준을 그대로 수용한 초안을 발표했다. 현재 ISSB는 초안에 대한 각국 의견서를 검토해 올 연말 최종표준 공표를 목표로 하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공시초안에 대한 검토의견을 취합하는 과정에서 이를 둘러싼 국내기업들의 우려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지난 7월 금융위는 11개 주제에 대한 세부의견을 ISSB 측에 전달했다. 이 중 눈에 띄는 부분은 기업의 전 공급망을 아우르는 ‘스코프(Scope)3’ 배출량 공시다.
ISSB는 초안에서 모든 기업이 스코프3 정보를 공시해야 한다고 규정했으나 한국 측은 “상당한 기업 부담”을 우려해 중요산업으로 대상을 좁힐 것을 제안했다. 수용여부는 미지수다. 금융위 관계자는 “지난 달 검토의견서를 보내며 국제적 논의에 참여했고 아직 답변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미수용에 따른 대응절차를) 말씀드리긴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ISSB 측이 추진 중인 표준안이 TCFD를 벤치마킹한 만큼 TCFD 보고준비를 통해 이를 충분히 대처할 수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민간에서 자발적으로 얼라이언스를 발족해 공시수준을 높이고자 노력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스코프3 배출량 공시는 TCFD 항목 중 하나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양춘승 상임이사는 “우리 금융기관과 기업들은 기후리스크의 계량화, 재무영향 추정 분석, 시나리오 분석 등 기후관련 정보공개의 기법을 파악하고 적용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한국TCFD얼라이언스 출범을 기점으로 기후정보공개에 대한 서로의 지식과 경험, 정보와 지혜를 공유하고 공생발전을 위해 협력하는 기회를 가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