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타임머신] 가구업계 실적, 집값 폭락한 2012년 보다 심각...이유는?

올해 상반기 주택매매량 전년 동기 대비 44.5% 감소 한샘 올 상반기 영업이익, 2012년 대비 감소폭 8배 높아 부동산시장 외에 물가 상황 '가구업계' 매출 주요한 변수

2022-10-07     이용준 기자

[유통타임머신]

① 가구업계 실적, 집값 폭락한 2012년 보다 심각...이유는?

② "해외여행 재개되면 백화점은 어렵다?"...신종플루 때는 어땠을까


경제는 ‘사계절의 순환’이란 말이 있다. 시장경제는 호황, 과열, 불황, 침체를 끊임없이 반복하는 사이클이란 뜻이다. 따라서 경제 계절을 파악하면 현재를 진단하고 미래 리스크를 대비할 수 있다. 하지만 마크 트웨인의 말처럼 과거는 항상 같은 형태로 반복되지 않는다. 이에 <녹색경제신문>은 반복되는 유통가 과거를 조명하면서 현재와 차이를 진단해보는 [유통타임머신] 심층 연재를 준비했다.

세계경제가 본격적인 긴축기조로 돌아서면서 한국도 기준금리 인상을 서두르고 있다. 금리가 추세적인 상승세에 접어들자 대출수요는 줄고 자연스레 주택매매량이 급감하고 있다.

부동산 시장이 얼어 붙으면서 가장 먼저 직격탄을 맞은 곳은 가구업계다. 사람들이 집을 구매하지 않고 이사를 하지 않으니 연관산업까지 위축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업계 관계자들은 ‘주택매매량’은 가구업계 매출에 가장 중대한 변수라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부동산시장 침체를 감안해도 현재 주요 가구업계 실적은 과도할 정도로 폭락하고 있다. 정말 가장 큰 문제 부동산 시장일까?

문제의 해답을 찾기 위해서 과거를 돌아보자. 현재 주택시장 불황은 2012년을 연상케 한다. 부동산시장은 2008년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 장기적인 침체국면에 접어들었다. 집값은 2010년부터 하락세를 보이더니 2012년 하락의 정점을 찍었다. 당시 서울과 수도권 아파트값은 각각 6.55%, 5.77% 떨어지면서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최저점을 기록할 정도였다.

집값이 떨어지니 주택매매량도 급감했다. 실제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써브에 따르면 2012년 상반기 주택매매량은 40만799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30.2% 급락했다. 국토해양부(현 국토교통부)가 실거래 매매량을 집계한 2006년 이후 최저치였다. 한편 2022년, 올해 상반기 주택매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44.5% 하락했다.

부동산시장이 급속도로 얼어붙자 한샘, 리바트(현 현대리바트) 등 가구업계 실적도 타격을 입었다. 2012년 한샘의 상반기 매출은 359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7% 상승했지만 영업이익은 219억원으로 9.3% 줄어들었다. 같은 기간 리바트 역시 매출은 2465억5339만원으로 8.26% 증가한 반면 영업이익은 36억6401만원으로 57.48% 감소했다.

이처럼 2012년에도 주택매매량과 가구업계 매출은 비례적인 경향을 보였다. 하지만 주목할 점은 올해 상반기 가구업계 영업이익 하락폭이 2012년 대비 압도적이란 것이다. 올 상반기 한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조262억원 8.5% 소폭 감소한 반면 영업이익은 2012년 대비 무려 8배나 높은 77.0% 감소했다. 같은 기간 리바트 역시 영업이익이 82.3% 급락했고 이는 2012년 대비 1.4배 높은 수치다.

요컨대 부동산시장 침체라는 같은 조건에서도 최근 가구업계 부진은 한층 심각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렇다면 이유는 무엇일까? 업계 경쟁 과열, 성장한계, 중고거래 시장 활성화 등 다양한 원인이 있지만 주요한 변수는 ‘물가’인 것으로 보인다. 가구업계 실적은 주택매매뿐 아니라 원·부자재, 인건비, 물류비 등 다양한 요소가 작용한다.

2012년 상반기 국제유가는 전년 동기 대비 10.3% 정도 올라 직전년(37.2%) 보다 낮은 증가 폭을 보였다. 반면 올해 상반기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국제 유가가 36%대까지 급증하면서 물류비 부담이 가중되고 수익성이 악화돼왔다.

또 올해는 소비자물가가 지속 상승하면서 원·부자재 가격이 폭등하고 경기침체가 장기화되고 있다. 실제 올해 상반기 소비자물가는 전년 대비 4.6% 상승했다. 이는 1998년 이후 24년 만에 최대치다. 반면 2012년은 정부의 물가안정 목표치를 하회하는 2.7% 상승한 데 그쳤다. 특히 7월(1.5%)은 12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했을 정도로 뚜렷한 저물가 기조가 지속됐다.

즉 당시 가구업계는 부동산시장 침체에도 불구하고 제반비용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면서 실적하락을 상쇄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최근 가구업계는 내부변수뿐 아니라 코로나19와 우크라이나 사태 등 외부변수가 중첩되면서 실적악화가 가중돼왔다. 이에 업계는 내수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해외사업을 강화하는 등 자구책을 강구해왔다. 하지만 팬데믹 여파로 글로벌 시장이 극심한 부진을 겪으면서 이 마저도 뚜렷한 성과를 내기 어려웠다.

한 익명의 가구업계 관계자는 7일 <녹색경제신문>에 “주택매매가 활성화되면 인구이동이 증가하고 자연스레 업계 매출은 높아진다”면서도 “하지만 통계적인 자료가 없는 변수나 통제할 수 없는 많은 요소까지 예측하고 대비하기란 어렵다”며 “경기회복시기를 예의주시하면서 디지털전환 등 사업경쟁력을 키우는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