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사이언스] '암흑물질과 공룡'...공룡을 멸종시킨 것은 암흑 물질이었다

2017-03-22     한익재 기자

6600만 년 전, 도시 하나만 한 천체가 우주에서 지구로 쿵 떨어졌다. 그것 때문에 발생한 격변으로 공룡들이 죽었고, 당시 지구에 살던 모든 생물종의 4분의 3도 죽었다. 그런데 그 천체는 어디에서 온 것이었을까?

랜들의 가설은 여기서 출발한다. 그는 그것은 혜성이었는데, 혜성이 원래의 궤도에서 이탈한 것은 태양계가 우리 은하의 은하면 속에 담긴 암흑 물질의 원반을 통과하느라 교란을 겪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하바드대 이론물리학과에서 여자로는 처음으로 종신교수직에 올랐으며 베스트셀러 과학 논픽션 '숨겨진 우주'와 '천국의 문을 두드리며'의 작가이자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고 가장 많이 인용되는 입자 물리학 논문의 저자이기도 한 물리학자인 리사 랜들은 이책에서 이러한 도발적인 질문을 던지며 최신 물리이론을 소개하며 공룡의 멸망을 추론, 독자들을 환상적인 과학의 세계로 안내한다.

이 책은 탐색 방법조차 아직 분명치 않은 암흑 물질과 수천만 년 전에 갑자기 일어난 공룡 멸종의 수수께끼를 하나로 엮으면서 우주의 역사와 생명과 인류의 역사에 감춰진 충격적인 비밀에 도전한다.

랜들은 독특하고도 광범위한 관점으로 암흑 물질을 지구의 역사와 연결 짓는다. 대중 문화와 사회 정치적 관점도 끌어들이면서 암흑 물질, 우주, 우리 은하, 소행성들, 혜성들, 지구와 천체의 충돌에 관한 최신 발견들을 - 사실로 확인된 것뿐 아니라 추측 단계인 것도 - 소개한다.

또한 생명의 진화와 멸종에 관한 최신 발견들도 소개한다. 랜들은 지구의 운명이 우주의 조성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똑똑히 보여 주며, 수십억 년에 걸쳐 진화한 우주 속 우리의 존재가 사실은 아주 취약한 것일지도 모른다는 사실도 보여 준다.

우리를 둘러싼 우주 환경을 탐사하는 이 기발하고 신선한 책에서, 랜들 교수는 우주의 기막힌 사연 밑에 깔린 우리 세상의 과학을 설명한다. 이 이야기에서는 작은 것과 큰 것이, 눈에 보이는 것과 숨은 것이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이 책은 우리 세상에 중요한 의미를 띠는 심오한 관계들을 조명할 뿐 아니라 우리를 둘러싼 모든 구조들과 관계들의 놀라운 아름다움을 깨닫게 한다. 일단 이 책을 읽은 사람은 지구와 밤하늘을 두 번 다시 예전과 같은 방식으로 바라볼 수 없을 것이다.

암흑 물질은 우주에 존재하는 수수께끼의 물질로, 보통 물질처럼 중력을 통해서 상호 작용하지만 빛을 방출하거나 흡수하지는 않는다. 천문학자들은 암흑 물질의 중력이 미치는 영향을 감지할 수 있지만 그것을 말 그대로 보지는 못한다. 공룡은 2억 3000만 년 전부터 6600만 년 전까지 육상을 지배했던 척추동물이다.

랜들은 아무 상관이 없는 듯 보이는, 심지어 전공분야도 판이한 암흑물질과 공룡을 하나의 운명으로 묶는다. 암흑 물질이 궁극적으로 (그리고 간접적으로) 공룡의 멸종에 책임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주장하며 시나리오를 제시한다.

왜 공룡에게 재앙을 안긴 천체는 태양계 외곽에서 온 혜성이었을 수도 있지만, 왜 혜성이 약하게나마 안정되게 묶여 있었던 원래 궤도에서 이탈했을까.

랜들과 동료들이 제시하는 우리 가설은 이렇다. 태양이 우리 은하의 중간면을 통과하는 동안 - 은하수, 즉 맑은 밤하늘에서 볼 수 있는 별들과 밝은 먼지의 띠 말이다. - 태양계는 암흑 물질로 이뤄진 원반을 만난다.

그 원반이 태양으로부터 멀리 있는 천체를 이탈시킴으로써 재앙과도 같은 충돌을 촉발하는 것이다. 우리 은하 주변에도 많은 양의 암흑 물질이 엄청나게 매끄럽고 희박한 구형의 헤일로를 이루어 우리를 둘러싸고 있다.원반의 중력이 끌어당기는 힘이 워낙 강해서 태양계 외곽의 혜성들을 제 궤도에서 이탈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길을 벗어난 혜성은 태양계에서 쫓겨날 수도 있고 - 그보다 더 중대한 경우인데 - 안쪽 태양계를 향해 달려오는 새로운 궤도를 취할 수도 있다. 그러다가 지구에 부딪힐 가능성도 있을 것이다.

랜들은 이 발상이 옳은지를 아직은 모른다며 공룡을 멸종시킨 혜성 이야기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그 이야기를 둘러싼 맥락과 과학이라고 말한다. 거기에는 학문적 틀이 훨씬 더 잘 확립된 우주론과 태양계 연구가 포함된다고 덧붙인다.

그는 이책을 통해 독자들이 "물질은 무엇으로 만들어졌을까? 우주와 시간은 어떤 성질을 갖고 있을까? 우리가 오늘날 보는 우주의 모든 것은 어떻게 진화하여 세상에 나오게 되었을까? 그런 질문들을 많이 나눌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하고 있다.

저자 : 리사 랜들

이론 물리학자. 하버드 대학교 물리학과 교수로서 입자 물리학과 우주론을 연구하고 있다. 프린스턴 대학교 물리학부, 매사추세츠 공과 대학 및 하버드 대학교 물리학과에서 이론 물리학자로서는 종신 교수직을 취득한 첫 번째 여자 교수이기도 하다. 1962년 미국에서 태어났으며 뉴욕의 스타이버선트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하버드 대학교 물리학과에서 입자 물리학과 우주론을 연구했다. 하워드 조자이 교수의 지도로 이론 물리학 박사 과정을 마쳤으며, 현재 하버드 대학교 물리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1999년 라만 선드럼 박사와 함께 발표한 「비틀린 여분 차원(Warped extra dimensions)」 논문을 통해 전 세계 물리학계의 주목을 받았고, 21세기 들어 가장 많이 인용되는 영향력 있는 이론 물리학자 중 한 사람이 되었다. 그녀가 제안한 여분 차원 이론은 ‘랜들-선드럼 모형’으로불리며 현대 이론 물리학의 여러 난제를 해결할 실마리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그리고 급팽창 우주론, 초대칭성 이론, 대통일 이론, 끈 이론 등에 공헌했다.

미국 물리학회는 물론이고 미국 과학 아카데미, 아메리카 철학회, 아메리카 예술 과학 아카데미의 정회원이기도 하다. 앨프리드 슬론 재단의 연구상, 미국 자연 과학 협회가 주는 젊은 과학자 상, 미국 물리학 교육자 협회가 주는 클롭스테드 상, 미국 물리학회가 주는 ‘최다 인용 논문상’ 등을 수상했다. 다수의 물리학 학회를 기획하고 여러 물리학 학회지의 편집 위원으로 활동하며 전 세계 이론 물리학계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시드 매거진]에서 ‘2005년의 과학 아이콘’으로, [뉴스위크]에서 ‘2006년의 주목할인물’로, [타임]에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명’으로, [롤링 스톤]에서 ‘변혁의 사자 100명’ 중 한 사람으로 선정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