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석투자 더 늘려라”…美 ESG 반대 행동주의 펀드 돌풍

美 스트라이브, 반 ESG 펀드 순자산 3억 달러 돌파 행동주의 전략 채택…화석연료 투자확대 요구 ESG 행동주의 기세 꺾이나…내년 표대결 벌이나

2022-09-13     김윤화 기자

반(反) ESG 행동주의 ETF(상장지수펀드)가 미국 증시에 등장했다. 출시 1달 만에 순자산 3억 달러를 돌파하는 등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된다. ESG 투자를 정치적 행위로 간주하고 재무적 이익에 기반한 주주활동을 전략으로 삼는다. 최근 에너지공룡 기업 셰브론에 화석투자를 늘리라는 내용의 주주서한을 보냈다. 

지난해 ESG 행동주의가 시장의 관심을 끌어모은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미 자산운용사 엔진넘버원은 작년 행동주의 펀드 ETF 두 개를 출시했다. 이를 통해 확보한 대리의결권으로 올해 환경, 사회 관련 주주제안에 80% 이상의 찬성표를 보냈다. 다만 핵심적인 주주제안에선 반대하는 등 주춤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美 스트라이브, 반 ESG 펀드 출시…1달 만에 순자산 3억 달러 돌파 


미 스트라이브 자산운용사가 출시한 ‘스트라이브 미 에너지 ETF(티커 DRLL)’의 순자산이 3억 달러를 넘겼다. 9일 기준 순자산은 3억2803만 달러(약 4500억원)다. 출시 1달도 채 되지 않은 기간에 이룬 성과다. 펀드는 석유, 천연가스부터 친환경 에너지까지 미 에너지산업 전반에 투자한다. 

ETF는 ‘반 ESG 펀드’로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다만 다른 반 ESG 펀드보다 성장세가 눈에 띄게 가파르다. 담배, 도박 등 이른바 죄악주에 투자하는 베드인베스트먼트사 ‘B.A.D ETF’는 출시 10달 만에 순자산 800만 달러를 가까스로 넘겼다. 

이 둘은 가른 차이는 무엇일까. 다른 반 ESG 펀드와 달리 스트라이브는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초과 성과를 달성하고 있는 에너지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 포트폴리오 상위 3개 종목인 엑손모빌, 코노코필립스, 셰브론 주가는 12일 기준 최근 1년간 각각 98%, 76%, 65% 올랐다.

기존 에너지 ETF와 다른 차별점은 행동주의 투자전략이다. 스트라이브 측은 “다른 사회적, 정치적, 문화적 또는 환경적 목표를 고려하지 않고 재정적으로 측정 가능한 투자 수익을 기반으로 모든 프로젝트를 평가할 것”이라는 주주활동 방향성을 밝혔다. 스트라이브는 출범 후 1달 동안 10곳의 기업에 주주개입 활동을 폈다.

스트라이브 비벡 라마스와미 대표는 “다른 자산 관리자는 고객들의 돈을 이용하여 그들이 동의하지 않는 사회적, 정치적 의제를 발전시키는 데 사용하고 있다”며 “이는 수탁자 의무를 위반하는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고객들의 목소리를 대변한다”고 말했다.


엔진넘버원 vs 스트라이브, 내년도 주총에서 승부 가린다


스트라이브와 정반대에 위치한 자산운용사는 엔진넘버원이다. 엔진넘버원은 ESG 행동주의 펀드로 지난해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특히 블랙록 등 대형 투자자들의 지지를 등에 업고 작년 엑손모빌 이사진 3명을 교체하기도 했다. 친환경 에너지 투자에 미흡하다는 이유 때문이다.

스트라이브는 이와 반대로 또 다른 대형 에너지 기업인 셰브론에 화석연료 투자를 늘릴 것을 요청하고 있다. 라마스와미 대표는 6일  “셰브론은 블랙록 등을 포함한 대규모 기관투자자로부터 비즈니스 가치 파괴적인 사안을 채택해야 한다는 압력에 직면해 있다”며 “장기적 투자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석유 및 가스생산에 투자해야 한다”는 내용의 서한을 셰브론 측에 보냈다. 

스트라이브가 보유한 셰브론 지분은 0.02%로 지난해 엔진넘버원의 엑손모빌 보유지분과 같은 비율이다.

셰브론은 이에 대한 즉답을 피했지만 ESG 투자에 대한 전반적인 기세가 줄고 있는 게 사실이다. 키움증권 안예하 연구원은 “한동안 붐이었던 ESG 금융시장이 ‘에너지 가격급등’, ‘금융시장 구조 변화’ 등의 역풍을 맞으면서 성장세가 주춤해졌다”며 “미국 52개 주 가운데 24개 주에서 ESG나 SEC 기후 관련 공시 등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냈다”고 말했다.

엔진넘버원도 올 주주총회에서 엑손모빌에 공급망 탄소배출량(Scope3) 공개를 요구하는 주주제안에 반대하는 등 타협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를 두고 환경단체 팔로우디스 마크 반 바알 대표는 “설명할 수 없는 유턴”이라고 비판했다. 과거 엔진넘버원이 엑손모빌에게 Scope3 배출량 공개요구를 한 적 있기 때문이다.

내년도 미 주주총회 시즌에서 ESG와 반 ESG 세력 간에 본격적인 표대결이 예측된다. 네이트 케러시 더이티에프 대표는 “스트라이브가 투자에서 정치를 제거하려는 시도로 자신을 포지셔닝할 수 있다면 'DRLL ETF'의 초기 성공을 기반으로 계속 성장할 것”이라며 “스트라이브는 자산을 실행 가능한 수준으로 확장하기 위해 힘든 싸움을 하게 될 것이지만 최근의 ESG 반발을 감안할 때 그 시기는 다소 적절한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