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B 금리인상에 원화 또 추락하나…“달러 독무대 이어진다”

유럽중앙은행, 8일 자이언트스텝 예고 유로존 경기침체 우려에 달러강세 불가피 7일 원·달러 환율 장중 1380원 돌파 추석연휴 뒤 美 FOMC 개최…1400원 넘나

2022-09-08     김윤화 기자

현지시각 8일 유럽중앙은행(ECB)이 최소 0.5%p 이상의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하며 원·달러 환율이 추가로 상승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7일 원·달러 환율은 장중 1380원을 돌파하며 2009년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ECB가 기준금리를 한 번에 0.75%p 올리는 자이언트스텝을 밟을 시 추가적인 원화 가치하락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무리한 금리인상으로 유로존 경기침체 우려가 깊어지면서 달러강세를 부추기게 되기 때문이다. 

정부는 추석 기간 ECB 회의 등 국제 금융시장 동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연휴 다음 주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를 열고 금리인상에 나서면서 이달 중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를 돌파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유럽중앙은행, 이달 자이언트스텝 밟는다…”성장 막더라도 물가 잡는다”


8일 ECB가 통화정책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한 번에 0.75%p 올리는 자이언트스텝을 단행할 전망이다. 물가 때문이다. 지난 8월 유로존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대비 9.1% 올랐다. 역대 최고치다. 우크라이나 전쟁발 에너지난에 연말 10%대를 넘길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유럽중앙은행은 지난 7월 통화정책회의에서 10년 만에 금리를 인상했다. 한 번에 0.5%p를 인상한 빅스텝이다. 

경기침체 우려에 시장전망은 빅스텝으로 조금씩 기울고 있다. 지난 2일 러시아는 독일로 통하는 노드스트림1 파이프라인 공급을 잠정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재가동 조건은 서방제재 중단이다. 이 영향으로 5일 유럽 천연가스(네덜란드TTF) 가격은 하루 동안 30% 급등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피치는 6일 이번 조치로 내년도 유로존 경제성장률(GDP)이 1.5~2%p 감소할 것으로 내다보며 “유로존 경기 침체 가능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높은 천연가스 가격은 유럽 기업의 마진과 현금 흐름에 압박을 가하는 중”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ECB는 경기침체를 무릅쓰더라도 물가를 잡겠다는 의지다. 지난 달 미 잭슨홀 포럼에서 이사벨 슈나벨 ECB 이사는 "저성장과 더 높은 실업률의 위험이 있더라도 현재의 인플레이션에 더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발언했다.

하이투자증권 김명실 연구원은 “경기침체 가능성을 생각하면 자이언트스텝 금리인상이 충분히 부담스러우나, 물가수준을 고려하면 75bp(1bp=0.01%p) 인상이 필요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시장 선물가격은 9월과 10월 회의를 모두 합쳐 125bp 금리 인상을 반영 중이다”라고 설명했다.


원·달러 환율 1400원대 돌파?…”유로존 경기침체, 달러 강세 부추길 것”


이번 금리인상은 원·달러 환율에 추가적인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무리한 금리인상에 따른 유로존 경기침체에 달러화 수요가 상대적으로 더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원·달러 환율은 7일 장중 1380원선을 돌파했다. 2009년 금융위기 이후 13년 만이다.

하나증권 전규연 연구원은 “(ECB가 자이언트스텝을 밟을 경우) 정책금리가 1%대(1.25%)로 오르고 미-독 금리차가 다소나마 축소되는 점은 유로화의 하단을 지지하겠지만, 긴축 이후 유로존 경기가 악화될 가능성, 러시아의 천연가스 공급 중단 등 유로존을 둘러싼 악재들을 감안하면 유로화 약세가 지속될 듯하다”고 말했다.

한국투자증권 김대준 연구원은 “물가 상승세는 저지할 수 있겠지만 경제 전반이 냉기에 노출될 전망이다. 이는 유로화 가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유로화가 생각보다 강하지 않다면 109p를 상회하는 달러인덱스는 위를 향해 좀 더 움직일 수 있고, 이는 그대로 원·달러 환율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진단했다.

환율 불안이 높아지면서 정부는 구두개입에 나서고 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7일 "외환시장 쏠림을 당국이 예의주시하며 보고 있다"며 "쏠림현상에 관해서는 필요할 경우 적절한 조치, 시장 안정조치를 할 것”이라고 발언했다. 

다만 추 부총리는 아직까지 우려할만한 상황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추 부총리는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 규모는 세계 9위 수준이며 IMF(국제통화기금)가 얼마 전 한국의 외환보유액이 외환시장 변동성을 흡수할 만큼 충분하다는 공식 판단도 내렸다”고 밝혔다.

한국은행은 ECB 회의가 있는 추석 기간 금융시장 동향을 모니터링한다는 계획이다. 이승헌 한국은행 부총재는 7일 ‘긴급 시장상황점검회의’를 열고 “최근 원화의 약세 속도는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에 비해 빠른 측면이 있다”며 “유럽중앙은행 통화정책 결정회의 등으로 외환시장의 변동성이 높아질 가능성이 크므로 추석 연휴 기간 중 국제금융시장 동향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등 대응태세를 공고히 해달라”고 당부했다.

현대차증권 오창섭 연구원은 “미국 달러화 강세 및 글로벌 경기침체 논란 등으로 향후 원·달러 환율이 1400원 수준까지 상승할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면서 “과거와 달리 원·달러 환율 상승이 수출개선 효과는 미미한 가운데 원자재 수입 증가 등으로 무역적자가 크게 확대되는 등 한국경제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