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IM 상용화] 이통3사, 듀얼심 전용 요금제로 ‘고객 가두기’ 작전...알뜰폰업계 대안은?

-e심 프로모션 다각화로 고객 이탈 막는 이통3사 전략에 맞서 -“두 번호 모두 알뜰폰 채택하는 고객 확보 전략도 적극 검토” -KT·LGU+, 듀얼심 전용 요금제 출시...‘유보신고제’ SKT는 심사 중

2022-09-05     고명훈 기자
[사진=KT]

9월 e심(eSIM) 도입으로 SKT·KT·LGU+ 이통3사가 나란히 듀얼심 전용 요금제를 내놓으며 본격 고객 가두기 작전에 돌입한 가운데, 당초 e심 도입으로 시장 확장을 기대했던 알뜰폰업계에서도 이에 발맞춘 새로운 카드를 꺼내 들지 귀추가 주목된다.

5일 녹색경제신문의 취재에 따르면 MVNO(가상 이동 통신망 사업자, 알뜰폰) 시장 내에서 e심 전용 프로모션 등 신규 고객 확보를 위한 전략을 검토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통3사가 알뜰폰으로의 고객 이탈을 방지하기 위해 대안을 꺼내든 만큼, 알뜰폰 사업자들도 이에 정면으로 맞서겠다는 방침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알뜰폰업계 관계자는 녹색경제신문에 “e심 도입에 맞춰 알뜰폰 시장에서도 현재 자체 서비스를 출시하는 곳도 있으며, 소비자들이 알뜰폰을 통해 e심을 쓸 때 혜택이 넓어지게끔 저마다 e심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요금 할인이나 다양한 프로모션 등을 추진하는 방향으로 검토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다만, “e심이 알뜰폰만을 위한 서비스라기보다는, 도입 배경 자체가 소비자 관점에서 혜택을 늘리기 위해 정부에서 밀어서 추진한 것”이라며, “이통사에서도 소비자를 붙잡거나 시장을 넓히기 위해 듀얼심 전용 요금제를 내놓는 부분에 대해서는 우리가 부정하거나 반대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하며, 소비자 관점에서 당연히 긍정적인 현상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사진=LG유플러스]

앞서 국내 e심 도입이 확정되자 알뜰폰업계에서는 단연 환영하는 분위기였다. e심이 장착된 단말기에서는 두 개의 전화번호에 각각 다른 요금제에 가입할 수 있어 알뜰폰을 찾는 고객이 보다 많아질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음성 서비스는 이통사의 기본 요금제를 사용하더라도, 데이터 서비스는 저렴한 가격으로 무제한 상품을 이용할 수 있는 알뜰폰 요금제를 선택할 수 있는 것이다.

이통3사에서도 이를 우려해 애초 e심 도입을 반대해 왔었다. 그러나 정부 주도로 e심 도입이 확정되자, SKT·KT·LGU+는 듀얼심 전용 요금제를 새로 선보이면서 알뜰폰으로의 고객 이탈을 막고 나섰다.

이통사의 전략에도 불구하고, 알뜰폰업계에서는 여전히 이번 e심 도입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데이터요금제에 프로모션을 집중함으로써 한 회선에 대해서는 고객들이 알뜰폰 요금제를 선택하도록 유치하는 한편, e심 적용 단말기가 더 늘어나면 두 회선에서 모두 알뜰폰을 채택하는 고객 확보 전략도 적극 검토할 예정이다. 현재 e심을 지원하는 스마트폰은 최근 출시된 삼성전자의 갤럭시Z폴드4·플립4 시리즈와 애플의 아이폰 일부 모델이 포함된다.

이 관계자는 “알뜰폰 시장에서는 e심 자체에 대해 상당히 긍정적인 시각”이라며, “이통사에서 듀얼 요금제를 내놓은 것에 대한 여파를 떠나 어찌 됐든 합리적인 소비자라면 기존 개통 요금제 외에 두 번째 회선을 쓰고 싶을 때, 저렴한 알뜰폰 요금제를 찾는 경우가 많을 것으로 생각된다”라고 말했다.

이어 “나중에 e심이 지원되는 단말기가 더 다양해지면 메인과 세컨 회선 전부 다 알뜰폰을 쓰고자 하는 고객들도 늘 것이며, 이처럼 합리적인 요금제를 쓰기 위해 여러 방식을 고려하는 소비자 니즈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알뜰폰에서도 e심 전용 요금제를 출시하거나 알뜰폰 요금제로 메인 회선을 사용할 시 추가 할인을 해주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혜택을 내놓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SKT·KT·LGU+ 이통3사는 9월 국내 e심 도입에 맞춰 각각 듀얼심 전용 요금제를 출시했거나 출시를 앞두고 있다.

KT와 LG유플러스는 나란히 월 8800원에 듀얼번호를 사용할 수 있는 새 요금제를 내놨다. KT는 두 번째 번호용 데이터 1GB를 제공하고, 음성과 문자의 경우 메인 번호와 공유할 수 있게 했다. LG유플러스는 두 번째 번호에 250MB의 데이터를 제공하되, 메인 번호의 요금제에 포함된 ‘나눠쓰기 데이터’를 쉐어링해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두 회사와 달리 유보신고제를 채택한 SK텔레콤은 현재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듀얼심 요금제를 신고하고, 심사를 기다리고 있다. KT·LG유플러스가 내놓은 요금제와 크게 차이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SK텔레콤 관계자는 “과기부에서 심사 중인 내용을 지금은 얘기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