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짝 스쳤는데 5일간 뇌진탕 입원"···자동차보험, 주관적 통증 호소에 '속수무책'
- 자동차보험 환자 입원일수, 건강보험 대비 1.6배...1인당 진료비는 2.8배 수준 - 객관적 입증 불가능한 뇌진탕 및 경추 염좌에도 보험금 한도 높게 규정 - 경미 상해에 대한 보험금 한도액 규정하는 상해급수 개정 필요
# 자동차 사이드미러끼리 스친 접촉 사고에서 상대(피해) 차주가 뇌진탕 진단을 받았다며 한의원에 5일간 입원했고 수리비와 렌트비 명목으로 49만원을 청구했다. 이같이 자동차 사고로 입은 경미한 상해에 대해 보험금한도액을 규정하는 상해급수 개정 검토가 시급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18일 전용식 보험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뇌진탕 사례에서 나타난 자동차보험의 문제점' 보고서에서 "최근 언론에 보도된 자동차보험 경미 사고 사례는 상해 심도에 비해 과도한 손해배상을 초래하는 자동차보험의 허점을 보여주고 있다"며 "객관적으로 상해를 입증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보상 유인을 억제할 수 있는 자동차보험 상해급수 개정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손해보험사 한 관계자도 "자동차보험의 주요 적자 원인으로는 자동차 사고시 가벼운 증상에도 여러 병원을 입원하는 등 지나치게 오래 치료받는 과잉진료을 꼽고 있다"며 "선의의 대다수 보험가입자 보호를 위해서는 합리적인 치료관행 정립을 위한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임 위원에 따르면 최근 가벼운 자동차 접촉 사고로 인한 뇌진탕 장기 입원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뇌진탕 청구 건수와 진료비가 지난 2014년과 2016년 상해급수와 보험금 한도 조정 이후 급격히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 2018년부터 2020년까지 뇌진탕에 대해 지급된 평균 1인당 보험금은 269만원으로 이전 2010년에서 2013년까지의 평균 134만원에 비해 2배 수준까지 늘었다. 피해인원도 평균 4619명에서 5만1562명으로 11배 이상 증가했고 1인당 진료비도 60만5000원에서 113만원으로 2배 가량 높았다. 또한 입원 일수와 외례진료 일수는 각각 1.47배, 3.23배 증가했고 합의금 역할을 하는 1인당 향후진료비도 45만8000원에서 95만7000원으로 집계됐다.
전 위원은 "뇌진탕이나 경추 염좌에 대한 진단서가 피해자의 주관적 통증 호소에 따라 발급이 가능하기 때문에 가해자가 피해자의 상해 없음을 입증하기에는 제한적"이라며 "제도적 보완이 없다면 사고 피해자들의 불합리한 배상 청구는 지속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국내 자동차보험 제도는 상해 항목별로 진료비, 위자료 등 보험금 한도를 상해급수에서 정하고 있다. 1급부터 14급까지 각 급수에 대해 대인배상 부상 보험금 한도가 1급 3000만원에서 14급 50만원까지, 위자료 한도는 1급 200만원부터 14급 15만원까지 규정돼 있다.
특히 상해급수 11급의 뇌진탕은 수술 여부, 신경학적 증상의 중증도, 지속시간 관련 규정이 없어 진단이 불분명한 것으로 평가된다. 따라서 객관적인 입증이 가능한 뇌출혈 등 뇌 손상과는 다르게 주관적인 통증 호소만으로도 진단을 받아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다.
아울러 자동차보험 뇌진탕 환자는 건강보험에 비해 진료기간이 길고 진료비도 큰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보험 대비 자동차보험 환자의 입원일수는 1.6배, 외래진료 일수는 7.5배 길고 1인당 진료비는 건강보험의 2.8배로 분석됐다.
전 연구위원은 "경미한 상해를 입증하는데 있어서 진단서 이외에도 사고 상황이나 충돌 속도 등 상해 여부를 입증할 수 있는 수단이 포함돼야 한다"며 "경미 상해에 대한 보험금한도액을 규정하는 상해급수 개정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