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OTT 한국 진출 대신 토종 OTT와 협력 … 디즈니·애플 부진에 ‘합종연횡’

파라마운트, CJ 티빙과 손잡고 국내 콘텐츠 공급 워너브러더스-HBO, 웨이브에 1년간 콘텐츠 독점 공급 … “한국 진출 취소” 넷플릭스 압도적이고 디즈니·애플 등 부진한 선례 참고한 듯 “OTT 난립해 각자도생하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요금 부담 커” 분석

2022-06-08     이준용 기자
국내

파라마운트·워너브러더스-HBO, 국내 직접 진출 대신 토종 OTT와 협력

미국 영화 제작사 파라마운트가 자사 OTT(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인 파라마운트 플러스(파라마운트+)의 콘텐츠를 국내에서 티빙에 독점 공급한다. 올해 하반기 워너브러더스의 OTT 서비스 HBO맥스가 역시 토종 OTT인 웨이브에 1년간 콘텐츠를 공급하기로 한 것에 이어 글로벌 OTT가 국내 OTT와 협력하는 두 번째 시도다.

파라마운트 플러스는 오는 16일부터 CJ의 OTT 서비스인 티빙에 콘텐츠를 독점적으로 공급한다고 밝혔다. 티빙 서비스 내에 ‘파라마운트 플러스 브랜드관’을 열고 오리지널 콘텐츠를 공급하는 방식이다. 베이직 이상의 요금제를 사용하는 이용자들은 추가 비용 없이 파라마운트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 또 신하균·한지민 주연 ‘욘더’를 비롯해 7편의 티빙 오리지널 콘텐츠에도 투자해 한국 외 지역에서는 자사 플랫폼을 통해 공개할 계획도 공개됐다.

파라마운트 플러스는 최근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진출을 선언하며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파라마운트는 2024년 1억명의 구독자를 확보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파라마운트의 OTT 서비스인 파라마운트 플러스는 올해 1분기 기준 약 4000만명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으며, <스타트렉>, <옐로스톤>, <CSI> 등 인기 콘텐츠 IP를 확보하고 있다.

미국 영화 제작사이자 HBO 채널을 보유한 워너브라더스의 OTT HBO맥스도 올해 하반기부터 국내 OTT 웨이브를 통해 콘텐츠를 선보인다.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도 나서는데, 박시후·이시영 주연 ‘멘탈리스트’가 첫 작품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 직접 진출한 넷플릭스와 디즈니, 애플과 달리 이들 OTT는 다소 우회하는 경로를 택한 것으로 보인다.

디즈니플러스·애플TV 부진에 직접 진출 포기 … “비용 적고 리스크 부담 줄일 수 있어”

이들 OTT가 국내에 직접 진출 대신 토종 OTT와 손을 잡은 것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국내 OTT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며 부담을 느꼈다는 해석부터 OTT 시장의 포화 상태를 보여준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디즈니플러스의

가장 유력한 해석은 디즈니플러스와 애플TV 등 ‘선례’를 참고했다는 분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디즈니플러스는 마블·스타워즈 등 인기 IP를 많이 보유하고 있지만 그것만으로 국내 OTT 시장을 장악하기엔 역부족이다.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을 해야 하는데 넷플릭스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진단하며 “애플 역시 ‘파친코’ 이후 흥행을 이어가지 못하는 것 같다. 이들보다 규모가 작은 파라마운트나 HBO 입장에서는 이들 사례를 참고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실제로 HBO맥스의 경우 지난해부터 국내 진출을 전제로 서비스·개발 인력을 채용해왔으나, 최근 직접 진출을 백지화하며 채용을 모두 취소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HBO맥스는 국내 진출을 아예 접은 것으로 업계에 알려졌는데, 이번 (티빙과의) 발표로 못을 박은 셈이 됐다”고 설명했다.

결국 넷플릭스의 독주 체제에서 디즈니와 애플 등 상대적으로 ‘덩치가 큰’ 경쟁자들이 쉽게 승기를 잡지 못하는 상황을 보면서 ‘몸을 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전문가는 “국내 OTT와 협력하는 것은 결국 플랫폼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설명하며 “콘텐츠 사용료 형식으로 대가를 받기 때문에 수익도 적어지겠지만 국내 홍보·인건비 등 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무엇보다 리스크를 통제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짚었다.

“시장 구조적 문제” 분석도 … 한국 시장 규모, OTT 산업 흐름 등
“소비자 입장에서 OTT 난립하면 요금 부담 늘기 때문에 각자의 경쟁력도 떨어져”
OTT 간 합종연횡 더 늘어날 듯 … 협력·인수합병 등 다양한 방식 예상

이같은 움직임이 시장과 산업의 구조적 문제를 보여준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 시장의 규모가 리스크를 감수할 만큼 크지 않고,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전 세계적으로 완화되며 OTT 시장이 위축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시각을 가진 한 업계 관계자는 “‘대박’ 콘텐츠가 나오면서 주목받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규모로만 보면 한국은 큰 시장이 아니다. 중국이나 일본에 비해 직접 진출의 단기적인 메리트는 작다고 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OTT 산업의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코로나19 대응이 공존하는 방식을 바뀌며 일상회복 논의가 활발해졌고, 이에 따라 글로벌 OTT들의 ‘호황’이 끝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넷플릭스와 디즈니플러스 등 글로벌 대형 OTT들도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대량 해고를 통한 구조조정과 광고 기반 저가 요금제 출시 등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넷플릭스는 사용자 간 계정 공유를 금지하거나 공유에 대해 추가 요금을 받기 위해 방법 찾기에 나서기도 했다.

국내 업계에서도 시장이 예전 같지 않다는 말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거리두기 완화로 영화의 경우 극장 개봉이 다시 늘어나고 있고, 집에 있는 시간이 줄면서 OTT를 해지하는 이들도 많은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며 “OTT나 클라우드 게이밍 등 온라인으로 즐기는 여가활동이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는 잡았지만 이전과 같은 성장세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는 의견을 밝혔다.

소비자 입장에서 OTT들이 개별적으로 서비스를 출시하면 요금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에서 다양한 OTT 서비스를 이용해봤다는 A씨(29)는 “예전에는 넷플릭스 하나로 거의 모든 콘텐츠를 볼 수 있었는데, 디즈니나 애플이 서비스를 출시하면서 이들이 보유한 콘텐츠를 보려면 2~3배 이상의 요금을 내야 하게 됐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또 “(국내 출시에 대해서는) 잘 몰랐지만 파라마운트나 HBO까지 따로 출시됐다면 굳이 가입했을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시장의 성장세가 둔화되고 소비자들이 요금 부담을 줄이려고 나서면 ‘옥석 가리기’가 일어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도 나온다. OTT 서비스 중 1~2개 상위 서비스만 살아남거나 군소 OTT 간 합종연횡이 늘어날 것이라는 예측이다.

실제로 KT의 OTT 서비스인 시즌과 티빙의 협력 또는 인수합병에 대한 소문이 계속해서 돌고 있고, 정치권에서는 국내 토종 OTT들이 힘을 합쳐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CJ와 SKT, 쿠팡 등 사업자가 달라 인위적인 조정은 어렵지만, 상황이 더 악화되면 매각 등이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장기적으로는 그런 일이 생길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토종 OTT의 경우 각 사업자들이 이제 막 서비스를 출범시킨 만큼 당분간은 적극적인 투자 분위기를 이어가지 않을까 싶다”는 의견을 전해왔다.

글로벌 OTT 시장의 성장과 함께 국내 OTT 시장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는 가운데,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도 다양하게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