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 ‘송송’ 뚫린 금융기관, 연일 사고에…“믿을 곳 없네”
우리은행, 600억원대 횡령사고 발생 DLF 이후 내부통제 리스크 재부각 카드사, 부실한 금융보안 체계 도마
연이은 사고에 국내 금융기관의 신뢰가 추락하고 있다. 대형 시중은행에서 내부직원이 6년 간 돈을 빼돌린 일이 뒤늦게 발각되는가 하면, 부실한 금융보안 체계로 고객정보가 새어 나가는 일이 발생했다. 모두 최근 1달 동안 일어난 일이다. 금융당국이 각 기관을 대상으로 수사에 착수한 가운데 반복되는 악재에 잃어버린 신뢰를 되찾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번 우리은행 사건은) 전혀 들어도, 겪어도 본 적 없는 사건"이라며 "지금까지 기업자금을 횡령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일반고객 입장에서도 은행에 맡겨둔 돈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느낄 불안함이 분명 클 것"이라고 <녹색경제신문>에 전했다.
우리은행, 또 내부통제 리스크…6년 간 600억원 빼돌려도 몰라
우리은행에서 대형 횡령사고가 발생했다. 내부직원 한 명이 6년 간 회사자금 614억원(잠정)을 개인 계좌로 빼돌린 것. 우리은행은 이 사실을 27일 내부감사를 통해 처음 발견했다. 해당 직원은 전일 저녁 경찰에 자수해 수사를 받고 있다. 단순한 직원 개인의 일탈으로 간주하기엔 내부통제 시스템의 허점이 너무나 컸다.
우리은행은 28일 “금번 횡령 사건 관련 수사기관의 수사를 의뢰한 상태이며 자체적인 조사도 함께 진행할 예정”이라며 “계좌에서 돈이 인출되는 정황과 이후 계좌 관리 상황 등 세부적인 내용은 조사가 진행되는 대로 알려드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우라은행이 내부통제 부실로 논란을 일으킨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8년 우리은행은 파생결합펀드(DLF) 손실 사태 당시 내부통제에 실패했다는 이유로 금융당국으로부터 중징계를 받은 바 있다.
당시 은행장을 맡고 있던 손태승 현 우리금융 회장은 아직까지도 내부통제 준수여부를 두고 금융당국과 법정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8월 손 회장이 금융당국을 상대로 낸 중징계 취소소송(1심)에서 재판부는 ‘내부통제 기준은 마련됐으나 이를 준수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제재할 법리적 근거가 없다’며 손 회장 측의 손을 들어줬다. 지금의 법체계 내에선 내부통제를 부실히 운영해도 이를 처벌한 근거가 없다는 설명이다.
이 사건 이후 우리은행은 금융소비자 조직을 개편하는 등 내부통제 시스템을 강화해나갔으나 이번에 또 다시 구멍이 뚫리며 비판을 면치 못하게 됐다.
카드사, 부실한 금융보안 체계로 고객 피해 키워…“엄중한 책임 물을 것”
이렇게 고객 신뢰에 구멍이 뚫린 곳은 은행만이 아니다. 이달 중순 국내 카드사들은 부정결제, 개인정보유출 등의 문제를 연쇄적으로 일으키며 이들의 부실한 보안체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특히 이 과정에서 일부 카드사는 소비자 피해를 발견하고도 이를 금융당국과 이용자들에게 알리지 않는 무책임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신한카드와 롯데카드는 최근 해킹, 개인정보 유출 등으로 명의도용을 당한 고객들 앞으로 많게는 수백만원이 결제되는 부정결제 문제를 일으켜 논란을 빚었다. 특히 신한카드는 카드번호 발급체계가 불법도용에 취약하게 설정된 사실을 금감원으로부터 지적받기도 했다.
금융감독원은 “해당 신용카드 번호가 규칙성 있게 발급되어 해외 부정사용에 노출될 위험을 확인했다”며 “전 카드사를 대상으로 회의를 별도 개최하여 카드번호 발급체계를 자체 점검토록 지도했다”고 말했다.
삼성카드, KB국민카드는 이 달 개인정보 유출 사고로 물의를 일으켰다. 자신의 금융 어플리케이션에 접속한 고객들이 엉뚱한 고객계정에 연결돼 이들의 결제대금, 이용대금 상세내역 등의 개인정보를 보게 된 것. 특히 삼성카드는 이 과정에서 피해자들에게 사실을 늦게 통보하며 추가적인 논란을 빚기도 했다.
삼성 측은 "개인 정보가 노출된 고객은 344명이며 외부 유출 및 금전적 피해는 전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며 “모든 임직원들은 이번 오류에 대해 머리숙여 깊이 사과한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즉각 수사에 돌입해 “사고발생 경위를 파악하여 소비자 피해가 발생한 경우 신속히 배상토록 하고, 재발방지를 위해 관련 시스템을 즉시 개선하도록 지도하겠다”며 “중대한 법규위반 행위가 확인된 경우에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중한 책임을 물을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