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반도체 팹리스’ 대박이라던데, 한국만 고개 못 드는 이유
-지난해 글로벌 TOP10 팹리스, 매출 48% 증가...반도체 시장 중 최고 성장률 기록 -한국 팹리스, 글로벌 시장에서 여전히 ‘약세’...국내 1위 LX세미콘도 세계 13위 그쳐 -“메모리 중심 대기업이 고급 인력 다 빼앗아”...LX세미콘도 LG에 AP 설계인력 인수 거절
글로벌 반도체 팹리스들이 고공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국내 팹리스는 여전히 세계 시장에서 약세를 보이고 있어 그 내면적인 이유에 관심이 집중된다.
28일 녹색경제신문의 취재에 따르면 업계 전문가들은 국내 반도체 팹리스의 글로벌 약세 원인으로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메모리 반도체 중심의 대기업들이 고급 반도체 인력들을 모두 쓸어 담기 때문이라고 지목했다.
한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녹색경제신문에 “우리나라가 반도체 강국이라고들 하지만, 국내 반도체 산업이 삼성·SK 등 메모리반도체에 치중하는 대기업들 중심으로 발전하다 보니까 이들 기업에 고급 인력을 모두 빼앗긴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 팹리스들은 서서히 다 죽어 나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에는 시스템반도체가 앞으로 유망한 산업으로 전망되면서 반도체 설계인력 자체가 완전한 고급 인력으로 분류되는 추세”라며, “이 때문에 오랫동안 반도체 설계를 진행해 온 국내 기업들이더라도 대기업 자본에 눌려 좀 더 풍부한 인력과 인프라를 가져가지 못하고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 데 한계를 겪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대기업들이 국내 반도체 생태계 역량을 강화하는 데 일조하겠다는 방침과는 다르게, 팹리스 등 시스템반도체 분야에 힘써온 국내 중소기업들은 정작 대기업들의 막대한 인적·물적 자원에 눌려 허리를 펴고 있지 못한다는 것이다.
국내 반도체 팹리스 기업, LX세미콘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LX세미콘은 최근 LG전자로부터 사내 유일한 CTO 산하 반도체 설계 담당 조직인 SIC센터의 인력을 인수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결국 거절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도체 설계인력이 추후 유망 자원으로 쓰일 수 있는 만큼, LG전자 역시 반도체 사업을 포기하지 않을 계획인 것으로 풀이된다. LG전자는 지난해 2분기 SIC센터 내부에 차세대 시스템반도체를 준비하는 ‘넥스트 SoC’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인공지능(AI) AP 등 다양한 고성능 칩 개발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LX세미콘은 국내에서 성장세가 높은 팹리스 기업이다. 현재 단가가 낮은 편에 속하는 디스플레이 구동칩(DDI) 위주의 사업을 펼치고 있어, 매출 성장을 높이기 위해서는 상대적으로 고가에 해당하는 AP칩 등 고성능 반도체 칩의 설계가 필요한 시점이다.
한편, 이날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상위 10개 팹리스 기업의 매출액은 총 1274억 달러(한화 약 156조원)로 전년 대비 48% 크게 뛰면서 전체 반도체 시장 중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매출액 기준 1위인 퀄컴이 293억 33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51% 증가했으며, 2위인 엔비디아는 248억 85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61% 올랐다.
글로벌 팹리스 시장은 미국과 대만 기업이 지배하고 있다. 세계 10대 팹리스 기업 중 6곳이 미국, 4곳은 대만 기업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1위 팹리스 LX세미콘 역시 OLED TV용 패널 출하량 급증 등 요인으로 지난해 매출액 전년 대비 63% 증가한 1조 8988억원을 기록했지만, 세계 시장에서는 13위에 머물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