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중 엇갈린 암호화폐 명암…“제재회피” vs “인도적 지원”

ECB “러시아, 가상화폐 통한 제재회피” 우크라 정부, 암호화폐 모금 행렬 국내 업비트 회원 900여 명 기부동참

2022-03-23     김윤화 기자

지난 달 우크라이나 기부 및 지원수단으로 각광받던 암호화폐가 최근 러시아의 제재회피 도구로 활용된다는 지적에 그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거래 시 국제결제망 등을 통과할 필요가 없는 암호화폐 고유의 특성이 각각 다른 방식으로 발현되는 모습이다.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 관계자는 "3월 초부터 러시아 IP 출금요청을 제한하고 국내 거주 러시아 회원도 없는 것으로 확인했다"며 "최근에는 우크라이나 기부 지원에 뜻있는 회원들을 돕기 위해 지난 20일까지 출금수수료를 지원하기도 했다"고 <녹색경제신문>에 전했다.


ECB "가상화폐, 러시아 제재 회피 수단 명백"…증거 없다는 의견 엇갈려


유럽중앙은행(ECB) 크리스틴 라가르드 총재는 현지시각으로 22일 열린 회의에서 러시아 개인과 기업이 국제 제재를 피하기 위해 가상화폐를 이용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우크라이나 침공 및 국제제재의 영향으로 러시아 루블화 가치가 폭락하며 루블 표시 비트코인 거래량은 지난 달 말 15억 루블 규모로 추정(카이코), 지난해 5월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날 라가르드 총재는 "최근 루블화에서 가상화폐로 교환되는 규모가 지난해 5월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이라며 "가상화폐는 전 세계 국가에서 러시아에 대해 결정한 제재를 우회하는 수단으로 명백히 사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총재는 이러한 활동에 동조하는 이들을 공범으로 규정하고 관련 제재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우리는 이러한 가상화폐와 관련된 교환, 거래, 제공활동을 하는 모든 이들이 국제제재를 회피하기 위한 공범임을 분명히 알리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러한 우려가 지나친 기우라는 비판도 있다. 블록체인 정보업체 체인널리시스는 이달 초 가상화폐를 통한 러시아의 제재회피 증거를 찾지 못했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국제제재를 주도하는 미국의 재닛 옐런 재무부 장관은 이 같은 우려에 이달 초 "제재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계속 지켜보고 누출이 있는지 여부를 평가할 것"이라며 관련 모니터링을 지속할 계획을 밝혔다.


가상화폐 커뮤니티, 우크라이나 지원 활발…국내 업비트 회원 900여 명 동참


반면 가상화폐가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 과정 중 제재회피 등을 위한 불법적 활동에만 활용된 것은 아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초부터 거래 중개자가 없다는 특징을 바탕으로 우크라이나 군사지원 등의 목적으로 적극 활용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우크라이나 미하일로 페도로프 부총리 겸 디지털 혁신부 장관은 지난 달 말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기 위한 암호화폐 기부 주소를 자신의 트위터에 공개하기도 했다.

영국에 본사를 둔 암호화폐 분석업체 엘립틱(Elliptic)은 지난달 말 우크라이나 정부가 전 세계 커뮤니티로부터 기부 받은 가상화폐 가치가 약 1890만 달러(약 230억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특히 이 중 대부분이 페도로프 장관의 지난 달 트윗 이후 이뤄졌다고 엘립틱은 말했다.

가상화폐 거래소를 통한 거래자들의 기부행렬도 최근 이어지고 있다.

글로벌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바이낸스는 지난 달부터 우크라이나 긴급 구호 기금을 위한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하고 있다. 펀딩은 암호화폐를 기부하는 형태로 2000만 달러 모금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23일 현재 목표치의 50%를 넘겼다.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도 이 달 우크라이나에 암호화폐를 기부한 회원들의 출금수수료 약 5000만원을 지원했다. 업비트는 자사 회원 900여 명이 약 1억6000만원 가치의 디지털자산을 우크라이나에 기부했다고 22일 밝혔다. 업비트는 기부 회원들에게 출금 수수료를 환급 지원하고 기부 증명 대체불가능토큰(NFT)을 지급할 예정이다.

업비트 관계자는 "우크라이나 평화를 기원하는 마음에서 출금 수수료 지원을 결정했다"며 "출금 수수료의 부담을 덜어 더 많은 회원들이 기부에 참여할 수 있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