널뛰는 탄소배출권 가격…탄소중립 역효과 일으키나

EU 탄소배출권 두 달 간 15% 올라 기업 불확실성 증가에 저탄소투자 감축 우려

2022-02-16     김윤화 기자

최근 탄소배출권 가격이 급격하게 뛰어오르며, 기업의 저탄소 전환투자를 지연하는 등 정책 역효과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U(유럽연합) 탄소배출권 가격은 최근 1년 간 3배 넘게 오르며 이러한 기업 불확실성은 가중되고 있다. 이에 최근 유럽의회는 배출권 가격상승폭을 제한하는 법안을 제출하는 등 여러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널뛰는 탄소배출권 가격…두 달 만에 15% 올라


영국 런던 국제선물거래소(ICE)에 따르면 EU 탄소배출권 가격은 지난 7일 역대 최고치인 t(톤)당 96.70유로까지 치솟았다. 이후 천연가스 가격이 하락하며 가격은 현재 90유로까지 내려왔다.

EU 탄소배출권 가격은 지난 한 해 동안 약 150% 오른 것에 더해, 최근 두 달간 20% 더 오르며 가파른 상승선을 그리고 있다.

국내 탄소배출권도 마찬가지다. 15일 국내 탄소배출권(KAU21)은 전 거래일 대비 4.5% 내린 31800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말 35100원과 비교해 두 달 간 10% 내렸다.

다만 이는 1년 전 가격(t당 18900원)과 비교해 70% 오른 규모다.

유안타증권 김호정 연구원은 "(탄소배출권은 탄소배출 감축에 큰 역할을 하지만) 중요한 문제는 상승 속도가 너무 가파르다는 점"이라며 "(물가가 높은 가운데) 탄소배출권 가격의 가파른 상승은 기업의 마진을 축소하게 되고 오히려 단기적으로 탄소배출 저감을 위한 투자를 늦출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가격 변동성 클수록 탄소중립 저해…"배출량 초과공급분 축소해야"


이렇게 탄소배출권 가격이 급등하며 역효과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특히 높은 가격 변동성을 지적하는 의견이 크다.

녹색금융관측소(Green Finance Observatory) 프레데릭 하체 이사는 3일 유럽의회 에너지위원회와 함께 발간한 보고서에서 "높은 배출권 가격이 (변동없이) 유지될 것이라는 기대가 없다면, 이러한 가격은 행동과 기술의 변화를 유도하는 데 거의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배출허용량 초과공급 문제와 결부된 극도로 높은 가격 변동성(extremely high volatility)은 의미있는 기후 변화 경감을 이루지 못하게 된 이유"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그는 당국이 투기억제에만 집중할 경우 가격하락이 일어날 수 있기에 단계적인 배출량 초과공급 감축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전했다.

이러한 목소리는 국내 배출권시장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자본시장연구원 송홍선 연구원은 "탄소가격의 예측가능성이 떨어지면 장기투자 성격의 할당기업의 탄소중립투자를 저해하는 문제점이 있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시장참여자 확대 및 간접투자상품 개발 △해외 거래소 연계 △최저경매가격제 도입 등의 안정화 방안을 지난해 제안한 바 있다.


배출권 가격상승폭 막는 법안도 나와…"EU 정책적 움직임 활발"


그런가 하면 한 유럽의회 의원은 변동성을 통제하기 위해 배출권 가격상승폭을 제한하는 법안을 16일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유럽의회 피터 리제 의원은 9일 정책 브리핑에서 "우리는 가격 충격에 대해 더 많은 예측 가능성을 제공하기 위해 이를 다듬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 개정안은 탄소배출량 초과 공급분에 대한 문제를 다루지 않는다는 이유로 녹색금융관측소 프레데릭 하체 이사를 포함한 여러 전문가로부터 비난을 받고 있다.

유안타증권 김호정 연구원은 "탄소배출권의 가파른 가격 상승으로 유럽에서는 가격 안정을 위한 제도 개선이 논의되기 시작했다"며 "유럽의 정책적 움직임에서 파생될 수 있는 시장의 대응과 변화가 예상되는 만큼, 탄소배출권 시장 안정을 둘러싼 논쟁은 중요한 이슈로 생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