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산업, 심각한 '모럴 해저드'에 존립 위협···"경상환자 과잉진료로 車보험 만성적자"
- 모럴해저드 심화 시 필수적 위험보장서비스 제공 타격 - 자동차보험 경상환자 과잉진료, 모럴해저드 대표 사례로 지목 - 합리적 치료관행 위한 제도개선 시급
저성장·저금리·고령화 등으로 보험산업이 침체국면에 접어든 가운데 보험회사의 존립을 위협하는 또 다른 요인으로 '심각한 모럴 해지드'가 지적되고 있다.
모럴 해저드가 심화될 경우 정직한 보험가입자들은 보험에 가입할 유인이 사라져 시장이 붕괴될 수 있으며 보험료에 위험률을 충분히 반영할 수 없는 보험사들은 보험 공급을 중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22일 정원석 보험개발원 연구위원은 '2021 KIDI 보험미래포럼'에서 "우리나라 보험산업은 심각한 수준의 모럴 해저드로 수익성이 크게 위협받고 있다"며 "고령화 및 저성장 등에 의한 보험 수요의 감소는 새로운 모럴 해저드를 유인하고 있어 보험회사의 생존마저 위태롭게 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자동차보험이나 실손보험 등은 국민에게 필수적인 위험보장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나 모럴 해저드로 보험회사가 위험보장 기능을 수행하지 못할 경우 사회후생이 심각하게 저하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 손해보험업계 관계자는 "자동차 사고시 가벼운 증상에도 여러 병원을 입원하는 등 지나치게 오래 치료받는 과잉진료는 심각한 도덕적 해이로 의심받을 수 있다"며 "선의의 대다수 보험가입자 보호를 위해서는 합리적인 치료관행 정립을 위한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손해보험업계에서는 자동차 사고시 일부 경상환자의 과잉진료를 자동차보험의 만성적인 적자 윈인으로 가장 먼저 꼽고 있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자동차보험의 대인 치료비는 지난 5년간 41.7% 증가했으며 치료비 증가분 가운데 경상환자 치료비가 전체의 90.8%, 4354억원에 달했다. 특히 한방치료비가 5367억원 증가한 반면 양방치료비는 오히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경상환자는 3.0%의 소폭 증가한 가운데 경상환자의 치료비는 66.1% 급증한 것이다. 이는 경상환자의 의료서비스 이용량 증가에 따른 1인당 치료비 증가 때문이다.
이같은 경상환자의 의료이용량 급증은 손실의 과장 등 높은 보상성 심리가 나타나는 모럴 해저드 현상이라는 분석이다. 또한 경상환자에 대한 객관적 판단기준이 없는 점도 모럴 해저드의 확대요인으로 지목됐다.
경상환자는 타박상, 염좌 등 피해자의 주장에 근거해 상해 정도를 판단하는 특성으로 인해 상해의 객관적인 판단기준이 부재해 피해자의 보상성 심리가 작동하고 있다는 풀이다.
제도적·환경적 요인도 보상 심리를 키우고 있다. 현행 자동차보험 제도에서 치료비에 대한 자기부담이 없고 의료이용이 증가하면 합의금도 커질 것이라는 기대가 있어서다.
우리나라의 자동차보험 대인청구율 역시 유사한 자동차보험제도를 운영하는 일본의 약 4.6배로 나타났다. 이는 대인배상 청구가 빈번하다는 의미로 합의금 등 보상금 목적의 청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이밖에 의료서비스 접근이 원활한 특별시나 광역시가 일반 도 지역보다도 대인청구율이 높은 점도 모럴 해저드의 사례로 거론됐다.
또한 동일한 상해라도 자동차보험의 의료이용량이 건강보험 보다 더 많은 것으로 집계됐는데 이는 자동차보험은 치료비 부담이 없고 의료이용량 증가 시 합의금도 증가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사고 경험이 있을수록 1인당 치료비가 높은 입원이나 한방치료를 신호하는 점도 모럴 해저드 현상으로 꼽았다.
이에 박진호 보험개발원 자동차기술연구소장은 "자동차 경미 사고로 인한 상해 위험 판단 시 의학적 소견과 함께 공학적 기준도 활용해 객관적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며 "조사 결과와 해외 연구 결과를 종합했을 때 속도 변화 10km/h 이하의 경미한 사고에서는 탑승자 상해 위험이 나타나지 않음을 입증했다"고 강조했다.
변혜원 보험연구원 실장 역시 "본인 과실에 대한 적절한 부담 비율 설정 및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주관적 윤리 기준의 회색 지대를 줄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