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CH meets DESIGN] 페이스북과 마이크로소프트의 가상세계, 어떻게 같고 다를까?

- 메타버스 영토 싸움의 출발지는 오피스와 일터

2021-11-11     박진아 유럽 주재기자

닐 스티븐슨(Neal Stephenson)의 미래 공상과학 소설 『스노 크래시(Snow Crash)』(1992년)와 최근 극장 개봉작 『레디 플레이어 원(Ready Player One)』(2018년 작)에 묘사된 인터랙티브 가상세계는 머지 않아 실현될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지금 미국 실리콘밸리의 거물 테크 기업들을 온통 사로잡고 있는 열병은 다름아닌 메타버스다.

인터넷-컴퓨터 디바이스-AR/VR 스피커 헤드셋 장비만 갖추면 전세계 지구인들이 사이버 가상세상으로 이동돼 (transported) 스스로를 디지털 분신(分身) 즉, 아바타(avatar)로 변신시키고 물리적인 이생(現生)의 현실에서 이루기 어려운 제2의 인생을 맘껏 펼칠 수 있는 가상 현실을 구축하겠다는 야심이 그것이다.

디지털 기기를 매개로 인터넷으로 수많은 네티즌들이 들고날며 활동할 수 있는 사이버 세계 속 평행우주(parallel universe)를 테크계에서는 ‘메타버스(metaverse)’라 부른다.

직장과 사무실, 메타버스 실험장
현재 페이스북과 마이크로소프트 두 거물 테크업체가 ‘메타버스’ 주도권 각축을 벌이는 사업 영역은 직장과 오피스용 가상현실 플랫폼이다.

두 사가 각각 개발한 오피스 환경 메타버스 프랫폼은 모두 사용자가 자신의 실제 모습(셀카 사진, 증명 사진 등)을 아바타 만들기 앱으로 생성한 애니메이티드 아바타로 전환한 후 사무실 공간을 시뮬레이션한 버추얼 공간에 로긴(log-in)하여 업무와 사교를 할 수 있는 혼합 현실(mixed reality) 환경을 활용한다는 점이 공통적이다.

페이스북

지난 10월 28일, 마크 저커버그(Mark Zuckerberg) 페이스북 CEO가 사명을 메타(Meta, 샌프란시스코 본사)로 변경한 것은 소셜네트워킹의 시대를 접고 ‘메타버스 기업’으로의 이행을 알리는 상징적 신호였다. 그보다 앞서 지난 7월 말 2분기말 실적 보고에서, 페이스북은 저렴하고 대중적인 버추얼 리얼리티용 헤드셋을 출시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누가 먼저 사용자에게 VR 헤드셋을 씌울 것인가
페이스북이 공개한 ‘호라이즌 워크룸(Horizon Workrooms)’ VR 원격 협업 플랫폼은 무료로 제공되는 플랫폼인 만큼 페이스북이 현재 보유중인 28억 5천 만 사용자를 3차원 현실로 투영시킨 하이브리드형 ‘메타’ 온라인 소셜미디어 세상으로 포섭하기 위한 준비 작업이다. 호라이즌 워크룸을 사용하려면 페이스북이 자체 개발한 VR 헤드셋 ‘오큘러스 VR(Oculus VR)’을 구매・착용해야 한다.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가 계획중인 메타버스는 페이스북에 비해 절제된 분위기다. 지난 11월 2일, 마이크로소프트의 사티아 나델라(Satya Nadella) 최고경영자가 공개한 마이크로소프트 ‘메시 포 팀스(Mesh for Teams, 이상 마이크로소프트 메시)’는 지난 2년 가까이 코로나-19 조치로 보편화된 재택근무 문화를 타고 급부상한 ‘줌(Zoom)’ 온라인 화상회의 앱을 한 차원 발전시킨 3차원 가상현실 온라인 협업 및 미팅 툴이다.

홀로그램, AI기반 시각・음성 인식, 혼합현실(mixed reality) 기술을 응용해 아바타로 화한 직장 팀원들이 홀로그램화된 사무실 또는 작업실 환경 속에서 실감나는 가상 미팅, 대화 및 문서 교환, 아이디어 교류 등 업무와 협업 경험을 할 수 있다. 또, 홀로렌즈2와 VR 헤드셋을 사용할 수 있으며 PC나 스마트폰 앱으로도 사용가능하므로 사용자 접근성이 더 넓다.

마이크포소프트

문제는 비(非)게이머 입장의 직장인들이 버추얼 사무실 업무를 위해 선뜻 VR 헤드셋을 착용하고 메타버스에 참여하는데 마음을 열 것인가다. 『스노 크래시』와 『레디 플레이어 원』 류의 SF 소설과 영화의 모티프처럼, 아직까지 메타버스의 상업적 잠재력을 가장 눈여겨 보며 투자가 벌어지는 산업분야는 온라인 인터랙티브 게임・오락 부문이다.

현 단계에서 페이스북과 마이크로소프트가 성취하려는 우선 목표는 원격 업무 가능성을 제공하는 통로를 이용해서 기성 소셜미디어 회원들을 서서히 가상현실 디지털 세계로 소개하고 디지털 세계에 친숙한 젊은 세대 신규 사용자를 포섭하는 것이다.

또 페이스북이 글로벌 회원수에 의존한 메타버스 저변화를 꿰한다면, 마이크로소프트는 과거 엔터프라이즈용 업무 주도의 상위하달식 시장 점령 전략을 취할 가능성이 높다.

‘N번째

현실과 가상 디지털 세상 사이를 장벽없이 유려하게 오가며 살아갈 수 있는 메타버스 세상은 아직 오지 않았다. 공상과학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다자 유저들이 동시다발로 숨가쁘게 활동하는 토털 몰입경험이 가능한 기술력과 클라우드 컴퓨팅 인프라가 완비된 그 날이 올 때까지 빅 테크 기업들의 메타버스 영토 전쟁은 더 치열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