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시대] '겨울철 주행거리 늘려라' 환경부 고시..."수입차 겨냥한 맞춤 규제?"

- 환경부, 전기차 보조금 지원 조건 강화 - 완성차 업체들 줄줄이 비상...가격 경쟁력 떨어질 수도 - BMW·테슬라·벤츠 영향 직접적...수입차 겨냥한 규제 가능성 - 테슬라·벤츠, 보급형 모델에 LFP 탑재 발표...국내 전략 바뀔까?

2021-11-12     정은지 기자

환경부가 전기자동차 보급대상 평가의 규정을 일부 개정한다고 고시한 가운데 완성차 업체들에 비상이 걸렸다. 정부가 보조금 지원 조건을 강화했기 때문이다.

환경부가 고시한 개정안에 따르면 저온 주행거리를 기존 상온 주행거리의 65%~70%수준에서 2022~2023년에는 65%~75%로, 2024년부터는 70%~80%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전기차는 통상적으로 온도가 내려가면 배터리 효율이 떨어져 주행거리가 짧아진다.

전략에 따라 보조금을 염두에 두지 않는 차량이 있는 반면, 보조금을 받을 수 있게 출시함으로써 소비자의 선택을 유도할 수 있기 때문에 향후 완성차 업체들의 행보가 주목된다.

보조금을 염두에 두지 않은 차량의 경우 환경부의 이번 조치가 판매 전략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는다. 

재규어의 전기차인 I-페이스는 1회 충전시 상온 333km, 저온 227km 주행이 가능하다. 이는 상온 주행거리 대비 저온에서 68% 수준의 성능을 발휘해 2022년도 환경부의 보조금 지원 기준에 미달하는 성적이지만 이미 가격이 1억1600만원이 넘는 고가의 차량이기 때문에 애초에 보조금 지원과는 거리가 멀다.

이런 경우 향후 페이스리프트 혹은 풀체인지 모델이 나오더라도 보조금을 염두에 두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보조금 지원이 구매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모델이다. 완성차 업체들은 향후 신차를 내놓을 때 세 가지 선택지를 놓고 고려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배터리 용량을 늘리거나 차량을 단종시키거나, 아니면 보조금을 포기하는 것이다.

무공해차 통합누리집이 제공하는 자료에 따르면 테슬라의 모델3 롱레인지 트림의 경우1회 충전주행거리는 상온 446.1km, 저온 273.1km다. 2021년 기준인 65%마저도 충족시키지 못한다. 모델3 퍼포먼스 트림의 경우도 상온 414.8km, 저온 250.8km로 실온 대비 저온에서 65% 이하의 주행거리를 보이고 있다.

BMW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현재 판매중인 BMW 전기차는 i3모델 하나인데, 상온 주행거리는 248km, 저온 주행거리는 160km에 불과하다. 

벤츠의 EQA250 모델도 국고보조금을 받을 수 있도록 가격을 낮춰 출시했지만 저온 주행거리는 204.2km로 상온 주행거리의 67%수준이다.

해당 차량들은 이미 인증을 받은 상태기 때문에 보조금을 지원받는 데에 영향이 없지만 향후 해당 라인에 변화를 주려면 배터리의 성능을 고려해야 한다. 

BMW관계자는 녹색경제신문에 "i3같은 경우 기존에 인증을 받은 차량이기 때문에 기존의 국가 보조금은 그대로 받을 수 있다"며 "다만 향후 출시되는 모델의 경우 새로 인증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저온주행가능거리에 따라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테슬라의 경우 모델3와 모델Y에 기존 NCM(니켈ㆍ코발트ㆍ망간) 배터리 대신 가격이 저렴한 LFP(리튬인산철)배터리를 탑재하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에 향후 국내에서의 판매량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LFP 배터리는 NCM 배터리에 비해 에너지 밀도가 낮을 뿐만 아니라 저온에서 특히 성능이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이번 환경부의 조치가 업계에 새바람을 일으킬지 주목된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이번 조치가 수입 전기차를 겨냥한 조치일 수 있다는 분석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실제로 현대와 기아가 밀고 있는 아이오닉5나 제네시스 GV60, EV6 등은 이번에 강화된 겨울철 주행거리 기준이 걸림돌로 작용하지 않아서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녹색경제신문에 "소비자들의 (겨울철 주행가능거리에 대한) 불만이 많았다. 겨울이 다가오니까 주행거리 떨어지는 것에 대한 이야기가 더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며 "여기에다 업계에선 테슬라가 보조금을 다 가져간다는 얘기도 있다. 그렇다 보니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선 그렇게(수입 전기차를 겨냥한 조치)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