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조이자 기업대출 사활 건 은행권…‘좀비기업’ 가려내라
- 기업대출 잔액 1049조원 - ‘비대면 채널’ 확대해 기업 고객 유치 - 수익으로 대출 이자도 못 갚는 기업 급증
시중은행들이 금융당국의 고강도 가계대출 조이기에 금리인상기 특수를 누리지 못하자 기업 대출에 적극 나서며 실적 쌓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내년에도 DSR 조기 확대 시행 등 가계대출에 제동이 걸리며 예대 마진 올리기가 쉽지 않은 만큼 은행들은 당분간 기업대출을 집중 공략해 이자 수익을 올릴 전망이다.
중소기업 대출 증가폭 대기업의 3.5배 ↑
지난 9월말 기준 시중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은 1049조원으로 전월 대비 7조 7000억원 증가했다. 이중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873조원이다. 대기업 대출 증가율은 2.44%인데 반해 중소기업대출은 8.5%로 대기업보다 증가폭이 3.5배 높았다.
시중은행 중 기업대출 비중이 가장 큰 곳은 신한은행으로 나타났다. 지난 9월말 기준 기업대출 비중은 ▲신한은행 49.26% ▲하나은행 47.21% ▲국민은행 45.55% ▲우리은행 46.46% ▲NH농협은행 43.91% 순이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코로나19 장기화로 피해를 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보호대책으로 ‘대출원금 및 이자상환 유예’ 조치를 취한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여기에 금융당국이 은행별로 기업대출 비중을 51~57%대에 맞출 것을 권고했다. 또 중소기업 대출의 경우 대출 뿐 아니라 외환 업무 등이 결합된 경우가 많아 대부분 인터넷은행이 아닌 시중은행에서 이루어진 점도 증가 이유 중 하나라고 판단했다.
은행들 비대면 채널로 기업 고객 유치 적극 경쟁
금융융감독원은 지난 8월부터 ‘온택트(溫, ON) 특례보증 제도’를 도입했다. 소상공인이 지역신용보증재단과 국민, 신한, 하나, 우리, 기업, 농협은행 등의 앱을 통해 재단 및 은행 방문 없이 보증부 대출 신청이 가능한 제도다. 이에 따라 시중은행들은 비대면 채널을 통해 중소기업 고객 확보 경쟁에 돌입했다.
먼저 국민은행이 지난해 말 100% 비대면 기업대출 서비스가 가능한 ‘KB스마트기업대출’을 구축했다. 우리은행은 개인사업자 대상 비대면 대출 상품인 ‘우리 오(Oh!) 클릭대출’과 네이버파이낸셜과 제휴한 ‘우리은행 네이버스마트스토어 대출’을 출시했다. 특히 우리은행 네이버스마트스토어 대출은 ‘비대면 개인 사업자 신용 평가 모형’을 도입해 금융거래가 없어 은행권 대출이 어려운 개인사업자에게도 대출 공급을 확대시켰다. 농협은행은 전국 상권분석 데이터를 무료로 제공하고 ‘NH기업스마트뱅킹’을 출시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특화 서비스를 강화했다.
좀비 기업 가려내 리스크 방지해야
문제는 늘어나는 기업 대출 가운데 이자조차 내지 못하는 ‘좀비 기업’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2020년 연간 기업경영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비금융 영리법인기업 79만 9399개 중 이자보상비율(기업의 채무상환능력을 나타내는 지표) 100% 미만 기업의 비중은 40.9%로 나타났다. 100% 미만이면 기업 수익으로는 대출 이자도 갚지 못한다는 것을 말한다.
아울러 자본시장연구원이 지난달 발표한 ‘코로나19 이후 국내 기업의 재무성과와 기업도산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부도 확률 최상위 그룹 기업은 기존 384곳에서 코로나19 이후 435곳 늘어나며 총 819곳으로 집계됐다.
따라서 은행들은 부실차주 걸러 내기 작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면 기업대출 리스크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은행권에서는 금융당국의 ‘대출원금 및 이자상환 유예’ 조치로 인해 좀비 기업 가려내는 작업이 어렵다는 판단이다.
금융권 전문가들은 현재 코로나19 지원 등으로 대출 심사에 신용도를 깊게 반영하지 못하거나 만기 연장 조치 등으로 부실 채권 규모가 작아 보이는 착시 효과 등으로 은행들이 리스크를 떠안을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