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탄소배출권 시장, 脫탄소화 바람에 날개…기업 부담은 증가

- 작년 310조원 3년간 5배 성장 - 한국 탄소배출권 시장 세계 2위 - 3달 간 배출권가격 2배 급등 - 석학·철강기업 비용부담 가중

2021-09-30     김윤화 기자
[출처=픽사베이]

글로벌 탈탄소화 흐름에 한국을 포함한 글로벌 탄소배출권 시장 규모가 커지고 있다. 글로벌 금융정보업체 리피니티브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탄소배출권 시장규모는 2290억유로(약 310조원)를 기록했다. 3년 전과 비교해 5배 이상 증가했다.

특히 올 한해 글로벌 배출권 시장은 큰 폭으로 성장했다. 코로나19로부터 각국 경제가 회복되며 탄소배출량이 늘어났고 EU에서 탄소국경세 도입을 발표한 영향이다. 또 탄소배출량 1위 국가 중국이 전국 통합 탄소배출권 거래를 시작한 배경도 크게 작용했다.

탄소배출권은 기업이 탄소를 배출할 수 있는 권리다. 기업은 제품생산과정에서 매년 할당된 범위(cap)에서 탄소를 배출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남거나 부족한 배출권은 시장에서 거래(trade)할 수 있다. 자체적인 탄소절감 노력을 통해 배출량을 낮춘 기업이 거래제도에서 이익을 보는 구조다.

EU에 따르면 탄소배출권 제도를 도입한 15년 동안 이를 적용한 기업설비의 탄소배출량이 약 35% 이상, 블록 내 전체 탄소배출량은 총 3억5000만t 가량 감소하며 절감효과를 증명했다.

◇ 탄소배출권 시장 1위 유럽…탄소배출량 1위 중국, 유럽 따라잡나?

유럽

유럽은 대표적 탄소배출권 거래국가다. 2005년 도쿄의정서 이후 처음으로 제도를 도입한 유럽은 현재 글로벌 1위 배출권시장이다. 리피니티브에 따르면 지난해 유럽 탄소배출권 시장은 글로벌 전체 거래량 중 약 90%를 차지했다.

유럽 배출권시장은 올해 역대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코로나19로부터 경기가 회복되고 지난 7월 탄소국경세 도입을 발표한 영향이 크다. 탄소국경세가 도입되면 EU수출국은 유럽의 탄소배출권과 연계된 CBAM(탄소국경조정제도)를 구매해야 한다. 이 같은 배경에 유럽의 탄소배출권(CKZ21)가격은 29일 t당 62.5유로로 거래되며 연초 대비 약 100% 상승했다.

중국은 유럽을 위협하는 신흥강자로 떠오르고 있다. 중국은 전 세계 탄소배출량 1위 국가다. 이에 정부는 2030년 배출량 정점을 찍은 이후 2060년까지 탄소중립을 이룬다는 계획이다. 그 방안 중 하나로 중국은 올해 지방거래소를 통합해 전국 통합 탄소배출권 거래를 시작했다. 현재 배출권 거래는 발전기업에만 한정되나 향후 5년 내 철강, 석유화학, 시멘트 등 더 많은 산업군이 제도에 편입될 계획이다.

장사오강 중국국제무역촉진위원회(CCPIT) 부위원장은 지난 5일 열린 한 포럼에서 “중국의 탄소배출권 거래 시장 규모가 3000억 위안(약 53조원)에 달하는 블루오션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 韓탄소배출권 시장 글로벌 2위 규모…치솟는 가격에 기업부담도 늘어나

이러한 흐름에 한국의 탄소배출권 시장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2015년 거래를 시작한 한국 배출권 시장은 5년 만에 시장규모가 약 45배 상승했다. 이에 지금은 EU에 이어 세계 2위 규모의 배출권시장으로 성장했다. 특히 최근 코로나19로부터 경기가 회복되며 배출권 가격이 큰 폭으로 올랐다. KAU21년물(2021년 할당배출권)은 29일 t당 2만9750원에 거래되며 최근 3달간 약 2배 상승했다.

앞으로 한국의 배출권 시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제3기 배출권거래제에 따라 증권사의 배출권 거래가 허가됐기 때문이다. 이에 30일 한국거래소에 탄소배출권ETF가 처음 상장되는 등 배출권 시장의 유동성이 점차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정부의 탄소중립정책 확대의 영향이 크다. 정부는 오는 10월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늘린 탄소중립기본법을 확정하고 이를 11월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발표할 예정이다.

탄소배출권 가격이 급등하며 기업들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 특히 탄소배출량이 많은 석유화학, 철강기업들의 비용부담은 더욱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기업들은 탄소포집, 수소에너지 등 저탄소기술을 자체적으로 개발하고 있으나 실용화 과정까지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입장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탄소배출권 거래의 규제를 풀기에 앞서 정부가 기술현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유진투자증권 강송철 연구원은 “유럽 등 일부 나라가 탄소국경세 도입을 추진하는 등 카본프라이싱 정책이 강화되는 추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중장기적으로 배출권 시장 역시 규모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뿐 아니라 다른 국가들의 배출권 가격도 긴 호흡에서 우상향할 가능성이 높아 유망한 장기 투자처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