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중국 글로벌 에너지 공급난, 녹색 에너지 전환의 도전

- 천연가스 가격 300% 급등, 전력가격 2배이상 상승 - 中 동남부공장 가동중단…애플·테슬라 공급망 위기

2021-09-29     김윤화 기자
[출처=픽사베이]

유럽과 중국의 에너지 공급난이 지속되며 각국의 녹색 에너지 정책이 도전받고 있다. 유럽은 올들어 풍력발전 등 재생 에너지 발전량이 부진하다. 이 영향으로 유럽 내 천연가스 가격은 올해 300% 급등했다. 중국은 당국의 환경규제의 영향으로 동남부 지역의 공장가동을 10월초까지 중단했다.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녹색 에너지 전환에 따른 도전이라 말한다. 에너저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이를 그린플레이션이라 부른다. 이제 남은 과제는 유럽, 중국 등 각국이 이 과도기적 변화를 어떻게 뛰어넘느냐는 것이다.

하이투자증권 박상현 연구원은 “탄소제로의 역설이 그린플레이션 현상으로 가시화되고 있다”며 “그린플레이션 현상은 물가압력 뿐만 아니라 경기사이클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 유럽 에너지 부족현상 악화…천연가스가격 300%급등, 전력가격 100% 상승

유럽 전역에서 에너지 부족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는 EU의 기후중립정책의 영향, 글로벌 화석연료의 가격상승, 유럽 풍력발전량 부진 등의 복합적인 요인이 어루러진 결과로 풀이된다. 그 결과 유럽 내 천연가스 등 화석연료 가격과 도매 전력가격이 급등했다.

대표적인 유럽 천연가스 지표인 네덜란드 TTF(익일물)의 가격은 연초대비 300% 이상 올랐다. 지난 27일(이하 현지시간) 1메가와트(MWHh)당 76.507유로로 장을 마감하며 전일 대비 8.92%, 8월 말 대비 52% 상승했다. 이에 유럽 내 전력가격도 큰 폭으로 올랐다. 유럽 내 도매전력 벤치마크지표인 독일칼2022는 지난 27일 1메가와트당 114.75유로로 거래를 마감하며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는 중이다.

이 같은 전력난에 유럽의 기후중립정책에 대한 내부 불만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가파르게 오르는 전력요금으로 인해 국민들의 경제적 부담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다가오는 겨울이다. 통계적으로 난방철 유럽 내 가스수요는 큰 폭으로 늘어난다. 이에 각국 정부는 가계부담을 달래는 긴급조치에 나서는 모습이다. 이탈리아와 프랑스 정부는 저소득 가구 등에 에너지 보조금을 지급했다. 영국은 소형 원전을 도입해 전기료를 낮춘다는 방침이다.

프란스 티머만 유럽연합 집행부위원장은 이달 정기회의에서 “그린딜을 5년만 더 일찍 이루었다면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도가 지금과 같지 높지 않았을 것”이라 말하며 녹색 에너지전환에 대한 기존의 입장을 강조했다.

◇중국 전력난…일부지역 공장가동중단, 글로벌 공급망 차질 불가피

중국의 전력난 문제도 만만치 않다. 전력부족에 일부 지역의 공장가동이 중단되고 대규모 정전사태까지 우려되고 있다. 이는 호주와의 지정학적 갈등에 따른 석탄공급부족, 당국의 탄소배출규제, 중국 내 제조업체의 전력수요증가 등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에 광동, 원난성 등의 중국 지방정부는 이달 중국 동남부 지역공장에 전력사용을 억제할 것을 요청했다. 일부 공장에는 10월초까지 전력공급을 중단하기도 했다. 이 영향으로 27일 장쑤성에 위치한 포스코의 공장가동도 멈췄다. 이러한 배경에 골드만삭스는 올해 중국 경제성장률을 기존 8.2%에서 7.8%로 하향 조정했다.

중국 내 전력부족은 글로벌 공급망 문제로도 확대되는 분위기다. 중국은 애플, 테슬라 등 글로벌 기업의 공급기지 역할을 하고 있다. 애플의 아이폰 부품 공급사인 대만의 페가트론은 28일 에너지감축을 위해 생산량을 줄일 계획이라고 전했다. 같은 이유로 테슬라의 부품 공급사인 이성정밀은 이달 30일까지 공장가동을 중단했다.

중국의 공급망 문제는 글로벌 물가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그린플레이션의 영향으로 전 세계가 비용을 치르는 모습이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의 이사 댈리 가이(Dale Gai)는 중국의 전력배급이 기술 공급망에 골칫거리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 한국, 글로벌 공급난 여파에 공공요금 인상 불가피…"탈탄소화의 비용청구"

이러한 글로벌 에너지 공급난에 한국도 안심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한국과 일본은 천연가스의 경우 장기계약을 통해 당분간 공급차질이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유럽, 미국 등 각국이 경쟁적으로 천연가스 비축량을 늘리는 가운데 향후 국내 공급도 불확실해질 전망이다.

천연가스, 발전 유연탄 등 화석연료의 가격상승에 따른 국내 물가상승압박도 커질 전망이다. 지난 23일 한국전력은 1년 사이 43%나 오른 발전 유연탄 가격에 다음 달 전기요금 인상을 결정했다. 이는 8년만의 첫 인상결정이다. 이러한 가운데 철도, 도시가스 등 화석연료를 주로 사용하는 공공서비스 기관들도 가격인상을 시사했다. 이에 기획재정부는 29일 물가관계차관회의를 이틀 앞당겨 개최했다.

만약 국내 에너지 가격상승이 장기화된다면 국내 녹색 에너지 정책에 대한 갈등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전기료, 가스료 등 공공요금이 큰 폭으로 인상되면 재생에너지의 필요성에 대한 국가적 공감대가 흔들릴 수있기 때문이다.

KTB증권의 신지윤 연구원은 “아시아 LNG 현물가격이 약 5배 급등했다”며 "이는 탈탄소화가 연결된 구조적 현상”이라 전했다. 그는 이어 “탈탄소화 초기국면에 비용증가는 필연적이다. 가스와 원자력은 지속가능발전 수단으로 불명확해 결국 재생에너지의 빠른 확대 외에 해결책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