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이야기] 김기환號 KB손해보험 '1등 DNA'로 위상회복 박차···'내재가치·외형성장' 두마리 토끼 노린다

- 지속된 실적 악화에 금융지주 요직 거친 김기환 사장 부임 - 올해 출범 6주년 맞은 KB손보 수장 맡아 본업경쟁력 개선 - 1등 DNA 외치며 인력구조 개선작업과 신성장 동력 확보

2021-09-08     윤덕제 기자

‘별의 순간’이란 무엇인가. 한 인간의 미래를 결정하는 운명의 순간이다. 누군가에게는 선대의 말 한마디가 웅장한 울림이 되고, 어떤 이에게는 책에서 읽은 한 구절 또는 사소한 이벤트가 거대한 변화를 일으키는 별의 순간이 되기도 한다. 

기업인에게도 별의 순간이 있다. 이 별의 순간은 기업인 개인의 운명은 물론 국가미래까지 변화시키는 ‘터닝 포인트’다. 산업을 재편하고, 일반인의 일상과 사회의 미래까지 바꾸는 거대한 수레바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별의 순간은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선대 회장의 밥상머리 교육이었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은 애플의 아이폰을 보고는 스마트폰 시대에 ‘사람이 모이면 돈이 되겠다’는 단순한 생각에 카카오톡을 창업한다. 단순한 생각이 그에게는 카카오를 국민 메신저로 자리잡게 하는 터닝 포인트였다.

<녹색경제신문>은 대한민국의 현재와 미래를 움직이고, 결정하는 주요 기업인들의 인간적인 면모와 함께 오늘 그들의 성공을 가져온 터닝 포인트와 위기에 임하는 그들의 자세 등을 다루는 ‘CEO 이야기’를 연재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편집자 註(주)]

김기환 사장은 KB손해보험의 장기 내재가치 증대에 집중하고 있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이에 KB손해보험은 보험업 본연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보장성보험 위주의 장기인보험 확대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KB손해보험이 KB금융그룹 품에 안긴지 올해로 6주년을 맞이했지만 변함없는 경영전략은 '내재가치(EV) 중심의 성장'이다. 

재무통이자 리스크관리 역량을 갖춘 김기환 사장이 올해 KB손해보험의 새로운 수장으로 부임한 배경도 이와 무관하지 않은 분위기다.

김기환 KB손해보험 사장은 지난 2016년 KB금융지주 리스크관리총괄임원, 2018년 KB금융지주 최고재무책임자까지 역임한 후 올해 1월 KB손해보험 대표이사에 올랐다. 재무·리스크·홍보·HR·글로벌 등 다양한 업무 경험을 바탕으로 그룹 내 핵심사업에 대한 높은 이해도와 경영관리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는 평가다.

하지만 보험업계에서는 연이은 실적 부진을 겪고 있는 KB손해보험의 체질개선을 위해서는 내실경영뿐만 아니라 보다 공격적인 시장 확대 전략도 요구되는 시점이라는 분석이다.

김기환 사장이 올 1월 대표이사에 부임한 후 '현장중심경영'을 앞세우며 외형성장을 위한 변화의 바람을 불러일으킨 것도 이러한 취지로 판단된다.

터닝포인트 , KB금융지주의 '가치경영' 추구를 위한 재무·리스크 역량 갖춘 김기환 사장 취임

올해 1월 4일 김기환 사장은 KB손해보험의 새로운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취임사를 통해 김 사장은 KB손해보험이 보유한 '최초', '유일', '1등 DNA' 등의 자긍심으로 당당히 1등에 도전하자는 경영목표를 제시했다. 

재무통으로 알려진 김 사장이 유달리 '1등'과 '영업'을 강조한 배경에는 그만큼 실적 개선이 절실하다는 해석이다.

KB손해보험은 최근 3년 새 순이익 규모가 60% 가량 감소했다. 지난 2017년 3605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한 후 2018년에는 1892억원, 2019년 1605억원, 지난해에는 1406억원으로 지속적인 순익 하락을 경험하고 있다.

김 사장의 취임식 당일 첫 공식일정은 경기도 안양시 영업지역단 방문이었다. 이어진 경영전략회의에서도 영업현장과 회사 전략을 다같이 공유하기 위해 임직원은 물론 현장의 설계사까지 참여할 수 있도록 진행했다.

올해 1분기 김 사장의 대부분 일정은 현장과 함께 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영전략 과제로 내 건 '가치경영 기반의 확고한 마켓 셰어 성장'을 위해 1분기 동안 서울과 수도권, 경북, 전북 등 총 23개 영업점을 방문해 현장 목소리에 귀 기울였다. 본사 실무급 직원들과의 간담회 내용의 핵심도 영업현장과의 소통이었다.

이러한 김 사장의 현장 중심의 경영 실천은 1분기 만에 실적 개선으로 돌아왔다. 

KB손해보험의 올해 1분기 688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둬 직전 분기 적자에서 벗어났으며 같은 기간 장기인보험 초회보험료는 244억원으로 전년 동기 185억원보다 32% 증가했다. 매출은 KB금융그룹 편입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특히 'KB자녀보험과 건강하게 크는 이야기', 'KB암보험과 건강하게 사는 이야기' 등 장기인보험을 중심으로 상품 경쟁력을 강화한 점은 눈에 띄는 대목이다.

장기보장성보험은 손해보험업계에서 시장도 가장 크고 손해율 관리 면에서 뿐만 아니라 보험영업이익이 발생하는 상품이다. 판매 증가에 따른 초기비용 발생이 크지만 새로운 국제회계기준 도입 시 지금의 부담도 줄어들 수 있어 많이 팔수록 이득이다. 손해보험업계에서 경쟁이 가장 치열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김 사장이 취임사에 밝힌 '1등 DNA'를 되살려 시장점유율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내실경영뿐만 아니라 장기보장성상품을 통한 성장 중심 전략으로 체질개선도 진두지휘하고 있는 모습이다.

 

성공 전략 포인트, 내실경영과 함께 수익성 제고를 통한 외형성장 지향 

올해 KB손해보험은 그간의 경영 실적 악화와 함께 인력구조 문제 등 산적한 과제를 안고 출발했다. 

하지만 강성노조로 알려진 KB손보와의 적극적인 대화로 문제의 실마리를 풀어간 것은 김 사장의 탁월한 위기관리 역량이 진가를 발휘했다는 평이다.

김 사장은 노조와 '희망퇴직' 노사 합의를 단행하면서 올해 하반기 KB손해보험의 개혁이 더욱 탄력을 받고 업계 판도가 달라질 수 있을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지난 6월 KB손해보험은 노사 합의 끝에 2년 만에 희망퇴직을 단행하며 100여명의 직원을 떠나보냈다. 당시 회사 관계자는 "이번 희망퇴직은 보험업계가 공통적으로 직면한 역피라미드형 인력구조를 해소해 업무효율을 높이기 위함"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희망퇴직을 통한 체질개선이 순조롭게 이뤄지면 본업 경쟁력 측면에서도 상당한 효율개선세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또한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손해보험업계 주력 상품 중 하나인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꾸준히 하락세를 보이고 있어 올해 순익 상승세도 바라볼 만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KB손해보험의 상반기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78.9%로 집계됐다. 지난 2017년 이후 손해보험사들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80% 보다 높았던 탓에 적자사업으로 분류돼왔지만 이제 흑자 구조가 마련된 것이다.

올해 1분기 기준 KB손해보험의 자동차보험 원수보험료는 6428억원으로 전체 원수보험료의 22% 수준으로 여전히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보험영업손실을 줄이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손해율 관리가 요구된다.

아울러 김 사장의 자존심이 걸린 KB금융그룹의 보험업계 맏형의 면모도 세워야 하는 상황이다. 지난해 새로 편입된 푸르덴셜생명은 분기 순이익 1천억원 수준을 기록했다.

김 사장이 지난 1월 취임 직후에 보였던 1등 도전의지를 다시 한번 강조한 배경일 수밖에 없다. 김 사장은 지난 6월 진행된 타운홀미팅에서 "녹록지 않은 영업환경이지만 우리에게 내재된 1등 DNA를 꺼내 당당하게 1등에 도전해주기를 바란다"고 힘주어 말했다.

 

향후 과제, 손해보험업계 빅4 위상 회복을 위한 신성장 동력 확보 관건

현재 저금리·저성장·고령화 등 삼중고를 겪고 있는 보험업계는 수익성 제고를 위해선 신성장 동력 확보가 선택이 아닌 필수로 부상했다.

올해 KB손해보험 지휘봉을 잡은 김기환 사장이 업계 신성장 동력으로 꼽히는 마이데이터 사업과 헬스케어 서비스는 물론 글로벌 경영 트렌드로 자리잡은 ESG경영에도 적극적인 행보를 띄고 있는 이유다.

손해보험업계에서는 새롭게 열리는 마이데이터시장을 놓고 KB손해보험이 가장 발빠르게 뛰고 있다는 평가다.

지난 6월 손해보험사 중에는 최초로 KB손해보험이 금융당국으로부터 마이데이터 예비허가를 획득했다. 향후 자사 모바일 플랫폼인 KB손해보험 애플리케이션에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구축하고 연내 본허가 획득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이를 통해 개인자산관리서비스(PFM), 오픈 인슈어런스, 헬스케어 연계 등이 가능할 전망이다.

마이데이터는 흩어져 있는 금융정보를 한 곳에 모아 관리할 수 있는 서비스로 가속화되고 있는 디지털 전환에 따라 미래 먹거리 사업으로 꼽힌다.

아울러 김 사장은 헬스케어 서비스 확장에도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KB손해보험은 이달 중 헬스케어 서비스 전문 자회사 설립을 추진할 계획이다. 현재 헬스케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들이 있지만 보험사의 자회사로 운영되는 곳은 없는 상황이다.

향후 자회사 설립을 통해 KB손해보험은 고객에게 더 전문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향후 요양사업과의 시너지도 노릴 전망이다.

앞서 KB손해보험은 지난 2016년부터 KB골든라이프케어를 자회사로 두고 거주형 노인복지 시설과 재가 노인복지 시설을 운영하는 등 요양산업에 진출했다.

특히 김 사장은 취임과 동시에 보험업 특성을 반영한 차별화된 ESG경영으로 주목받고 있다. 

KB손해보험은 지난 1월 조직개편을 통해 ESG 정책을 실행할 'ESG전략유닛(Unit)'을 신설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 강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지속가능경영의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취지다.

올 3월에는 'ESG경영위원회'를 설치해 회사의 주요 정책결정과정에 ESG 요소를 반영하도록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ESG경영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본업인 보험서비스에 ESG와 디지털을 결합한 차별화된 영역 발굴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업계에서는 KB손해보험이 보험 계약 체결에서부터 사후관리 및 보험금 청구까지 보험서비스 제공의 전 과정에 걸쳐 종이가 필요없는 페이퍼리스(Paperless) 체계를 구축해 고객 및 이해관계자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고 풀이했다.

김기환 사장은 올해 경영 방향을 '미래지향의 본업 펀더맨탈 턴어라운드 가속 및 디지털 기반 신성장동력 선정'으로 밝힌 가운데 핵심과제 중 하나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선도'로 정한 바 있다.

하지만 김 사장의 가장 중요한 과제는 여전히 수익성 제고일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그동안 감소세를 면치 못했던 KB금융지주 내 KB손해보험의 기여도에 대한 분위기 반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KB금융그룹이 추구하는 내재가치(EV) 증대와 매출.당기순익 등 외형성장의 과제를 함께 해결해야 하는 김기환 사장의 폭넓은 횡보에 업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