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취재] 물류창고 대형화재 다발, 왜?···"현장점검 개선 활동만으론 한계"
- 비대면소비 일상화, 전자상거래 시장 급성장으로 물류창고 대형화 추세 지속 - 스프링클러 설치기준 강화, 방화구획 등 소방시설 유지·관리 기준 개선해야 - 물류창고 위험 특성을 반영해 건축 계획단계부터 최적의 방재설계 필요
최근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시장 급성장에 따른 물류창고 대형화 추세가 이어지고 있어 대형 화재사고 예방을 위한 안전관리체계 개선 요구도 거세지고 있다.
13일 삼성화재 관계자는 "최근 물류창고의 대형화 추세로 인해 이전보다 화재로 인한 잠재 손실의 규모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며 "물류창고의 대형 화재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물류창고내 스프링클러 설치기준 강화 등의 제도개선으로 근본적인 사고 원인을 제거할 필요성이 커졌다"고 강조했다.
한 손해보험업계 관계자는 "창고시설의 경우 다른 공장 업종과는 다르게 점화원으로 작용할 수 있는 고온의 생산공정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화재가 가장 많이 발생하고 있다"며 "창고 내에 많은 가연물을 보관하고 있어 화재에 취약한 특성도 있을 뿐 아니라 불특정 인원의 잦은 출입과 함께 상대적으로 소방시설 관리를 포함한 안전관리 수준이 미흡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손해보험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물류창고의 경우 불에 타기 쉬운 물건들이 겹겹이 보관돼 있어 화재 발생시 대형 화재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
지난달 경기도 이천 소재 쿠팡물류센터의 대형화재로 약 3600억원 가량의 보험금 지급이 예상되는 막대한 인적·물적 피해가 발생했으며, 지난해 4월 발생한 이천시 모가면 물류창고 화재는 38명의 소중한 생명을 앗아가기도 했다.
이렇다보니 전문가들은 대형물류창고 안전수준의 개선에 대해 지속적으로 지적해 왔다. 근본적인 문제 개선은 없이 현장 점검을 통한 단순한 개선 활동만 진행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삼성화재 기업안전연구소에 따르면 우선 물류창고내 스프링클러의 설치기준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프링클러는 화재 진압에 가장 효과적인 수단으로 이미 증명된 만큼 선진 기준을 벤치마킹해 물류창고의 스프링클러 실치기준을 개선하는 것이 화재로 인한 손실 방지에 상당히 효과적이라는 분석이다.
현행 법규에 따라 국내 물류창고에 설치하는 스프링클러의 설치기준은 실물 화재실험에 근거해 수립된 미국 등 선진 기준에 비해 실제 소화능력이 30~50% 수준에 머물러있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스프링클러의 설치기준에 화재하중에 따른 살수밀도의 개념을 도입해 물류창고의 스프링클러의 설치기준을 현실화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이번 덕평물류센터 화재 사고와 같이 중간층을 임의로 설치하거나 여러 층의 래크식 보관장소를 운영하는 경우 높은 화재하중으로 인해 사무실과 같은 곳에 설치하는 일반적인 스프링클러로는 화재 진압이 불가능하다.
또한 방화구획은 화재 피해의 확산을 방지하는 가장 강력한 제어 수단이다. 현재 물류창고의 경우 방화구획 완화 특례로 수평, 수직 방화구획이 미흡한 경우가 많아 대형 물류창고의 설계 단계에서부터 적절하게 반영될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다.
즉 방화구획의 완화는 불가피한 경우에 한해 최소화하고 이를 보완할 대책을 수립해야 대형사고로의 확산을 막을 수 있다. 이에 물류창고 설계단계에서부터 적절한 방화구획을 설정하고 운영중에는 주기적 점검을 통한 방화구획의 유지관리를 철저히 해 대형 화재를 예방해야 한다.
아울러 소방시설의 유지 및 관리 기준의 개선도 지적됐다. 현재 우리나라는 1년에 2차례 작동기능점검과 종합정밀점검을 수행하는 수준으로 화재시 소방시설의 정상적인 작동 신뢰성을 확보하기에는 미흡한 실정이다. 미국화재예방협회에서는 주요 소방설비별로 점검 항목 및 주기를 다양한 기간으로 구분해 매주, 매월, 분기에서 매년 등으로 세부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밖에 고층건물 등의 화재안전성능 확보를 위해 실시하고 있는 소방시설의 성능위주 설계를 대형 물류창고로 확대 적용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현재 연면적 20만 제곱미터 이상의 초대형 신축 물류창고에 대해서만 적용중인 성능위주설계 대상을 완화해 물류창고의 위험 특성을 건축 계획 단계부터 적용한 최적의 방재설계가 가능하도록 해 화재위험을 최소화 해야 한다는 것이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산업의 변화에 따라 법제도 개선은 반드시 수반돼야 하고 특히 인명 및 재산피해와 직결돼 있는 경우에는 더욱 개선이 필요하다'며 '물류창고 화재사고와 관련해 많은 피해 사례가 있고 참고할 수 있는 선진 기준이 존재하는 만큼 더 이상 안전제도 개선을 미뤄선 안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