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이익 반쪽난 농심 "밀가루 가격 폭등에도 라면 가격 인상 계획 없다"
농심, 전년 동비 대비 영업이익 -55%, 매출 7.7% 감소 끊임없이 오르는 밀가루 가격에도..."라면 가격 인상 없다"
농심이 지난해 대비 영업이익과 매출이 크게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라면 가격 인상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더구나 원재료인 밀가루 가격이 폭등하고 있는 상황에서 내려진 결정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끈다.
농심 관계자는 18일 녹색경제신문에 "지난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반사효과로 매출 상승폭이 컸지만, 올해는 그렇지 않았다"면서 역기저 효과에 의한 실적 감소임을 설명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또 "원자재인 밀 가격이 끊임없이 오르고 있어 부담이 상당하지만 내부적으로 가격 상승은 여전히 논의된 바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신동원 농심 부회장 역시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실제 원재료와 팜유 가격의 상승으로 원가 압박이 크다"면서도 "가격을 인상할 계획은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고 답하기도 했다.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라면업계 빅3인 농심, 오뚜기, 삼양식품의 영업이익과 매출이 지난해 대비 일제히 감소했다.
특히 농심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28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5.5% 감소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6344억원으로 7.7% 줄었다.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사재기 수요가 발생하며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 101% 상승, 매출액 17% 증가를 보였던 것과 상이할 뿐 아니라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기 이전인 2019년 1분기와 비교해도 영업이익이 10.4% 감소한 것이다.
농심 관계자는 "지난해 '신라면'의 해외 매출이 사상 최대를 기록한 데 이어 올해 말 미국에 제 2공장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신라면의 높은 인지도를 이용한 적극적인 마케팅으로 난관을 헤쳐갈 의지를 비쳤다.
◆ 라면값 동결, 치솟는 식탁물가를 잡아라
농심의 가격 유지 정책은 정부의 소비자 물가 안정 대책과 궤를 같이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13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해 대비 2.3% 상승해 3년 8개월 만에 가장 큰 상승폭을 보였다.
특히 농축산물 물가지수는 전년 대비 10% 중후반대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식탁에 자주 올라가는 파(270.0%)와 계란(36.9%)의 물가가 위협적으로 올랐다. 이에 정부는 추가 수입 등 조치를 취하고 글로벌 원자재 가격 인상이 물가 상승 압력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업계와 함께 대응하겠다 발표한 바 있다.
◆ 부동의 1위 신라면... 하지만 속내 들여다보면
신라면은 지난 1991년부터 2020년까지 라면업계 시장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속사정은 다르다. 시장 점유율이 예전만 못하기 때문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식품산업통계정보시스템(FIS, 닐슨코리아 수치)에 따라 2016년부터 2019년까지 농심 신라면과 오뚜기 진라면의 1분기 국내 판매액을 비교한 결과, 진라면의 성장세가 신라면 대비 5배가량 앞선 것으로 조사됐다.
두 회사의 시장 점유율 다툼은 지난해 건면 승부에서 희비가 갈리며 농심이 다시 주도권을 잡았으나 여전히 안심할 수는 없는 상태다. 이러한 상황에서 라면 가격을 올리는 건 농심에 큰 타격을 입힐 수 있다.
◆ 오뚜기·삼양식품 성적은
오뚜기 1분기 영업이익은 502억원으로 전년보다 12.3% 감소했으며 매출액은 6713억원으로 3.8% 늘었다. 오뚜기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며 가정간편식 매출이 증가했다"면서도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영업이익이 줄었다"고 말했다.
삼양식품 1분기 영업이익과 매출은 144억원, 1400억원으로 전년보다 46.2%, 10.5% 감소했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평년 수준 매출로 돌아왔다"며 "곡물값 및 해상운임 상승 등 제반 비용 부담이 크게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증권가에서는 국내 라면시장의 하락세가 당분간 지속할 것으로 내다봤다.
◆ 밀가루 가격은 왜 오르고 있나
한편 최근 라면의 주원료인 밀 선물 가격은 부셸당 7.43달러로, 8년여 만에 역대 최고가를 경신했다. 밀 가격이 치솟는 이유는 지구온난화에 따른 이상기후 현상으로 남미, 북미, 호주 등 밀가루 주산지에서 생산량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국내 제분 업계는 밀 소비량의 95%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