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반도체 생산 선언' 인텔, 완성차업계 반도체 기근 숨통 트이나...미국 우선권은 우려

-미국 인텔 CEO, 자체 설비 전환으로 6~9개월 내 차반도체 생산 공언 -차 반도체, 생산기업 적고 재해 등으로 병목현상 심화...올 하반기까지 공급난 이어질 전망 -인텔 생산 반도체, 미국 우선 배정 가능성 높다는 분석...회사 관계자 "공급 업체 확정된 바 없다" -한국, 차반도체 자립률 2%...국내 반도체업계 인센티브 등 정부 지원 목소리 커져

2021-04-13     김명현 기자

미국을 대표하는 반도체업체 인텔이 차량용 반도체 기근 해소에 직접 뛰어들었다.

차 반도체 기업들의 생산 병목현상이 심화되는 가운데, 인텔이 공급난 해소를 위한 라인 전환을 추진하면서 생산차질을 빚는 완성차업계에 숨통이 트일지 주목된다. 

업계 관계자는 "인텔은 미국 바이든 정부가 강조하고 있는 반도체 자립과 맞물려 파운드리 사업에 힘을 받는 모습"이라며 "국내 완성차로의 즉각적인 (차 반도체) 공급 확대를 기대하긴 어렵겠지만, 플레이어가 늘어나면서 일부 업체에 편중된 문제를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팻 갤싱어 인텔 CEO는 1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향후 6~9개월 내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도록 한다는 목표로 차량용 반도체 설계업체와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이미 핵심 공급업체들과 라인 전환 작업에 착수했다"고 말했다. 

차 반도체 품귀 여파로 완성차 업체들의 공장 가동이 중단되자 반도체 기근 해소에 빠르게 도움이 되기 위해 자체 설비 일부를 전환키로 한 것이다. 인텔 측은 라인 전환 시 반도체 제품 인증까지 6개월가량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인텔의 라인 전환은 차 반도체 부족 해소에 보탬이 될 전망이다. 현재 차량용 반도체는 생산 기업이 적은 데다 최근 수급 불일치, NXP·인피니언 등 관련 주요 기업들의 자연재해로 생산 병목현상이 심화됐다. 대만 파운드리 업체 TSMC도 차 반도체 주문 폭주로 생산·공급에 소요되는 기간이 평소보다 2배 이상 늘어났다.

다만, 인텔에서 생산되는 반도체는 GM과 포드 등 자국 완성차에 우선적으로 배정될 가능성이 높아 국내 자동차업계의 반도체 부족 해소에 얼마만큼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다. 

실제 인텔 CEO는 이날 백악관 측에 GM과 포드의 미국 공장 가동을 위해 기존 인텔 공장에서 차량용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인텔이 반도체 자립론을 강조하는 바이든 정부와 보조를 맞추고 있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인텔 관계자는 기자와 통화에서 "(차량용 반도체를) 어떤 업체에 공급할 지는 결정된 사항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편, 인텔은 지날달 파운드리 사업 재진출 계획을 밝혔고, 이를 위해 미국 공장 2곳에 약 200억달러(약 22조6000억원)를 투입키로 했다.

車반도체 부족 하반기까지 이어질 전망..."자급률 제고 위한 정부지원" 목소리 커져

앞서 GM은 반도체 부족 여파로 지난 2월 이후 북미 3개 공장의 가동을 중지했다. 포드도 2월 중 일부 모델의 감산을 발표한 데 이어 4월 이후 북미 6개 공장의 가동 중지 및 가동률 추가 조정을 예고한 바 있다.

국내 자동차업계도 예외는 아니다. 한국지엠은 본사 정책에 따라 일찌감치 부평2공장의 가동률을 절반으로 줄였다. 현대차는 반도체 수급 상황에 맞춰 생산 계획을 조정해왔지만, 결국 울산1공장은 이달 7~14일, 아산공장은 12∼13일 휴업에 들어간 상태다.

기아는 이달 화성공장과 광주1공장의 특근을 취소하기로 했고, 쌍용차 역시 평택공장의 생산을 이달 8~16일 중단하게 됐다.

업계에선 반도체 수급난이 올 하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내다본다. 글로벌 컨설팅사 앨릭스 파트너스는 올해 글로벌 자동차업계의 매출액이 606억달러(약 68조원)가량 감소할 것으로 봤다.

아울러 다수의 전문가들은 단기적인 공급 부족도 문제지만, 자율주행차 등 미래차 시대에 반도체 수요량이 폭증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국내 차량용 반도체 자립률이 2%에 불과하다는 데 우려를 표한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은 전일 차량용 반도체 보고서에서 "한국의 자동차와 반도체 산업은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차량용 반도체는 98%를 해외에 의존한다"며 "특히 전자장치 제어용 반도체인 MCU(마이크로 컨트롤 유닛) 같은 핵심 부품은 국내 공급망이 아예 없다"고 밝혔다. 

이는 국내 반도체업계가 메모리 반도체를 주력으로 생산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차 반도체 자립화를 위한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이지형 자동차연구원 연구원은 정부 지원과 관련, "차량용 AP는 생명과 직결돼 엄격한 안정성 검증과 오랜 개발·테스트 기간이 소요된다"며 "또한 10년이 넘는 사용주기에 대한 관리·업그레이드가 필요해 업체 부담이 크기 때문에 정부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 업계 전문가도 "(차량용 반도체가) 삼성전자 등 국내 반도체업계의 주력 품목이 아닌 상황에서 실질적인 자립을 꾀하려면 정부의 파격적인 인센티브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