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SK 전격합의] "최악은 피했다"...향후 절차와 일어날 변화는? 

SK는 미국 사업 리스크 완전 해소, LG는 거액의 배상금 챙긴다 양사 합의금 2조원 수준 추정...합의금 산정위원회 꾸려지는 등 절차 거쳐 확정할 듯 총수가 나선만큼 나머지 분쟁 모두 종식될 듯...K배터리 전화위복 삼아 재도약할까

2021-04-11     김국헌 기자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분쟁'이 약 3년 만에 종지부를 찍었다. 서로 간에 상처를 많이 남긴 분쟁이었고, 미국과 중국 등의 배만 불려줬다는 비판을 받는다. 하지만 끝까지 무한 소송전을 치르는 최악의 상황을 피하면서 양사는 배터리 분쟁관련 리스크를 해소할 수 있게 됐다. 


국내 기업들의 운명을 미국 바이든 대통령의 선택에 맡기는 상황도 피할 수 있게 됐다. 11일(현지 시간) 바이든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절차를 앞두고 있었다. 이제 양사는 절차를 밟아나가며 구체적 배상금 확정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공장에 대한 투자 정리와 특허관련 별도 합의가 있을 가능성도 있다. 

SK는 미국 사업 리스크 완전 해소, LG는 거액의 배상금 챙긴다

미국 ITC는 지난 2월 이에 대해 SK이노베이션의 영업비밀 침해를 인정하고 미국 내 10년 간 배터리 셀, 모듈, 팩, 관련 부품 및 소재 수입금지 조치를 내렸다.

또 이미 SK이노베이션이 수입한 침해 품목에 대해서도 미국 내 생산, 유통 및 판매를 금지하는 영업비밀 침해 중지 10년 명령도 내렸다. 예외적으로 SK이노베이션이 미국에서 전기차를 생산할 예정인 포드와 폴크스바겐에 대해 각각 4년간, 2년간 공급을 허용했다. 


하지만 양사의 합의로 이같은 ITC의 판결은 효력을 상실한다. 

SK이노베이션은 총 3조원이 투입된 미국 조지아주 공장을 지킬 수 있게 됐다. SK이노베이션은 조지아주에 제1공장과 제2공장을 짓고 있다. 각각 2022년 1분기와 2023년 1분기 가동 방침이다. 총 21.5기가와트시(GWh) 규모다. 미국에서 직접 고용만 2600여명을 창출할 수 있다.  

합의가 없었다면 ITC의 최종판결로 인해 조지아주 공장은 앞으로 2~4년간은 가동에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겠지만 이후로는 가동이 중단될 위기였으나 이러한 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됐다.  SK이노베이션은 안정적으로 조지아주 공장을 운영하며 배터리 사업의 지속 확대를 노릴 수 있게 됐다. 

LG에너지솔루션도 거액의 합의금을 챙길 수 있게 됐다. SK이노베이션은 최악의 경우 미국공장 철수까지 검토했었다. 양사가 합의하지 않고 미국 사업을 철수하면 LG에너지솔루션 입장에서는 파우치형 배터리의 점유율을 높일 수 있지만 합의금을 한 푼도 못받게 되는 상황이었다. 

양사의 소송비용이 1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미국공장 철수라는 강수가 LG에너지솔루션의 마음을 움직였던 셈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돈 들어갈 곳이 많다. 배상금으로 추가적인 미국 공장 투자비용 마련과 코나EV 등 전기차 배터리 화재 리콜비용을 충당하는 등 '알차게' 사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양사가 사업 불확실성을 털어낸 것도 위안이다. 미국은 세계 최대 자동치 시장 중 하나다. 양사는 미국 사업 불확실성 심화로 고객사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끝까지 소송전으로 가게됐다면 계속되는 소송비용으로 미국 배만 불려줬을 것"이라며 "양사 모두 출혈이 있었지만 SK이노베이션은 미국 배터리 사업 불확실성을 해소했고, LG에너지솔루션은 거액의 합의금을 챙기는 등 취할 것은 취했다"고 말했다. 

양사 합의금 2조원 수준 추정...합의금 산정위원회 꾸려지는 등 절차 거쳐 확정할 듯

양사는 영업비밀 침해소송에 전격 합의하면서 대략적인 배상금 규모도 의견을 모았다. LG와 SK는 이날 오후 이사회를 열고 양측 합의금에 대한 승인을 받을 예정이다. 

업계는 합의금 규모가 2조원 수준이 될 것으로 추정한다. SK이노베이션이 1조원, LG에너지솔루션이 3조원을 각각 요구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합의금이 확정되는 것은 아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정확한 금액은 향후 절차를 거쳐 확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양사 공동으로 합의금 산정위원회가 꾸려질 것으로 보인다. 합의금을 어떠한 방식으로 확정지을지는 아직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연방비밀보호법에 따르면 영업비밀 침해로 당사가 과거에 입은 손해, 미래에 입게 될 손해, 악의적 기술탈취 행위로 인한 징벌적 배상 고려 등을 고려해 SK이노베이션에 협상을 제안해왔다. 배상금은 일시금·지분·로열티 등 3가지 방식을 섞어 산정하는 방식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미국공장에 대한 투자 정리와 특허관련 별도 합의가 있을 가능성도 있다. 양사가 모두 미국에 투자하겠다고 나선 상황인데 계획대로 이뤄질지는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LG에너지솔루션이 밝힌 5조원 투자는SK이노베이션의 일자리 명분에 대항하기 위해 발표한 성격이 강하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미 미시건주에 5GWh 규모의 배터리 생산공장은 운영하고 있으며 오하이오주에 미국 GM과 합작으로 30GWh의 생산공장을 건설하고 있는 만큼 중복투자를 피하기 위한 움직임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양사의 특허 관련 분쟁도 어떤 식으로든 정리가 필요한 상황이다. 최근 ITC는 SK이노베이션이 특허를 침해한 적 없다며 SK 손을 들어준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양사가 합의했어도 배상금, 특허, 미국 투자 등 정리할 부분들이 많은 만큼 숨가쁘게 양사가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총수가 나선만큼 나머지 분쟁 모두 종식될 듯...K배터리 전화위복 삼아 재도약한다

이번 합의에 앞서 SK그룹 최태원 회장과 LG그룹 구광모 회장이 박용만 전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및 두산인프라코어 회장의 중재로 서울 모처에서 이달 초 만나 배터리 관련 의견을 주고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두 총수가 나선 이후 합의까지 이뤄지게 된 것이다. 총수들이 나선 이상 양사의 모든 분쟁은 종식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델라웨어 재판부에 계류 중인 영업비밀 침해 관련 배상금 소송과 ITC에 걸려 있는 2건의 특허 분쟁 소송 모두 취하될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양사가 치열하게 진행해 왔던 소송들이 즉각 중단되는 셈이다. 

물론 선 계약한 로펌들에게 지급할 소송비용은 계속 들어간다. 양사의 소송 및 로비비용은 최대 1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계 업계의 관측이다. 

양사의 합의로 그동안 주춤했던 K배터리는 다시 날아오를 동력을 챙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양사가 분쟁을 벌이는 동안 중국 CATL 등이 폭스바겐 각형 배터리 물량을 수주하는 등 반사이익을 얻었다. K배터리는 폭스바겐, 테슬라 등 전기차 업체들의 배터리 자체생산 계획 등으로 위기에 처한 상황이다. 파우치형의 대표 주자인 LG와 SK가 분쟁에 몰두하는 사이 파우치형이 세계 전기차시장에서 외면받고 있다는 위기론도 나오는 상황이다.

재계 관계자는 "양사가 기나긴 소송을 치르면서 원수처럼 지냈지만 전격 합의에 이른 만큼 협력의 길이 열린 셈"이라며 "양사가 이번 합의를 전화위복 삼아 파우치 배터리 시장확대를 위한 협력이 확대되며 글로벌 시장 도약의 계기를 삼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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