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칭 '글로벌 시험인증기관' FITI 발부 섬유시험 성적서 '무용지물'...기업은 '알고도 모른척'
연구소 검사 원단vs소비자 유통 원단, 구분 절차 없어 '결과 조작' 업계에 만연...'소비자 기만' 대책 마련 시급
섬유관련 제품의 품질과 안전을 책임지는 시험인증기관으로 자칭 글로벌시험인증기관이라 주장하는 FITI가 발부한 시험이 '조작 가능하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섬유업체 A씨에 따르면, 업체에서 연구원에 시험을 의뢰하면서 통과를 위해 사전 '맞춤형 원단'을 제출한다고 밝혔다. 이와 유사한 방식으로 시험을 교묘하게 통과하고 있지만, 이를 확인하거나 단속할 법적 장치는 마련돼 있지 않다.
더욱 큰 문제는 기준에 못 미치는 원단 등이 시험 통과 제품으로 둔갑해 버젓이 일반에 판매되고 있다는 것이다.
업체가 원단 시험을 요청하면 연구소에서는 한 가지 원단으로 견뢰도와 스트레치, 리커버리, 일광, 마찰 등 다양한 시험을 진행한다. 이 때 각 시험마다 일정 양의 원단이 투입된다.
업체는 이 부분을 이용해 시험에 통과할 수 있도록 사전에 조작한 원단을 FITI에 보내고, 연구소는 이 원단을 받아 각 시험별로 제공된 원단을 투입해 나오는 결과로 성적서를 발급하고 있다.
업체가 높은 시험 성적을 받으려는 이유는 바이어의 요구사항이 원단 제조 기술력에 비해 높기 때문이다.
바이어의 요구사항에 맞춰 시험을 조작해 오던 관례가 굳어지면서 실제 품질과 성적서 사이의 간극이 생긴 것이다.
이와 관련 FITI 관계자는 "의뢰받는 것만 시험할 뿐 최종적으로 소비자에게 유통되는 원단과 검사하는 원단의 차이를 확인하는 절차는 마련돼있지 않다"며 "업체측에서 보내주는 시료로 시험을 진행하기 때문에 그 원단이 유통되는 것과 차이가 있는 지는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내 관련 대기업은 업체의 이같은 원단검사 조작에 대해 일일이 간섭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 대기업 패션업계의 관계자는 "우리 브랜드들은 가먼트(샘플링을 거쳐 소비자에게 판매되는 최종 의류) 테스트 단계를 반드시 거친다"고 말했다.
한편 FITI 관계자는 "만약에 그런 사례가 있다면 FITI가 직접 현장에서 샘플링하는 방법이 하루빨리 도입돼야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