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취재] 이재용 구속, 삼성에 제2의 하만은 당분간 없다...M&A '시계제로'

- 이재용 부회장 2년 6개월 실형...2017년 354일간 구속돼 1년 6개월 징역 - 이재용 2016년 11월 14일, 삼성전자는 80억 달러(한화 9조4000억원)에 하만 인수 '신의 한수' - 이후 굵직한 M&A 없어, 2017년 2월 이 부회장 구속 영향...경쟁사들과 대조적 - 각 계열사 자율경영체제 강화되나 총수 부재 속 소규모 투자만 진행, 대규모 투자는 뒤로 미루게 될 것

2021-01-19     김국헌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년 6개월의 실형을 받으면서 삼성전자 M&A에도 크나큰 차질을 빚게 됐다.

19일 녹색경제신문 취재 결과, 글로벌 IT를 비롯해 전자, 4차산업 등에서 세계 굴지 기업들의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는 가운데 삼성은 총수 부재로 하만같은 대형 인수가 불가능할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다. 

이 부회장은 '국정농단' 협의로 2017년 2월 기소된지 약 4년 만인 지난 18일, 뇌물 공여가 인정되며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파기환송심 판결이 그대로 확정될 가능성이 크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유무죄에 관한 판단을 그대로 따랐기 때문이다. 형사소송법상 징역 10년 미만 사건에서 양형 부당을 이유로는 상고할 수 없다.  

이 부회장은 징역 2년6개월 실형을 선고 받았지만 앞서 354일간 구속됐던 만큼 남은 형기는 그 기간을 뺀 나머지 1년 6개월여다.

이로 인해 삼성전자는 이재용 부회장이 주창한 '뉴 삼성'에 제동이 걸렸다. 경영 공백은 물론 여러 프로젝트와 투자 계획들을 집행하는데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 중에서도 가장 치명적인 것은 미래를 도모하기 위한 M&A를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부분이다. 

삼성전자는 2016년 11월 14일, 삼성전자는 80억 달러(한화 9조4000억원)에 하만을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9조원이 넘는 돈이 들어간 하만 인수는 이전의 기록을 깬 국내 최대 M&A였고, 향후 글로벌 전장사업에서 삼성이 치고 올라갈 수 있다는 점에서 세간의 화제를 모은 일대 '사건'이었다. 지난해 연말 SK하이닉스가 인텔 낸드 사업부를 10조4000억원에 인수하면서 삼성전자의 하만 인수는 역대 2위로 밀렸다. 

삼성전자는 하만 인수로 단숨에 글로벌 자동차 전장사업 부문의 '블루칩'으로 등극했다.  막대한 인수자금에도 불구, 삼성전자가 글로벌 선두 전장기업으로 도약하는데 10여년을 단축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삼성전자가 하만의 음향장비 판매 거래처였던 기존 글로벌 자동차사들과 대등하게 사업논의를 할 수 있는 협상력을 갖게 됐고, 전장사업에서 양사의 협업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수익성은 아직 기대이하라는 평가가 일반적이지만 인수 이후 하만은 확연한 매출 성장세를 보이며 삼성의 글로벌 전장사업을 주도하고 있다. 

하만 인수를 진두지휘한 것은 당시 등기이사에 오른 이재용 부회장이다. 하만 인수 발표 시기, 헤이펀드 엘리엇의 공격과 갤럭시노트7 단종, 정치권 검찰 소환 등 각종 악재가 있었지만 이 부회장은 이를 하만 인수 한방으로 돌파했다. 

하지만 하만을 인수한 2016년 11월 이후 삼성전자의 굵직한 M&A는 중단됐다. 이재용 부회장이 2017년 2월 구속됐기 때문이다. 이후 삼성전자는 기회 선점을 위한 굵직한 M&A는 시도조차 하지 못했다. 

해외 업체들의 경우 활발한 M&A를 통해 미래를 도모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라이벌 중 하나인 SK하이닉스가 지난해 연말 인텔의 낸드 사업부문을 10조원 넘게 주고 사면서 글로벌 낸드 2위, SSD 1위로 도약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미국의 엔비디아와 AMD도 ARM과 자일링스를 품에 안았다.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에 따르면 지난해 반도체 산업 인수·합병(M&A) 규모는 1180억 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IC인사이츠는 "지난해 반도체 M&A 시장은 머신러닝, 인공지능(AI), 자율주행차, 전기차 확장과 같은 신흥·고성장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하려는 대규모 반도체 회사들이 주도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미중 대치 심화, 한일 외교갈등, 중국 IT 기업의 급부상, 치열한 4차 산업혁명 핵심기술 선점 경쟁,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주력 사업의 실적 감소 등에 시달리고 있다. 미래 불확실성이 갈수록 커져가는 가운데 생존과 미래성장을 위한 전략적인 M&A가 필요하다.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133조원을 투자해 시스템 반도체 부문 1위를 차지하겠다는 ‘반도체 비전 2030’을 수립했으나 파운드리 부문에서는 대만의 TSMC에 뒤지고, 팹리스 시장에서는 미국 퀄컴, 대만 미디어텍, 일본 소니 등 글로벌 기업들에 밀려 목표 달성이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총수가 사법 리스크로 징역형이 확정되자 삼성이 기회 선점은 고사하고 자칫 기회 상실로 경쟁 대열에서 낙오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의 강력한 글로벌 경쟁자들만 웃게 만들게 된 셈이다. 

이 부회장은 1년 6개월간 '옥중 경영'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옥중 경영으로 조 단위가 넘는 대형 M&A를 진두지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공장 하나에 30조~40조원이 투입되는 반도체 산업은 총수의 재가가 반드시 필요하다. 오너가 감옥에 갇혀 있는 상황에서 삼성전자가 선제적 투자와 과감한 경영 결단을 내리는 등 적극적인 경영활동을 벌이기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삼성전자는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하고, 여러 계열사들이 자율경영체제를 공고히 할 것으로 예상되나 총수 부재 속 소규모 투자만 진행되고, 대규모 투자는 뒤로 미루게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실제 이 부회장이 2017년 2월 구속되고 이듬해 2월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풀려나기까지 1년간 정상적인 경영활동이 이뤄지지 않았다. 대규모 투자계획과 중대한 의사결정이 미뤄지고 그룹 인사가 연기되는 등 회사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향후 1년 6개월은 2017년 이재용 부회장이 1년간 수감되던 시절과 비슷하게 흘러가게 될 것이다. 사실상 시계제로"라며 "굵직한 M&A는 사실상 기대할 수 없고, 투자도 위축되며 성장보다는 안정에 초점을 맞추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