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 취재] 국산헬기, 해병대 상륙공격헬기 선정되나...실제 가격·성능 비교해보니
- 성능비교에서 마린온보다 아파치 1.09배, 바이퍼 1.07배로 동등한 수준 - 가격, 알려진 것보다 훨씬 큰 차이...대당 150억원까지 벌어져
지난 28일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방위사업청(청장 강은호)은 1조570억원 규모의 수리온(KUH-1) 4차 양산 계약을 체결했다.
수리온은 육군의 노후 헬기인 UH-1H, 500MD를 대체하기 위해 126개 국내 산·학·연·관이 함께 힘을 합해 지난 2006년6월부터 2012년까지 6년 동안 약 1조3000억원을 투자해 개발에 성공한 국산헬기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11번째로 헬기를 생산하는 나라가 됐다.
하지만, 이토록 각고의 노력으로 이룬 성과에도 불구하고 사고 등으로 나쁜 이미지가 생겼고, 이후 많은 노력을 통해 상당한 수준의 개선과 발전을 이뤘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적지 않은 오해와 불신에 시달리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30일 녹색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이같은 오해와 불신이 엿보이는 대표적인 사업이 해병대 상륙공격헬기 24대를 구매하는 사업을 들 수 있다.
지난 10월 26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이승도 해병대사령관은 "기동성과 생존성이 보장된 공격헬기를 소요 제기한 것인데, 공격헬기다운 헬기를 요구했다"며 "마린온에 무장을 장착한 헬기가 아니라, 현재 공격헬기로서 운용되는 그런 헬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그간 알려진 바로는 이승도 사령관이 요구한 공격헬기다운 헬기는 바이퍼다. 이 기종은 미국 해병대가 사용하는 벨사의 AH-1Z를 말한다. 전 세계적으로 해병대 상륙공격헬기로는 최고의 성능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있다.
▲해병대 상륙공격헬기 3파전...실제 성능·가격 비교해보니
이런 맥락에서 일부 언론들은 바이퍼가 국산헬기인 수리온의 해상작전용 헬기 파생형인 마린온에 비해 작전효과와 성능에서 2배 이상의 차이를 가진 것으로 보도하기도 했다.
지난 15일 방사청은 일부 언론에서 제기한 문제들에 대해 조목조목 설명했다.
일부 언론과 해병대는 그 동안 방호력과 수직상승 속도에서 큰 성능차이를 지닌 것을 중요한 이유로 들어 바이퍼를 선택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우선, 방호력에서 바이퍼와 아파치는 14.5mm 방탄과 23mm 내탄 성능을 갖췄으나, 국내 개발은 12.7mm 방탄과 14.5mm 내탄 성능을 보유해 내탄 성능에서 특히 큰 차이를 지녔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방사청이 이날 밝힌 이날 연구기관의 실제 성능분석결과와 지난 9일 미국 벨사가 직접 기자 설명회에서 밝힌 내용에 따르면 실제 방탄 성능은 유사했고, 내탄 성능도 일부 주요부위를 제외하면 별 차이가 없었다.
공격헬기의 가장 중요한 성능으로 평가되는 수직상승 속도에서는 공격형(바이퍼 초속 14.2m, 아파치 12.7m)과 마린온 개조형(7m)의 간극이 두드러진다고 언론들이 강조했으나, 지난 9일 벨사가 직접 밝힌 바에 따르면, 바이퍼의 상승속도는 무기 장착 후에는 초속 8m미만인 데다, 이는 공격용 헬기의 임무를 달성하는 데 중요한 성능이 아니라는 것이다.
비용에서도 마린온 무장개조형은 대당 350억원으로, 바이퍼와 아파치 도입단가인 대당 380억원 수준과 비교해 10% 정도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이 역시 실제 비교 결과는 마린온 302억원, 바이퍼 416억원, 아파치 452억원으로 언론보도와는 달리 대당 150억원까지 차이가 벌어졌다.
이 외에 산업파급효과( 약 9.2조원)와 일자리 창출효과(약 3.3만개) 등 헬기 산업 생태계 과점에서의 중요성은 물론, 수명주기(30년) 동안 들어가는 운용유지비용이 마린온에 비해 바이퍼는 약 4000억원, 아파치는 약 1조원이 더 필요한 것으로 밝혀졌다.
▲포항 마린온 추락사고...그 이후 KAI 등 59개 협력업체, 무결점운동 실천
이승도 사령관이 바이퍼를 요구한 데는 한가지 이유가 더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8년 7월 해병대용으로 개량한 마린온 4대 중 1대가 추락하면서 5명의 해병대원이 숨진 것이다. 1명은 중상을 입었다. 사령관으로서 부하를 잃을 수 없다는 발언은 너무도 당연하다.
그해 11월 28일 KAI는 한화 LIG넥스원 등 59개 주요협력업체들과 무결점운동을 선포하고 품질혁신을 시작했다. 실제 그 이후 KAI의 품질은 크게 개선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26일에는 항공기 핵심기술인 항공전자분야에서 국내 최초로 CMMI(Capability Maturity Model Integration) 2.0 버전의 최고 단계인 레벨5 인증을 획득하기도 했다.
현재까지 CMMI 2.0 버전으로 레벨5 인증을 받은 국내업체는 KAI가 유일하다. CMMI는 미국 국방성이 카네기멜론대학의 소프트웨어 공학연구소(SEI)에 의뢰해 개발한 소프트웨어와 시스템공학(SE) 분야의 개발 역량을 평가하는 대표적인 국제기준이다.
▲성능 개량· 차세대 유무인 복합 전투체계 등 개발하려면 항공우주산업 생태계 건강해야
지난달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개최된 DX-KOREA 2020에서 KAI는 새로운 개념의 유무인 복합 전투체계 운용 개념을 선보였다. 위험한 전투임무는 무인기가 맡고 유인기는 전장을 감시하고 통제하는 역할을 한다. 이렇게 되면 부하들을 잃지 않을 확률이 높아진다.
하지만, 이같은 신개념 전투체계를 원활히 개발하기 위해서는 항공산업 생태계가 건강해야 한다.
군·산이 서로 소통하면서 문제들을 개선해 나가는 과정을 통해 성능개량과 차세대 전투체계의 개발이 이뤄질 수 있다.
이번 방추위에서 보여준 방사청의 노력은 나름대로 업계의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으로 관측됐다. 적어도 국방에 있어 항공우주산업의 중요성과 산업생태계를 지키려는 인식은 확인됐다는 평가다. 항공산업은 우주산업의 바탕이고, 우주산업은 항공산업과 마찬가지로 한 나라의 국방력으로 직결된다.
방사청은 지난 15일 일부 언론이 제기한 문제를 해명하면서 "군에서 요구한 작전운용성능과 전력화 시기, 획득 및 운용유지비용, 산업 파급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최적의 획득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라며 "이를 위해 선행연구 및 추가 사업분석 결과, 소요군의 의견을 반영하고, 관련 법규와 절차에 의거 공정하고 투명하게 사업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거듭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