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중공업 인수전에 7곳 참여...인기 비결은?

KDBI 컨소시엄 등 7곳 예비입찰 참여… 부산 영도조선소 부지 매력 유력 인수 후보 KDBI, 대우건설과 시너지 효과 기대

2020-10-28     서창완 기자
한진중공업

한진중공업 매각이 흥행할 조짐이다. 신탁사와 사모펀드 운용사(PEF) 등 7곳이 인수 의사를 보이면서 경쟁 구도가 펼쳐졌다. ‘조선 1번지’로 불린 부산 영도조선소를 보유한 점이 매력 포인트로 도시재생사업과 맞물려 수익률을 높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지난 26일 마감된 한진중공업의 매각 예비입찰에 KDB인베스트먼트(KDBI)-케이스톤파트너스 컨소시엄, 한국토지신탁 등 7곳이 참여했다. 산업은행의 자회사인 KDBI를 비롯해 APC프라이빗에쿼티(PE) 컨소시엄, NH PE·오퍼스PE 등 사모펀드들이 투자 의향을 보였다.

매각 대상은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보유한 한진중공업 보통주 5282만9905주(63.44%)와 필리핀 금융기관이 소유한 지분 166만4044주(20.01%)다.

한진중공업 인수전 흥행 비결은 부산 영도 부지의 활용 가능성이다. 새 인수자가 현재 영도구 청학동에 있는 연면적 26만㎡ 규모의 조선소 부지를 이전하면 투자회수 가능성과 투자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는 기대감이 높다.

현재 한진중공업의 매각가격은 5000억원 내외로 예상되는데 현재 부산 영도 부지의 가치가 80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인근의 도시재생사업과 연계되면 대규모 주택단지와 상업지구 개발도 가능하다는 관측이다.

부산시는 현재 2030년까지 영도구 등에 있는 공업지역 정비를 추진하고 있다. 6888억원을 투입해 2단계에 걸쳐 신산업과 상업·업무·주거 공간을 갖추고, 연관산업 업종 전환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영도구 일대 조선기자재업체 다수가 이전하거나 이전을 추진 중인 만큼 개발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평가다.

안정적인 사업군도 강점이다. 한진중공업은 2018년 617억원, 2019년 838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고, 올해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한진중공업의 사업군은 크게 건설분야와 조선분야로 나뉘는데 건설은 공공발주 중심으로 안정적인 실적을 내고 있고, 조선부문도 방산분야에서 꾸준한 성과를 내고 있다. 

유력 인수후보로 꼽히는 곳은 KDBI 컨소시엄이다. 지난해 7월 설립된 KDBI는 산업은행이 보유하고 있던 대우건설을 넘겨 받았다. 대우건설 경영을 정상화한 뒤 시장에 팔아 수익을 내야 하는 임무를 맡았다. KDBI는 개발 가치가 높은 부동산 자산을 보유한 한진중공업 인수를 통해 대우건설과 시너지를 내는 구도를 그리고 있다.

한국토지신탁은 부동산 개발사업 경험이 많은 만큼 부산 영도조선소 개발사업을 하기 좋은 조건을 갖췄다. 계열사인 동부건설과 한진중공업 건설부문의 시너지 효과를 노리고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다른 인수 후보인 APC PE는 산은 중심의 채권단에서 종합무역상사인 STX를 인수한 경험이 있다. 최근 흥아해운 인수전에서 STX의 자회사인 STX마린서비스와 함께 STX컨소시엄을 구성해 본계약을 맺었다.

인수전 향방은 매각 가격에 따라 갈릴 전망이다. 매각가 산정 기초가 되는 주가는 올해 초 4000원대에서 이달 7000~8000원대로 올랐다. 한진중공업 주가 상승이 인수 후보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한진중공업 노조가 사모펀드의 경영권 단독 인수에 거부감을 보이는 점도 변수다. 경비함 등 특수선을 주로 건조하는 방위 산업체 특성상 재무적 투자자(FI)의 경영권 인수 시 정부 승인을 받아야 하는 문제도 있다.

산은 등 채권단은 경쟁 입찰을 통한 연내 매각 성사를 추진하고 있다. 본입찰은 원매자 측의 실사 등을 거쳐 12월께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대기업 인수가 없다는 점은 아쉽다. 사모펀드가 인수를 하게 되면 기업가치를 끌어올려 또 다시 매각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 지속되기 때문이다. 비슷한 시기에 매물로 나온 두산인프라코어의 경우 현대중공업과 GS건설 등 대기업이 인수전에 참여한 상황이어서 더욱 대조된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업체들 입장에서 조선업 매물이 많이 나온 상황이고, 조선업 불황으로 한진중공업 인수에 나서기가 꺼려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