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김헌동 경실련 부동산본부장 "의지가 없거나, 무능하거나...방법은 있다"

- "서울 수도권 공공용지 활용한 집짓기로 '집 소유'할 수 있도록 해야" - "법인 보유 부동산 세율 놔두고 아파트에만 세금 올려서는 짒값 못잡아"

2020-10-28     김의철 기자

"문재인 정부에는 부동산 문제를 해결할 능력과 자질을 가진 사람이 없다"

김헌동 경실련 부동산본부장은 "김수현 수석이나 김현미 장관이나, 이번 정권의 다른 어떤 사람도 부동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며 "스물 세번이나 거짓말을 한 사람들이 몇 번 더 거짓말을 하는 것은 쉽지만, 이제와서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지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정부들어 서울과 수도권의 집값이 폭등하고 전세매물은 씨가 말라 부동산 시장의 혼란이 극심하다는 데 이견은 많지 않다. 김현미 국토부장관은 이번 정부 들어 14% 밖에 오르지 않았다고 말하지만, 그렇다면 2달에 한번씩 부동산 정책을 발표했다는 것은 어떻게 그 이유를 설명할 것인가. 

김헌동 본부장이 이토록 단호한 주장을 펼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녹색경제신문은 그가 왜 이번 정부에 대한 희망을 꺽었는지, 어떤 대안이 있는지 물어봤다.김 본부장은 지난 1981년부터 20여년간 국내 주요 건설사에 근무했고, 2004년부터 경실련에서 부동산·건설 개혁 운동을 펼치고 있다.

김헌동

문재인 대통령은 집값을 취임 전으로 되돌려 놓겠다고 선언했다. 취임 초부터 이런 의지를 밝혔고, 이를 위해 정부는 여러차례 정책을 만들어 발표했다. 왜 집값이 안정되지 않나?

- 이번 정부가 집권한 2017년 서울의 아파트 중위가격은 6억원 남짓했다. 올해 들어 9억2000만원으로 올랐다. 3년만에 50%넘게 상승했다. 과거 이명박정부에서는 3% 하락했고, 박근혜 정부 때는 29%올랐다. 과거 정권과 비교하면 더 짧은 기간에 훨씬 많이 올랐다. 

그런데, 김현미 국토부장관은 14% 올랐다고 한다. 잘못을 인정한다면 바로잡을 희망이 있겠지만, 잘못한 게 없다는데 뭐가 달라지겠나. 이처럼 잘못된 통계자료를 작성하는 비용이 1년에 1800억원이다.

홍남기 부총리와 김현미 장관은 지금 집값이 보합세·안정세라고 한다. 연초에 문 대통령이 말한대로 하려면 지금보다 집값을 50% 이상 떨어뜨려야 한다. 그런 분위기는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다. 

이번 정부 초기 부동산정책을 맡은 김수현 청와대 사회수석은 임대사업자에게 특혜를 주고 낮은 금리로 집값의 80%까지 대출을 허용했다. 이 임대사업자들이 주택 100만채를 샀다. 이런 식으로 수요를 늘렸는데, 어떻게 집값이 오르지 않겠나. 처음부터 의지가 없었거나 무능했다고 밖에는 볼 수 없다. 그런 사람들이 이제 와서 집값을 잡을 것이라고는 생각하기 어렵다. 

 

▲집값 안정을 위해 세금을 올리기도 했는데...

세금을 올리면 어떤 사람들은 집을 팔기도 하겠지만, 집값을 잡을 수는 없다. 이번 정부는 개인 소유 부동산에 대해 종부세율을 6%로 올렸는데, 법인 보유 부동산 세율은 여전히 0.47%에 불과하다. 예를 들어 현대자동차 소유 삼성동 부지는 10조원이 넘는데, 세율은 0.7%다.

그 뿐 아니라 공시지가는 개인 소유 아파트와 비교할 때 3분의 1 정도다. 재벌에 대한 특혜 아닌가? 개인소유 주택에 대해 보유세를 올리면 오히려 가격에 포함돼 집값을 올리게 될 가능성이 더 높다. 집값이 (세금납부액보다) 더 많이 오르거나 기대치가 높다면 세금이 높다고 해서 집을 팔겠다고 나설 가능성은 높지 않다. 

 

▲오늘 정부가 발표한 공시가격 현실화 방안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말인가?

그렇다. 정부가 시세의 90%까지 공시지가를 높이겠다고 하는데, 원가를 따져보자. 집을 짓는 원가는 땅값과 건축비로 나뉘는데, 공시지가(땅값)를 택지(집 짓는 땅)에 대해서만 올리겠다는 거다. 

업무용 토지, 즉 상가나 빌딩 소유주가 훨씬 부자일 가능성이 높은데, 아파트에 대해서만 공시가격을 올리면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집값을 구성하는 땅값만 올리게 되므로 값 싼 집을 지을 수 없게 된다. 이는 현재 무주택자가 향후 집을 살 때 비싸게 살 수 밖에 없도록 할 가능성이 높다. 이번 대책은 집보다 빌딩을 보유하라는 말과 같다. 좋은 대책이 될 수 없다. 

 

▲그러면 집값을 내릴 수 있는 대안이 있나

과거 이명박 전대통령은 현대건설과 한국도시개발(지금의 HDC현대산업개발) 사장을 지낸 사람으로 아파트 시장에 대해서는 그 누구보다 전문가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이명박 정부 시절 집값이 3% 떨어졌던 것이다. 

부동산 정책에 관해 관료들이 그를 속이는 것은 불가능했다. MB정부 시절 토지공사와 주택공사를 합쳐 지금의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만들고 시세보다 저렴한 공공아파트를 대거 공급하면서 부동산 시장이 안정됐다. 

또 오세훈 전서울시장은 참여정부 시절인 지난 2006년 9월 25일 분양원가공개, 분양가상한제, 후분양제도입 등 부동산 3법을 도입하겠다고 밝히면서 고 노무현 전대통령이 분양원가 공개 쪽으로 입장을 바꾸지 않았나.

지금이라도 LH가 서울과 수도권의 공공용지에 평당 500만원의 건축비를 들여 집을 짓고 건물만 분양하면 30평짜리 아파트를 1억5000만원에 분양할 수 있다.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에 공공소유 토지가 얼마나 많은가. 이는 장기 임대아파트보다 낫다. 집을 소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일 아파트 건축비가 평당 800만원이라고 해도 2억4000만원이다. 이런 아파트를 지어서 공급한다면 집값이 떨어질 것이고, 집값이 떨어지면 다주택자들이 보유한 집들이 매물로 나온다. 그러면 집값이 떨어지지 않을 수 없다. 

우리나라에 2200만채의 주택이 있고, 1400만채는 자기명의로 소유한 것으로 파악된다. 따라서 다주택자들이 보유한 주택은 800만채 정도라고 볼 수 있다. 이는 시장에 즉시 공급되는 물량이다. 공급부족론을 들고나와 재건축이나 재개발을 쉽게 하자는 사람들도 있는데, 이는 잘못된 주장이다. 

 

▲재건축이나 재개발을 통해 양질의 주택을 더 많이 공급하게 되면 집값 안정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도움이 되지 않는다. 15평 5층짜리 아파트를 15평 5층짜리로 새로 짓는 것이 재건축이다. 그렇게 집을 짓는 사람은 없지 않나. 이 아파트 단지를 30평 30층짜리로 다시 지으면 그냥 개발이다. 이전에 그 집에 세들어 살던 사람들은 그냥 쫓겨나는 거다. 

이런 방식으로 건설을 하게 되면 철저하게 경제논리로 주택정책이 갈 수 밖에 없다. 돈이 되면 하고 돈이 안되면 안한다. 그 집에 누가 살든, 누가 쫓겨나든 그것은 관심 밖의 일이 된다는 말이다. 우리나라처럼 도시에서 재건축이나 재개발을 하는 나라는 없다. 50년만에 동네를 싹 다 밀어버리고 죄다 아파트 촌을 만들어 버리는 나라가 우리나라말고 또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