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녹스·니콜라' 사기의혹 한복판에 선 SKT·한화그룹, 연계 사업까지 '위태'

- SK텔레콤 나녹스에 273억원 투자, 한화그룹 니콜라에 1200억원 투자...나녹스·니콜라 사기의혹 일파만파 - 의혹 사실이면 한화그룹 니콜라 통한 수소차시장 진출 계획 차질, SK텔레콤 "국내에 나녹스 공장 짓겠다" 허공으로 - 니콜라와 니녹스의 경우 아직 결론이 밝혀진 것도 아닌 만큼 확대해석 경계 의견도

2020-09-23     김국헌 기자

SK텔레콤과 한화그룹이 사기의혹을 받는 업체들에 투자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 파장이 만만치 않다. 단순히 투자비를 날리는 것을 넘어서 사기의혹을 받는 업체들과 연계하기 위해 구상한 각종 사업들이 좌초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경영진의 조급함이 화를 부른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나녹스 '제 2의 니콜라' 사태 점화...사기의혹 확정되면 SK텔레콤 피해 만만찮아

디지털

23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공매도 세력인 머디워터스리서치는 SK텔레콤과 국내 소액 투자자들이 줄줄이 투자했던 이스라엘 의료장비 업체 나녹스를 '제2의 니콜라'라며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지난 주 시트론리서치에 이어 두번째 폭로다. 앞서 시트론 리서치는 지난 15일 나녹스가 기술력을 입증하는 특허는커녕 작동하는 시제품이나 미국 식약처(FDA)의 제품 승인을 전혀 받지 못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22일(현지시간) 뉴욕증시 개장 전 나녹스 주가는 17%선 급락하다가 개장 직후 20% 넘게 떨어진 후 4.44%오른 30.11달러에 마감했다. 하지만 폐장 후 시간 외 거래에서 4.82% 떨어지는 등 주가가 요동치고 있다. 

나녹스는 반도체를 이용해 X선을 만들어내는 '디지털 엑스레이' 기술을 보유했다고 알려져 있다. 나녹스는 디지털 엑스레이가 기존 엑스레이 촬영 기술과 비교해 저렴하고, 속도도 빠른 것으로 홍보해왔다. 기존 X선이나 CT의 가격이 수십억 원을 넘고 촬영 비용도 100달러를 넘지만 나녹스의 장비는 대당 가격이 1200만원 수준이고 촬영 비용도 1달러 정도라는 것.

나녹스는 2020년 8월 21일에 상장해 21달러 선에서 출발했다. 이후 지속 상승하다가 2020년 9월 11일에는 주당 64.9달러까지 올랐다. 이후 의혹이 제기되며 주가가 급락하기 시작해 일주일도 안된 9월 17일 28.10달러까지 떨어졌다. 22일 30.11달러로 마감하긴 했지만 추가폭로로 인해 주가급락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머디워터스가 폭로한 의혹들의 핵심은 나녹스가 ARC(차세대 영상촬영기기)가 진짜인 것처럼 보이기 위해 누군가의 흉부 사진으로 조작한 시연 영상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머디워터스는 유죄 판결을 받은 범죄자가 나녹스 기업공개(IPO)의 배후에 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머디워터스는 '중국판 스타벅스'라고 불리며 나스닥 상장에 성공한 루이싱커피에 대해 지난 1월 회계 조작 의혹을 폭로한 곳이다. 결국 루이싱커피가 나스닥에서 퇴출되기까지 했다. 

물론 이같은 의혹은 진실 규명까지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다. 리포트를 낸 머디워터스는 나스닥에서 활동하는 대표적 공매도 세력이다. 1년에 50에서 100건 정도의 리포트를 내는 것으로 전해졌다.

나스닥에서는 머디워트스가 이번에 내놓은 리포트가 공매도 세력들이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작전'의 일환으로 보기도 한다. 신진 성장기업들이 들어오면 늘상 이런 공격하는 리포트가 나오곤 한다는 것이다. 머디워터스는 지난 2018년에도 테슬라가 파산할 것이라는 리포트를 내고 자신들은 공매도를 한 이력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나녹스

문제는 이런 논란에서 국내 통신 대기업 SK텔레콤이 깊이 엮여 있다는 점이다. SK텔레콤은 나녹스의 2대 주주다. SK텔레콤은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나녹스에 2300만 달러(약 273억원)를 투자했다.

SK텔레콤 입장에서 나녹스 사기의혹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입을 피해는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나녹스 사기의혹이 제기된 후 SK텔레콤은 주가 하락 피해를 입고 있다. 23일 오전 11시 30분 기준 SK텔레콤 주가는 23만2000원으로 전일보다 2.3%(5500원) 하락했다. 의혹이 사실로 밝혀지면 추가적인 주가 하락 우려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상장 초반 주가 급등으로 발생한 1700억원의 투자 차익은 커녕 투자 원금을 날리는 손실이 발생하는 것이다.

만약 머디워터스의 폭로대로 나녹스가 기술을 보유하고 있지 않은데 투자금을 받기 위해 사기를 친 것이라면 SK텔레콤의 나녹스와 연계한 사업구상은 '백지'가 될 공산이 크다.

투자의 대가로 SK텔레콤은 나녹스 기술의 한국과 베트남 독점 사업권을 확보했다. 향후 해당 국가의 사용 허가 절차를 거쳐 기기를 공급할 계획이었다. SK텔레콤은 내년에 한국과 베트남에 2500개의 기기를 배포하기 위해 규제당국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또 SK텔레콤은 나녹스 핵심 반도체 제조 공장(FAB)을 한국에 짓자고 제안하고 경기도 일대 공장 부지 2~3곳을 검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밖에도 5G·인공지능(AI) 등을 활용한 공동사업을 추진하는 계획들이 있었다. 
 

SK텔레콤

SK텔레콤의 나녹스 투자를 최종 승인한 것은 수장인 SK텔레콤 박정호 사장이다.

박 사장은 SK텔레콤을 단순한 ‘통신기업’이 아닌 ‘뉴 ICT기업’으로 재탄생시키겠다는 목표를 천명해왔다. 박 사장은 2020년 1월2일 신년사에서 “무선통신(MNO)과 신사업(뉴 비즈·New Biz)를 두 성장엔진으로 삼아 명실상부한 정보통신기술 복합 기업으로 거듭날 것”이라며 SK텔레콤의 미래 비전을 분명히 했다. 

이번 나녹스 투자도 이러한 '뉴 ICT기업' 전환의 일환으로 분석된다. 나녹스 투자는 '박정호 사장의 쾌거'란 호평을 받으며 기대를 모았지만 사기의혹들이 제기되며 곤란한 상황에 처했다. 자칫 리더십에 타격을 받을 우려가 제기된다. 

SK텔레콤은 일단 상황 추이를 면밀히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나녹스에 사기 의혹을 제기한 리포트 두개가 얼마나 공신력이 있는 지는 확인되지 않았으며, 우리 뿐만 아니라 투자를 한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잠재성 등 충분한 검증을 거친 것"이라고 말했다. 또 "기술 보유 문제는 나녹스가 얘기해야 할 문제이며, 상황을 면밀히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니콜라 협업으로 수소시장 진출 노리던 한화그룹 전략 차질...진두지휘 김동관 '곤란'

나녹스와 비슷한 사례는 또 있는데 강도가 훨씬 강하다. 미국 수소전기차 업체 니콜라와 협업으로 수소 시장에 진출하려던 한화그룹의 전략이 차질을 빚을까 우려되는 상황이다. 니콜라가 회사 기술력을 과대포장했다는 사기 의혹에 휘말린 탓이다.

제2의 테슬라'로 불리며 기대감을 키웠던 미국의 수소차 업체 니콜라는 지난 6월 미국 나스닥 시장에 상장한 직후 주가가 급등세를 보였다. 지분 6.13%를 확보한 한화에너지와 한화종합화학이 수혜를 보며 하룻밤 새 1조원의 평가이익을 올렸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사장이 직접 투자를 주도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김 부사장에 대한 호평이 이어졌고 관련 계열사 주가도 동반 상승했다.

최고의 투자가 최악의 투자로 의심받게 되기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상장 3개월만에 리서치 업체 힌덴버그보고서가 니콜라의 기술력을 의심, 사기극 의혹을 제기했다. 

힌덴버그보고서가 제기한 주요 의혹은 3가지다. 2016년 시장에 공개한 니콜라원이 압축천연가스(CNG) 버스였고, 핵심 부품인 인버터를 만들 기술력이 없는 데다 2018년 공개한 수소 트럭 주행 영상이 언덕 위에서 차를 굴렸다는 것이다.

니콜라 주가는 의혹 제기 후 열흘 새 35%나 폭락했고, 니콜라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 트레버 밀턴은 사임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힌덴버그 주장의 타당성을 살펴보기 위한 예비 조사에 착수했고, 미 법무부도 이에 합류했다. 

최근

한화에너지와 한화종합화학은 지난 2018년 니콜라에 5000만 달러씩 1억 달러(1200억원)를 투자했다. 여기에는 태양광과 수소를 중심으로 그룹 사업 구도를 재편하겠다는 계산이 있었다. 시장에서는 한화그룹 전략의 핵심 축에 니콜라가 들어있다고 봤다. 니콜라와 협력해 미국 수소차 시장에 진출한다는 관측이다. 

한화솔루션 김동관 부사장은 현재 난처한 상황에 처해있다. 니콜라 투자를 주도한 게 김동관 부사장이기 때문이다.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사장(당시 한화큐셀 영업총괄 전무)이 창업주 밀턴을 직접 만나 니콜라와 한화의 사업 방향을 확인, 니콜라 투자 결정에 적지 않은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니콜라 사기의혹이 확산되며 한화솔루션은 '주가 하락'이라는 직접적인 피해를 입고 있다. 

23일 오전 11시 30분 현재 한화솔루션 주가는 3만6400원으로 전일보다 4.9%(1900원) 하락했다. 22일 한화솔루션은 전 거래일보다 2.79% 내린 3만8,300원에 거래를 마쳤다. 21일 주가는 7.40% 급락했다. 3일 연속 하락세로, 지난 9일(4만8,650원) 이후 10거래일 동안 한화솔루션 주가는 20% 넘게 빠졌다. 

니콜라 사태가 사기로 판정이 나면 한화그룹의 수소시장 진출 전략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한화에너지는 태양광 발전으로 생산한 전력을 니콜라의 수소 충전소에 우선 공급하고, 한화종합화학은 수소 충전소 운영권을 확보한다는 등의 연계 사업 구상까지 백지화될 수 있다. 

총 1200억원에 달하는 투자비용도 허공에 날라갈 수 있다. 사기의혹 이후 니콜라 주가는 거의 40%가량 급락했다. 21일에는 하루동안 19%가 급락했다. 

한화솔루션의 자회사인 한화종합화학과 한화에너지는 총 1억 달러(약 1200억원)를 투자해 2018년 11월 미국법인 그린니콜라홀딩스를 설립하고, 니콜라 지분 2213만주(6.3%)를 사들였다. 한화솔루션이 보유한 니콜라의 지분가치는 2020년 6월 상장 이후 한때 20억달러(2조3000억)를 넘기면서 투자 '잭팟'을 터트렸다는 찬사가 쏟아졌다. 그러나 현재 한화솔루션의 보유지분 가치는 약 6억 달러(7000억원)로 고점 대비 30% 수준까지 축소됐다. 

한화

한화그룹 후계승계 작업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김 회장 아들 3형제가 100% 지분을 보유한 비상장사 에이치솔루션은 비상장사 한화에너지 100% 지분을 갖고 있다. 한화종합화학 역시 비상장사이며 최대주주(지분 39.2%) 한화에너지에 이어 한화솔루션이 지분 36.05%를 갖고 있다. 한화솔루션의 지분 37.25%를 그룹 지주회사격인 한화(주)가 보유하고 있다. 

이 때문에 재계에서는 니콜라 투자 등으로 오너 일가 회사인 에이치솔루션을 가치를 키워 후계승계 자금을 마련하고 다시 합병 등의 과정을 통해 한화의 지분을 확보하는 등 경영권 승계 작업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한화솔루션 관계자는 “니콜라 투자는 수소 사업을 할 수 있는 기회 중 하나로 직접적 사업 연관 관계가 있지 않고, 현재로서는 의혹을 지켜보고 있는 사안”이라며 “투자된 금액이 막대한 지분도 아니고, 한화솔루션의 수소 전략에 당장 영향을 미치는 사안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현재 니콜라와 나녹스를 둘러싼 의혹들이 사실로 밝혀진 것은 아니며,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기업 수장들의 투자실패를 확대해석할 필요는 없다고 주장한다. 다만 투자를 통해 시장 기대치를 높이려 했던 것은 문제라고 지적한다. 

재계 관계자는 "대기업의 벤쳐기업 투자는 100개 중에 한 두개 성공해도 좋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성공가능성이 높은 것은 아니며, 니콜라와 니녹스의 경우 아직 결론이 밝혀진 것도 아닌 만큼 호들갑을 떨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다만 사기로 입증이 나게 되면 확실한 기술력을 갖췄는지 명확히 검증하지 않고 투자를 발표해 시장에 기대감을 품게해 기업가치를 높인 것과 각종 연계사업을 성급히 구상한 것에 대한 대가는 치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