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오 칼럼] 엔드 게임(End Game)은 없다

2020-05-05     정종오 기자
코로나19(SARS-CoV-2)

바이러스 생존법은 간단하다. 독자 생존이 불가능해 숙주에 기생한다. 독성이 지나치게 강하면 오히려 바이러스에게는 손해다. 강하면 숙주의 면역시스템이 작동해 바이러스를 죽인다. 물론 바이러스가 더 강하면 숙주가 죽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다만 숙주가 죽으면 바이러스 생존도 끝난다. 이 때문에 바이러스는 계속 다른 개체를 감염시키며 증식한다. 한 사람에게서 더 많은 사람으로 전염되는 것은 바이러스 생존 본능과 무관하지 않다.

코로나19(COVID-19) 바이러스는 스파이크(Spike) 단백질에 숙주의 수용체(ACE2)가 ‘볼트와 너트’처럼 맞물리면서 증식한다. 다시 말해 바이러스 스파이크 단백질과 수용체가 맞물리지 않으면 증식할 수 없다. 치료제와 백신을 만드는 데 매우 중요하게 취급되는 부분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 특징은 매우 변화무쌍하다. 자신의 본색을 숨기기 위한 교란 작전이라 할 수 있겠다. 이 때문에 연구원들은 코로나19의 임상적 특징을 파악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천차만별인 임상으로 코로나19 바이러스 백신과 치료제 개발은 쉽지 않다.

숙주와 바이러스 간 상생 모델은 없을까. 전문가들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지금보다 약화하면 가능하다고 본다. 약화한 바이러스가 몸에 침투하더라도 경증에 머물거나 증상이 아예 나타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마치 감기처럼.

코로나19 바이러스는 감염병 재생산지수(R0)도 매우 높다. 우리나라의 경우 ‘신천지 대유행’이 있었던 3월에 R0는 5~6명에 달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즉 한 사람이 최소한 5~6명을 감염시켰다는 것이다. 지금은 우리나라 R0는 ‘1’ 이하로 떨어졌다. 코로나19 대유행은 대륙에서 대륙으로 넘어가고 있다. 처음 아시아(중국)에서, 이어 유럽(이탈리아 등)과 중동(이란 등), 지금은 북미(미국), 이젠 남미(브라질)와 아프리카(남아프리카공화국 등) 대륙으로 퍼지고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완전(totally) 파괴’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불가능하다고 본다. 몇몇 전문가들은 바이러스가 인간 몸에 적응하면서 그 세력이 약화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많은 사람이 코로나19에 감염되겠는데 치명률은 매우 낮은 상황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현재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이 같은 우리 희망에 전혀 들어맞지 않고 있다는 게 문제점이다. 아직 코로나19 바이러스 약화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중국 광저우 중산대 구오 데인(Guo Deyin) 연구원은 “코로나19 바이러스 게놈은 매우 안정적”이라며 “바이러스 돌연변이로 변화가 있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클라우스 스퇴르((Klaus Stöhr) 세계보건기구(WHO) 박사는 ‘면역’에 희망을 내비쳤다. 그는 “코로나19에 재감염된 사람들은 마치 감기에 걸린 것처럼 가벼운 증상만 보인다”고 운을 뗐다. 스퇴르 박사는 현시점에서 가장 가능성이 큰 시나리오로 ‘면역’을 꼽았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1~2년 동안 전 세계에 퍼질 것으로 예상했다. 더 많은 사람이 감염된 이후 항체가 만들어져 재감염됐을 때는 가벼운 증상으로 끝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이런 시스템에서는 백신이 필요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희생자가 나올 수밖에 없다. 집단 면역은 스웨덴에서 시도한 바 있다. 스웨덴에서는 특히 고연령자 사망자가 많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집단 면역을 시험하기 위해 수많은 노인을 죽음으로 내몰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코로나19와 전쟁에서 인류는 지금 큰 위기에 직면해 있다. 다양한 해법도 시도되고 있다.

코로나19와 전쟁에서 ‘앤드 게임(End Game)’은 가능할까. 전문가들은 ‘엔드 게임’은 불가능하며 코로나19 바이러스는 계속 생존할 것으로 내다봤다. ‘엔드 게임’이 아니라 오히려 전 지구촌으로 ‘확전’되는 양상이라고 진단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해 우리는 아직 모르는 게 너무 많다. 나이에, 기저 질환에, 개인에, 지역에 따라 모두 다른 임상적 특징을 보인다. 코로나19와 ‘엔드 게임’은 없다. ‘코로나 없는(Without Corona)’ 세상이 아니라 우리는 ‘코로나 이후(Post Corona)’를 대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