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유럽의 한국’ 독일…선택의 갈림길에 섰다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하자" vs "아직 이르다" 우리나라도 ‘독일 사례’ 통해 면밀한 검토 있어야

2020-04-28     정종오 기자

 

독일의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COVID-19)와 관련해 사회적 거리두기를 '완화해야 한다'는 의견과 '아직 이르다'는 판단이 맞서고 있다. 전 세계적 논쟁이 되고 있다. 

최근 독일에서 코로나19(COVID-19)와 관련해 사회적 거리두기 등에 대한 완화 조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독일은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와 관련해 그동안 잘 대응해 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8일 현재 존스홉킨스대 통계를 보면 코로나19 전 세계 확진자는 303만5177명, 사망자는 21만611명이다. 치명률이 6.93%에 이른다. 반면 독일은 확진자 15만8434명, 사망자 6061명으로 치명률이 3.82%에 머물렀다. 최근 독일에서 신규 확진자도 많이 감소 추세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두고 독일 사회에서 “이제는 사회적 거리두기에 대한 완화 조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또 다른 쪽에서는 “아직 이르다”고 맞서고 있다. 우리나라도 다르지 않다. 우리나라도 5월 초에 학교가 문을 열고 관광객들이 대거 움직일 조짐을 보인다. 과학전문 매체 사이언스지는 최근 이 같은 독일 소식을 전하면서 사회적 거리두기에 대한 논쟁이 전 세계적으로 일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칭찬받던 코로나19 대응, 위험에 처할 수 있다”=독일에서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가 이르다고 판단하는 쪽에서는 “(만약 지금 완화 조처를 하면) 그동안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대응과 관련해 칭찬받던 독일이 한순간 위험에 빠져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앙겔라 메르켈(Angela Merkel) 독일 총리는 지난 23일 의회에서 연설하면서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조처를 완화하는 것은 위험한 게임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메르켈 총리는 “지금까지 우리가 이뤄낸 성과를 다시 위험에 빠트릴 수는 없다”고 말했다. 최근 코로나19 사태가 진정국면으로 접어들었다고 판단한 몇몇 나라와 지역은 학교와 상점, 교회를 다시 오픈하겠다고 나섰다.

실제 독일에서는 많은 학교와 상점이 지난주 문을 다시 열었다. 5월 초에는 더 많이 오픈할 것으로 전망된다. 메르켈 총리를 비롯해 전문가들은 이런 움직임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이런 논쟁은 우리나라에서도 익숙한 풍경이다. 대부분 완화 조처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쪽의 근거는 최근 신규 확진자 수가 감소하고 사망자가 줄어들고 있다는 지표를 내세운다.

◆방역 모범국이라는 착각=독일은 두 가지 면에서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 논쟁이 일어나고 있다. 첫 번째는 지금까지 독일은 코로나19를 관리하는 모범 국가로 손꼽히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실제 세계보건기구(WHO)는 독일의 대처를 모범사례로 꼽았다.

두 번째는 최근 나온 연구 결과에 있다. 독일의 한 도시에서 소규모 연구 결과 바이러스가 생각보다 덜 치명적이며 인구의 상당수가 이미 면역성이 있을 수 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최근 논란이 되는 ‘집단 면역’과 연관성이 있어 주목받고 있다. 독일은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면서 적극적 진단검사와 사전 대응으로 전 세계적 관심을 모았다.

이런 상황에서 독일은 지금 두 가지 갈림길에 서 있다. 하나는 지금과 같은 제한을 계속 유지할 것인지, 아니면 단계적으로 제한을 완화해 어떻게 진행되는지를 살펴보자는 주문이다. 이런 논쟁에 휘말리는 가장 궁극적 이유는 코로나19와 관련된 치료제와 백신이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백신과 치료제가 나올 때까지 지금과 같은 강력한 사회적 제한을 두면서 사회생활을 이끈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마이클 메이어-헤르만(Michael Meyer-Hermann) 헬름홀츠 감염병 연구센터 박사는 “사회적 제한을 완화하면서 날씨가 어떻게 작용하는지, 또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서 면역이 생길 것인지를 지켜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주장에 대해 로베르트 코흐 연구소의 메르켈 드로스텐(Merkel Drosten) 박사는 사회적 제한 완화는 매우 큰 위험을 불러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드로스텐 박사는 “코로나19와 관련해 두 번째 유행이 오면 이는 첫 번째 유행보다 매우 치명적일 것”이라며 “(지금은 모범국으로 칭찬받고 있는데 2차 대유행이 오면)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독일 마르셀 프랏처(Marcel Fratzscher) 경제학 박사는 지금의 사회적 제한 조처 등으로 경제적 손해가 일어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는 “지금의 제한 조처를 몇 주 정도 더 연장하는 것이 경제적으로 더 좋을 것”이라며 “2차 대유행으로 2차 ‘셧다운’이 온다면 더 큰 경제적 손실이 발생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판단했다.

◆경제적 논리 끼어든 ‘특정 목적’의 연구 결과=이런 가운데 독일의 한 작은 마을의 연구 결과에 독일은 물론 전 세계적 관심이 집중됐다. 독일 본대학의 바이러스학자인 헨드릭 스트리크(Hendrik Streeck) 연구팀은 지난 9일 500명을 대상으로 한 항체 검사 결과를 발표했다. 독일 서부에 있는 작은 마을(Gangelt)의 주민 15%가 코로나19에 감염된 것을 확인했다. 즉 항체가 있었다는 것이다.

이는 이 마을에서 공식적으로 집계된 확진자의 3배 수준이었다. 헨드릭 스트리크 연구팀은 이를 통해 “이미 이 지역에서는 집단 면역 과정이 시작되고 있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더는 코로나19가 확산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연구 결과가 최근 독일에서 사회적 제한 완화 조처로 나아가야 한다는 하나의 배경이 되고 있다.

반면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우선 헨드릭 스트리크 연구팀이 사용한 항체 검사를 신뢰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헨드릭 스트리크 연구팀이 사용한 빠른 항체 검사에 대해 강한 의문을 표시했는데 이 검사법에는 오탐지가 많을 것이라는 경고가 잇따랐다. 여기에 WHO는 항체가 있다고 해서 코로나19에서 완전히 면역된다고 판단할 수 없다고 한 것도 이번 연구 결과 신뢰도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헨드릭 스트리크 연구팀의 연구 진행 과정에서도 문제점이 노출됐다. 이번 연구의 자금은 주로 완화 조처를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담당했다. 또 연구 결과를 발표하고 홍보를 책임진 곳은 독일 산업계와 관련된 홍보회사가 담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의 한국’ 기회 파괴될까 걱정된다”=지난 주말 독일 베를린에서는 약 200명 사람이 독일 정부의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에 항의하는 시위가 있었다. 여론 조사를 보면 많은 독일인은 여전히 ​​현재 제한 조처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밝혔다.

코넬리아 베치(Cornelia Betsch) 에르푸르트대학 건강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는 매주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베치 전문가는 “완화 조처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쪽은 대부분 일반 대중이 아닌 비즈니스 리더들”이라고 지적했다.

여전히 코로나19에 대해 모르는 것이 많다고 전 세계 과학자들은 분석하고 있다. 특정 목적을 염두에 두고 진행된 연구 결과로 정부 정책을 결정하면 안 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드로스텐 박사도 이 같은 부분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드로스텐 박사는 “헨드릭 스트리크 연구팀의 연구 결과는 일반 대중들에게 공개해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며 “자칫 이번 논쟁으로 독일에서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면서 독일이 ‘유럽의 한국’이 될 기회가 박탈당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고 토로했다.

◆우리나라도 다르지 않다=우리나라도 최근 사회적 거리두기에 대한 ‘피로감’이 몰려들고 있다. 5월 첫째 주 연휴 기간 대규모 이동이 예상되다. 제주도와 강원도 등은 이미 호텔과 비행기 표가 매진됐다는 뉴스가 앞다퉈 나오고 있다. 5월 첫째 주 일선 학교에 대한 오프라인 개학도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이런 현재를 두고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올가을과 겨울에 코로나19와 관련해 ‘2차 대유행’이 올 수 있다”며 “한동안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우리나라는 코로나19와 관련해 안정기에 접어들었는데 언제 다시 폭발할지 모른다”고 경고했다.

코로나19에 대해 너무 모르는 것은 우리나라도 다르지 않다. 우리나라는 아직 국민에 대한 항체 검사도 이뤄지지 않았다. 실제 감염자는 진단검사를 통해 확진된 이들보다 더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코로나19는 무증상과 경증을 보이는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특별관리지역으로 지정된 대구와 경북에서 조만간 표본 집단을 통해 항체 검사가 이뤄질 전망이다.

정은경 본부장은 “항체 검사 진단법에 대해 전문가들과 구체적 진행 과정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항체 검사가 이뤄지더라도 이 연구 결과가 코로나19에 대한 해결책 제시에는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네덜란드 연구 결과에서는 항체 생성률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은경 본부장은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이 없는 상황에서 가장 강력한 대처는 ‘사회적 거리두기’ 등 당분간 생활방역이 될 수밖에 없다”며 “항체가 만들어져도 바이러스를 완전히 제거하지는 못하는 것으로 지금까지 파악됐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