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북치는 금융정책, 증시 낙폭 키웠나?

- 기준금리 인하, 공매도 금지 등 금융정책 한 템포 늦은 대응에...증시는 폭락 이어져 - 정책의 효과를 발휘하려면 정책의 템포가 빨라져야

2020-03-20     윤덕제 전문기자

 

'코로나19' 사태의 글로벌 확산에 따른 국내 증시 변동성이 커지면서 금융당국의 대응이 ‘적절한 시기를 놓치고 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지난 19일 국내 주식시장은 코로나19의 대확산과 장기전 분위기에 따른 경기하강의 공포가 극에 달한 하루였다.

코스피가 8% 넘게 폭락하며 10년 8개월 만에 1500선 아래로 추락했고 코스닥 지수는 무려 11% 넘게 곤두박질 쳤다.

코스피는 이날만 130포인트 넘게 폭락하며 하락률 기준 역대 세 번째 큰 폭으로 떨어졌다.

코스피, 코스닥 시장 모두 사이드카와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다.

금융당국은 증시가 가파른 폭락을 이어가며 공매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서야 지난 10일 공매도 과열종목 지정제도를 3개월간 강화한다는 미온적 조치를 시행했지만 오히려 공매도 규모는 더욱 커졌다.

실제 코로나19로 증시가 폭락하자 공매도 규모는 크게 늘어났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시장의 일평균 공매도 거래대금은 지난 1월에 3900여억원에서 2월에는 5000여억원으로 증가했다. 심지어 공매도 과열종목 지정제도 강화 조치가 내려진 이후 지난 12일에는 공매도 거래 규모가 1조원을 초과해 연중 최대를 기록했다.

금융당국은 사태의 심각성이 커지고서야 지난 16일 한시적 공매도 금지 조치까지 단행했지만 시장 반응은 싸늘했다. 이에 17일 시장조성의무와 관련한 공매도 최소화를 위해 시장조성 의무내용 변경 등의 추가 조치를 시행했다.

시장조성자를 예외로 뒀던 공매도 금지 카드를 꺼냈다가 논란이 불거지자 또다시 시장조성자 유지조건을 최소화하는 등 뒷북 대응에 머물러 있다는 투자자들의 원성이 높았다.

확실히 공매도 관련 추가 조치가 내려진 16일에는 공매도 거래대금이 4600여억원, 17일에는 349억원으로 크게 줄었다.

기준금리 인하 시기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라는 평가다.

WHO의 팬데믹 선언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지난 3일 긴급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열어 기준금리를 1.50%~1.75%에서 1.00%~1.25%로 0.50%p를 인하했다.

하지만 기준금리 인하에도 증시는 힘을 받지 못했고, 팬데믹 선언의 여파로 시장이 휘청이자 지난 15일 추가적으로 1.00%p 인하를 단행했다. 이에 미국의 기준금리는 ‘제로’ 수준인 0.00~0.25%로 낮아졌다.

우리 금융당국도 서둘러 기준금리를 1.25%에서 0.75%로 하향 조정하면서 국내 기준금리도 0%대로 낮췄지만 일각에서는 적절한 때를 놓쳤다는 지적이 파다하다.

미국 연준에 앞서, 지난달 27일 한은 금통위는 회의를 진행했는데 이때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금통위는 기준금리 동결로 통화정책보다는 기업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지만 선제적 조치를 취할 수 있는 적절한 시기를 놓쳤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개인투자자들 사이에 “정부의 늦장 대응이 이제껏 겪어보지 못한 증시의 하락 폭을 키우고 있다”는 원성이 커지면서, 한국주식투자연합회는 금융당국에 증시안정자금 투입 및 연기금의 적극 매수 등의 신속한 증시 부양 대책을 마련해 실행할 것을 촉구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시장 자체의 메커니즘 작동이 안되는 시기다. 본연의 가격 조성 기능을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며 “정책의 효과가 발휘되려면 금융시장의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정책의 템포가 좀 더 빨라져야 하는 시점이다”고 밝혔다.